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창고 2_인생 2막 러너 3

포기를 모르는 남자_권홍민의 달리기 이야기

by 약속의 땅

100명의 러너가 있다면,

그들이 달리는 이유도 100가지일 것이다.
각자의 삶, 각자의 동기,

각자의 속도로 달린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통점은 있다.
바로 ‘달리기’가 주는 피드백,
움직임 그 자체에서 오는 기쁨과 만족감이
그들을 다시 거리로 불러낸다.


세상엔 다양한 운동이 있다.
팀으로 함께 하는 스포츠도 있고,
개인의 역량이 그대로 결과에 반영되는 종목도 있다.

달리기는 그중에서도 가장 고독한 운동이다.
혼자 시작하고, 혼자 이끌고, 혼자 완주한다.

수백 명이 함께 출발하지만,
결국 끝까지 함께 가는 사람은 ‘나 자신’이다.

그래서 달리기는 결국, ‘자신과의 싸움’이다.


세상에서 가장 힘든 싸움이 바로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 하지 않던가.

마라톤은 관대할 수 없는 경기다.

수없이 타협하고 싶은 순간들을

묵묵히 넘겨야 하는 시간의 연속이다.


그 모든 타협의 유혹을 이겨내고
피니시 라인을 통과하는 순간,

우리는 각자의 레이스에서 승자가 된다.


오늘은 그 ‘자기와의 싸움’에서

포기하지 않고 달리는 한 러너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는 현직 군인이다.
강원도 화천의 산과 들을,

노루처럼 누비며 달리는 사람.

무릎 부상에도 스스로 재활에 성공했고,
여전히 달리고 있다.

이제 ‘군인정신 러너’, 권홍민을 만나보자.





“잘 달린다는 건, 아프지 않고

오래 달리는 것입니다” -권홍민-


Q1. 자기소개와 러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말씀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강원도 화천에서 군 복무 중인 권홍민입니다.
1998년부터 화천에 거주해 온지 어느덧 28년이 다 되어갑니다.

제가 달리기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대학 시절,
대구 팔공산에서 열린 60km 극복등행 대회였습니다.
4인 1조로 배낭을 메고, 동화사에서 파계사까지
8km가 채 안 되는 거리를 두 달 가까이 훈련하며 준비했죠. 결국 대회에서 우승도 했고,
그 경험이 지금의 저를 만든 출발점이었습니다.


달리기는 제게 ‘균형’입니다.
육체가 강해지자 정신도 단단해졌고,

어느 순간부터 달리기는 내 삶의 일부가 되었죠.


Q2. 무릎 부상도 있으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맞습니다. 퇴행성 관절염으로 병원도 자주 다녔고
진료를 받아보았지만 뚜렷한 호전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스로 재활에 나섰어요.


특별한 훈련은 하지 않았고,
달리고 싶을 때 달리는 스타일인데
지금은 점심시간 이후에 ‘레그 익스텐션’

꾸준히 하며 무릎 주변 근육을 단련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서는 "너무 많이 뛰어서 그런 거 아니냐"라고 말하지만, 사실 저는 원래 작고 약하게 태어났어요.
성장기 내내 잦은 복통과 잔병치레로
몸이 제대로 자라지 못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리기 덕분에 지금까지 건강을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프지 않고 달리는 것,

그것이 저의 목표이자 재활 방식입니다.


Q3. 훈련은 주로 어디서 어떻게 하시나요?

출근 전 아침 시간에 10km 이내 거리로 달립니다.
저녁이나 주말에는 ‘마실 체육공원’에서,
장거리 훈련은 화천읍 붕어섬~동구례 구간을

많이 달리죠.

화천은 산이 많아 평지를 달리는 것조차 쉽지 않아요.
하지만 덕분에

강인한 지구력과 집중력이 길러졌습니다.

어쩌면 그게 이 지역 러너들의 강점일지도 모르겠네요.


Q4. 달리기가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나요?

달리기는 매우 정직한 운동이에요.

연습한 만큼,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옵니다.
요행이나 눈속임은 통하지 않아요.

과거의 기록만 믿고 오버페이스를 하면
결국 그 생각이 독이 되어
몸을 가라앉히게 되죠.


그래서 늘 겸손하게 시작하고,
현재의 내 몸 상태를 인정하며 뛰는 습관을 들이고 있어요.
달리기를 통해 저는 더 단단해지고,
더 정직해진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Q5. 러닝 초보자에게 조언을 해준다면요?

처음 시작이 가장 어렵습니다.
혼자 시작하기 어려우면,
러닝 크루나 동호회, 띠별 밴드를 찾아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그리고 중요한 건 ‘잘 달리는 법’을 아는 것.

여기서 ‘잘 달린다’는 건 빨리 달리는 것이 아니라,

아프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달리는 것입니다.


스트레칭은 반드시 운동 전후로 해야 하고,
하체 근육을 단련하는 보조 운동도 병행하면 좋습니다.
지속가능한 달리기를 위해선 ‘관리’가 핵심입니다.


Q6. 앞으로의 목표나 바람이 있다면요?

기록이나 대회보다
지금은 오랫동안 달릴 수 있는 ‘몸’

유지하는 게 목표입니다.
작고 약하게 태어났지만,
달리기를 통해 누구보다

건강한 삶을 살고 싶어요.


그리고 언젠가,
내가 달렸던 길들이

누군가의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래, 저 사람도 달리는데,

나도 한번 해볼까?"

그런 마음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가치 있잖아요.




인터뷰를 마치며...

강원도 최전방에서 나라를 지키는 군인 권홍민,
그리고 어떤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는 러너 권홍민.

작은 얼굴, 마른 체구.
하지만 결코 물러서지 않는 단단한 의지를 가진 남자.

그의 달리기 이야기를 들으며
한 장면이 떠올랐다.


바로, 애니메이션 슬램덩크의 명 대사,
“포기하면, 가장 쉽다”


맞다.
포기란 얼마나 쉬운가.
그러나 포기란 단어만큼 스스로를

가장 깊은 좌절 속으로 밀어 넣는 말도 없다.

그런 의미에서 권홍민은 이미 성공한 사람이다.

그의 삶에는 포기라는 선택지가 없다.


나 또한 한때 부상으로 달리기를 멈춰야 했던 시기가 있었다.
몸의 통증보다 더 무서운 건,
마음의 흔들림이었다.
요령을 찾고, 요행을 기대했지만
그럴수록 마음은 더 깊은 수렁에 빠져들었다.

그러나 권홍민은 단순하게 생각한다.
“재활하면 되지.”
그 단순함 속에 강한 집중력이 있다.

그리고 그는 그 단순하고 군인다운 생각으로
스스로 회복을 이끌었고,

지금도 멈추지 않고 달리고 있다.


권홍민은 ‘군인’이기에 포기하지 않은 것이 아니다.
그가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기에
군인이라는 직업이 그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옷처럼 느껴진다.


강원도의 산과 들을
노루처럼 가볍고 강하게 누비는 러너.


그의 ‘두 발’에,
그리고 그의 ‘포기하지 않는 정신’에
진심 어린 박수를 보낸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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