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oman Mar 11. 2024

코드명 J, 찔러 보기

지금 보기엔 망작 수준이지만 95년도엔 세련되었던 사이버 펑크 명작

(사진 출처: IMDB)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되지 않고선
"코드명 J"에 대한 내 리뷰는
존재 의미를 갖기 어렵다


시대를 앞 서간 작품 10개를 담은 목록을 만들어 보라고 빙챗을 통해 ChatGPT에게 여러 차례 닦달을 해봐도 내 맘에 드는 목록은 나오지 않았다.


몇 번 다른 방식으로 시도해 봤지만 결과는 계속 실망스러웠다. 아무리 잘 설명을 해도 인공지능이 잘 만들어낼 수 없는 답변이 있다면, 그게 아마도 아직 인간이 할 수 있거나 해야만 하는 영역일 것이다.


"코드명 J"가 만들어진 시대는 "사이버 펑크"라는 장르가 영화와 만화 등의 수많은 극화에 퍼져 있던 시대였다. 그 시대를 정통으로 경험한 세대가 아니고선 당시의 충격을 말하긴 어렵다.


그곳엔 삶의 경험과 연결된 주관이 개입하고, 감성과 감각, 감정, 분위기 등의 모든 인터넷 바깥에 존재하는 생생한 질감과 결합된 정보만이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 커다랗게 있다.


"인류 최초의 블록버스터"로 불리는 "죠스"를 경험한 당시의 시대를 그린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 해변에서 방학을 즐기던 십 대 미국인 소녀였던 다큐 작가의 내레이션이 인상적이었다.


이제 오늘 적고자 하는 글은 인류 최초의 "블록버스터"같은 위대한 이벤트만큼은 되지 않지만 그 다큐 작가의 심정을 다소 내 인생에 이입해서 "사이버 펑크 문화"의 작품 중에 하나를 설명하는 글이다.


개인적인 경험과 연결되지 않고선 "코드명 J"에 대한 내 리뷰는 존재 의미를 갖기 어렵다. 공적이고 객관적인 영역에서 글을 써야 한다면 쓸만한 내용은 이미 거의 다 쓰여 있다.

 


그런 혁명적인 미래의
한 모습을 "코드명 J"가
그려내려고 했던 것이다


인터넷과 연결되어 이전과는 다른 인류로 변해가는 지구인을 그려내는 것은 "세기말의 감성"과도 결합되어 감각적이고도 나름의 깊이와 너비를 지닌 인터넷 기술과 인류사 결합을 통한 미래를 그렸다.


"공각기동대"는 애니메이션으로 당시 전 세계의 창작자에게 "넷지구"라는 강력한 울림을 전달했다. 권력/지식/명예/부란 장벽을 쌓은 이의 소유물인줄 일았던 것 중 일부인 지식이 대량으로 지구에 뿌려졌다.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서로 실시간에 가깝게 거리도 무시하고 보다 저렴한 통신 수단으로 마주하는 시대의 도래는 당연히 여러 형태의 "혁명"적인 미래를 예상하고 꿈꾸게끔 만들었다.


그런 혁명적인 미래의 한 모습을 "코드명 J"가 그려내려고 했던 것이다. 당시 할리우드 영화는 "로보캅"처럼 대형 기업을 수익을 위해 수많은 이의 일자리와 생명을 가치 없이 취급하는 존재로 그렸다.


이 작품 속에서도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한 "죠니"는 제약 대기업이자, 인류를 절멸로 몰아가는 전자기파로 인해 발생하는 불치병 "NAS"의 치료제를 개발하고도, 수익 최대화를 위해 아무리 많은이가 병으로 죽던 말던, 개발한 내용을 숨기는 "파마콤"과 싸운다.   


사실 1995년도부터 계속 보고 싶었던 이 작품을 당시에 못 봤던 이유는 연소자 관람 불가여서였고, 그 이후로는 찾기 어려워서였다. 결국 끈질기게 찾아서 마침내 보게 되었을 때의 감동은 컸다.


개봉했던 시대를 읽어내기엔 중요한 작품이다. 이 시대에 재평가를 받아야 할 작품 같은 변질되지 않는 의미를 갖고 있는 작품으로 분류하긴 어렵다. 숨어서 영향을 끼치고 있는 작품으론 볼 수 있다.


