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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키바 문정엽 Jun 21. 2023

#009 내 삶에 일어났던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일까

호모애스쿠스_질문하는 인간_아홉 번째

"저, 질문 있어요!"거의 모든 사람이 어린 시절에는 이 말을 자주 했습니다. 하늘이 왜 푸른지, 밤하늘의 별은 왜 밝게 빛나는지가 궁금했으니까요.
질문은 호기심을 가진, 생각하며 살아가는, 성장을 원하는 인간에게 내재된 삶의 태도입니다. 인간은 자기 자신, 삶, 그리고 세계를 질문합니다. 질문을 통해 인간은 이해하고 방향을 정하고 선택하며, 행위하고 경험합니다. 즉, 인간은 질문하는 인간입니다. 호모 애스 쿠스(Homo Askus)!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사람은 질문을 잃어버립니다. 가장 큰 이유는 실용적 필요가 모든 것에 앞서기 때문이죠. 무엇을 먹을까? 입을까? 어디에 살까? 더 많이 얻기 위해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또한 삶의 영역이 정해지면서 변화보다는 안락함을 추구하는 탓이기도 합니다. 실용성을 넘어서는 질문은 점차 삶의 도구함에서 사라집니다. 삶의 경이로움과 가능성, 미래에 대한 탐구를 하지 않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필요가 아니라 확실한 앎을 얻기 위해, 참을 수 없는 호기심을 해결하는 발견을 위해, 삶의 의미와 나를 넘어서는 세계를 경험하고 싶은 사람은 질문을 합니다.   
저는 가능한 한 넓고 깊게 다양한 차원에서 삶을 경험하는 과정이 행복한 삶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곧 충만한 삶 말이지요. 이를 위해 인간은 질문해야 합니다.
아인슈타인은 "왜 우주가 이렇게 만들어진 것일까?"를 질문했습니다. 이 질문은 우주가 작용하는 법칙에 대한 기존 설명을 뛰어넘는 가장 단순하고도 아름다운 법칙의 발견으로 이어졌습니다.
충만한 삶을 위해 인간으로서 물어야 하는 질문을 찾아봅니다. 질문은 언제나 새로운 시작을 이끄는 힘이기 때문이죠.

내 삶에 있어서 일어났던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일까? 


당신은 당신에게 일어난 가장 중요한 사건을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이 질문은 내게 가장 중요한 경험을 묻는 질문이다. 

이 경험은 당신이 어떤 사람이며, 당신 삶을 이끄는 가치가 무엇인가를 묻는 질문이다.  

나는 강의를 하거나 사람들과 대화할 때 종종 이 질문을 한다. 

"저에게는 결혼이죠"

"원하던 대학에 입학한 순간입니다."

"첫 아이가 태어나던 순간입니다. 지금도 그때를 잊을 수가 없어요!"

"첫 투자에서 30% 수익률을 올렸던 일입니다" 이렇게 대답했던 사람도 있다. 

모두에게 옳은 답은 없다. 각자가 아직도 기억하는 소중한 경험들이다, 


그런데, 이 질문을 좀 더 깊게 생각해 보자. 

가장 중요한 사건, 지금의 나를 만들고 내 삶의 원리 혹은 삶을 구성한 중요한 계기가 되는 사건을 생각해 보자. 

당신이 기억하는 사건들은 당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삶의 목적에 영향을 준 사건들이다. 

그 사건들을 다시 생각하는 것은 마음속 가치를 다시 되새김하고 현재의 삶을 다시 돌아보도록 해 준다. 

어쩌면 깊은 상실과 고통을 준 사건들도 있을 것이다.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거나, 열정을 다해 추진했던 일이 실패했던 경험일 수도 있다. 

혹은 인간관계에 지치고 자신에 대해 깊은 좌절을 겪었을 수도 있다. 

우리가 자신이 누구인가에 대한 정체성과 삶의 의미는 경험을 통해 영향을 받는다.

경험을 돌아보는 이유는 미처 성찰할 겨를이 없이 우리 마음속 가치를 만들거나 세상에 대한 인식을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다 좋은 삶은 삶에 대한 의미와 가치, 그리고 목적에 따라 달라진다. 

그리고 삶에 대한 의미와 가치 목적은 늘 경험을 다시 해석하면서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이다.    

경험하는 대로 우리가 생각하고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삶을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진실로 중요한 사건이 있다. 

나는 사람들의 대답을 듣고 다시 질문한다. 

"좋습니다. 그러셨군요. 그런데 이런 사건들을 가능하게 했던,  만일 그것이 없었더라면 이 사건들이 없었을 수 있는 사건이 없었을까요?" 

사람들은 좀 더 생각하기 시작한다. 

당신에게도 같은 질문을 하고 싶다. 그것이 없었더라면 당신이 존재하지 않았고, 당신의 삶도 있을 수 없는 그런 사건 말이다. 


당신이 태어난 사건이 당신에게는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태어나지 않았다면 그 모든 사건도 없었다. 

이번 질문은 내가 조언하는 질문 중에서 유일하게 하나의 답을 말하는 질문이다. 

아마도 '과연 이것이 답인가?'를 묻는 질문이라고 생각해도 좋다. 

누구에게나 삶에는 시작이 있다. 과정도 끝은 시작이 없다면 결코 있을 수 없다. 

그래서 시작은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사건이다. 


독일의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는 '출생'을 '시작하는 힘'이라고 이름 붙이고, 이를 철학적으로 탐구했는데,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다. 

이 시작하는 힘이 인간에게 갖는 의미란 엄청나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 의미는 당신은 삶을 살 자격을 얻었다는 것이다. 

생명을 가진 존재로서 당신은 삶을 시작했다. 

삶은 모든 사람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삶을,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는지는 오직 각자에게 주어진 것이다. 

어떤 사람을 만나고, 어떤 사람과 교제하며, 또 어떤 일을 하며 어떤 발자취와 영향력을 남기는 가능성과 공간은 당신에게 달려 있다. 

결국 삶은 주어진 것이지만 구성되는 것이다. 

이 구성을 어떻게 하는 가는 오직 당신에게 달려 있다. 


당신은 어떤 삶을 구성할 것인가?

어떤 붓으로, 어떤 색으로, 어떤 모양으로 삶을 그릴 것인가?

당신의 삶이 어떤 삶이 되기를 기대하는가?

당신의 삶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기고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하는가?

지금까지 당신은 누군가의 자식으로 또는 부모로, 누군가의 친구로 삶을 살아왔고, 학생으로, 직업인으로, 제자로, 스승으로 삶을 살아왔을 것이다. 

이 삶은 시작되었기에 가능했던 삶이고, 또한 앞으로도 구성되어 나갈 것이다. 


"내 삶에 일어났던 가장 중요한 사건은 무엇일까?"

이 질문은 삶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보기를 묻는다. 

오늘까지 당신을 만들어 온 삶의 경험을 묻는다. 

그리고 당신이 부여하는 삶의 의미와 기대를 묻는다. 

그리고 당신이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당신의 생각을 묻는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오직 당신만이 할 수 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당신의 목소리를 들어 보라.

당신 자신을 새롭게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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