‘꾸준한 러너‘ 최경자
살아보면 알게 된다.
원하는 것을 이룬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살아있는 물고기만이 물길을 거슬러 오르듯,
꾸준함이란 흐름을 거스르는 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종종,
죽은 물고기처럼 물결에 몸을 맡기며
‘다음에’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반복한다.
다음에, 다음에… 그렇게 시간을 흘려보낸다.
‘다음에’라는 말에 스스로를 묶는 이유 중 하나는
‘꾸준함’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일지 모른다.
꾸준함은 시작한 일을 끝까지 이어가는 힘,
마침내 그것이 습관이 되어버리는 과정이다.
그래서 꾸준함을 아는 사람은
‘다음에’보다 ‘바로 지금’을 선택한다.
달리기는 꾸준함의 가치를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는 운동이다.
요행이 통하지 않고,
운 좋게 성과를 얻는 일이 없다.
쉬면 쉬는 만큼 다시 달려야 하고,
들인 시간만큼만 결과가 따라온다.
그래서 달리기는 모든 면에서 ‘정직한 운동’이다.
오늘 소개할 러너는
그 정직한 길을 묵묵히 달려가는 사람이다.
의왕에 살며 아내이고 엄마이고 직장인이기도 한 그녀.
하지만 무엇보다 ‘러너’로서의 삶을 놓지 않는 이
바로 최경자 러너다.
짧은 경력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남성 러너보다 뛰어난 기록을 갖고 있는 그녀는
한 해 나이는 늘어가도, 기록만큼은 거꾸로 간다.
그녀의 달리기엔 계획이 있고, 열정이 있고,
멈춤이 없다.
이제 달리기는 그녀에게 호흡이며, 삶의 동반자이며,
스스로와 겨루는 의좋은 라이벌이다.
꾸준함이 가장 빛나는 스펙이라면,
최경자 러너는 이미 그 스펙을 장착한 사람이다.
제가 달리기를 시작한 건 아들의 수능 만점 기원을 위해서였어요.
공부에 몰입하는 아들을 보며 저도 간절한 마음을 담아
응원하고 싶었죠.
그 마음이 달리기라는 형태로 나타났고,
매일 아침 땀 흘리며 달리는 시간이
기도의 시간으로 바뀌었어요.
어느새 달리기는 제 삶의 중심이 되어 있더군요.
10K 공식 기록은 41분 12초(경기마라톤),
풀코스는 3시간 13분(동아마라톤)입니다.
지금은 Sub-3(3시간 미만 완주)를 목표로
수원마라톤클럽(수마클) 선배님들과 훈련 중이에요.
기록을 쫓는 것도 좋지만,
진심을 담아 달리는 그 과정에서
감동과 성장을 느끼는 게 저에겐 더 중요해요.
러닝을 통해 삶이 변화했듯,
저도 누군가의 변화를 이끄는 러너가 되고 싶어요.
의왕 왕송호수 코스를 가장 좋아해요.
LSD(Long Slow Distance)
훈련 장소로 딱이거든요.
봄엔 꽃길, 여름엔 나무 그늘,
가을엔 단풍, 겨울엔 포근한 흙길—
사계절 내내 자연과 함께 달릴 수 있어
몸도 마음도 치유되는 느낌이에요.
수마클 선배님들과 함께
성균관대 트랙에서 인터벌, 템포런, TT(Time Trial) 훈련을 해요.
혼자였다면 버거웠을 훈련도
함께라서 버틸 수 있었고,
배움도 자극도 두 배가 되었죠.
혼자 달릴 땐 한계에 쉽게 도달하지만
함께 달릴 땐 그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는 걸
몸소 경험하고 있어요.
저 자신을 더 잘 알게 됐다는 점이 가장 커요.
예전엔 힘들면 쉽게 포기했고,
내 한계를 스스로 그어두곤 했죠.
하지만 달리기를 하면서
라는 걸 발견했어요.
자신감이 생기고,
삶의 방향도 선명해졌습니다.
Sub-3는 분명한 목표예요.
하지만 진짜 꿈은,
달리기를 통해 만난 사람들과 오래 함께 달리는 것.
기록은 언젠가 멈추겠지만
진심을 나눈 인연은 끝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언젠가는
저처럼 누군가의 시작이 되어주는
러너가 되고 싶어요.
“러닝”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ㅐ
제 이름이 떠오를 수 있도록,
오늘도 진심으로 달립니다.
아들의 수능 만점을 기원하며
달리기를 시작했던 그녀의 바람은
현실이 되었다.
아들은 서울대학교에 진학했고,
엄마의 꾸준함은 고스란히 아들에게 전해졌다.
끊임없이 달리는 엄마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을
흔들림 없이 견뎌낸 아들도
결국 그 길을 완주한 셈이다.
달리기에서 시작된 응원은
한 가족의 성취로 이어졌다.
최경자 러너의 기록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그건 곧 그녀의 마음의 깊이이자, 시간의 증명이다.
그녀의 러닝은 간절한 기도였고,
또 다른 사람에게는 시작의 이유가 될 것이다.
오늘도 그녀는
왕송호수와 트랙 위에서
꾸준함을 새기고 있다.
그리고 분명,
그녀가 꿈꾸는 Sub-3도 곧 이루어질 것이다.
꾸준함을 이길 수 있는 건 많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