1. 이 작품을 보기 전에 버려야 할 편견

 1) "키아누 리브스"의  망작은 아닐 것이다 (△)

 2) 볼 가치가 있을만한 내용이 전무할 것이다 (X)

2. 코드명 J, 찔러 보기



여전히 그 상상력 속엔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녹여져 있다


1. 이 작품을 보기 전에 버려야 할 편견

 1) "키아누 리브스"의 망작은 아닐 것이다 (△)

위대한 배우 "키아누 리브스"가 나오는 작품인데 설마 망작일리가 있겠는가? 이런 질문을 가질만한 팬이 다수 있을 수가 있다. 하지만, 그는 의외로 적지 않은 망작 출연 횟수를 갖고 있는 배우다.


이 배우를 많이 좋아하긴 하지만 "코드명 J"를 포함해서 "리플리카", "필링 미네소타", "엑설런트 어드벤처" 등은 정말로 "팬"으로서의 마음 가짐을 망가 뜨리고 싶지 않다면 보지 않길 추천한다.


이 작품은 1995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에야 작품에 나오는 소재나 신선한 아이디어, 이야기의 전개 방식과 액션, 특수 효과, 사이버 펑크에 맞는 영상 등의 측면에서 충분히 흥행 요소를 인정받는다.


다만, 아직도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했던 세기말 등을 다룬 작품 중에 "매트릭스 1.2.3."와 "콘스탄틴"은 시대를 앞서가는 고유의 존재로 남은 명작으로 인정하고 계속 보게 되지만 이 작품은 아니다.


 2) 볼 가치가 있을만한 내용이 전무할 것이다 (X)

이 작품만이 그려냈던 영상과 스토리가 있다. 지금의 메모리 기술의 발달을 전공자도 아니었던 당시의 감독 등이 파악할 수는 없었겠지만, 300기가 바이트 정보 이동이 엄청난 일처럼 그려지고 있다.


정보의 보안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사람의 머릿속에 직접 데이터를 주입하고, 암호 없이는 해석이 안 되는 데이터를 지닌 채로 직접 가져다주는 직업이 고위험이자 고수익의 직업으로 나오고 있어서다.


보는 내내 핸드폰이나 내장 하드, USB 등 외부 메모리 등에 몇 테라바이트를 넣어서 갖다 주거나 웹하드나 클라우드 서버 등을 통해서 순식간 고용량 파일을 보낼 수 있는 이 시대가 감상을 방해한다.


다른 쪽으로는 정보의 보안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는 시대이기도 해서 이 같은 정보를 해킹이나 유출당하지 않게끔, 사람의 뇌를 통해서 옮기겠다는 상상을 했던 것이 혁신적이었음을 인정하게 된다.


바이오 컴퓨팅이라고도 하고 신체나 유기적인 소재로 만들어진 컴퓨터에 대한 아이디어도 첨단의 기술 발전의 한 방향이기도 하기 때문에, 여전히 그 상상력 속엔 아직 오지 않은 미래가 녹여져 있다.



2. 코드명 J, 찔러 보기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면서 호텔에서 잠에서 깨면서 에스코트 서비스의 여자와 함께 호텔 방에서 등장하는 최초의 장면부터가 "키아누 리브스"가 왜 이 작품에 캐스팅되었는지를 잘 드러낸다.

(좌 출처: Movie-Censorship.com / 우 출처: Sci-fi interfaces)

1994년도에 성공작인 "스피드"로 최고의 액션 배우의 반열에 오른 그가 이 작품에 나오게 된 것은 그만큼 "사이버 펑크" 세계 속의 인간을 초월한 초인적인 인상을 지닌 배우로서 그가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2024년에 봤음에도 불구하고 이 시대에는 망작 같은 이작품 내에서 그를 대체 가능한 다른 배우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망작에서조차 대체 배우가 떠오르지 않는 게 신기하다.


극 중 "죠니"는 최대한 뇌에 저장할 데이터의 용량을 키우기 위해서 과거의 모든 기억을 지운 존재다. 화려한 호텔에 투숙하며 좋은 술과 음식을 먹고, 하룻밤에 만불의 화대를 내는 인생을 택해서 살아오다가 기억을 다시 되찾고자 한다. 그러다 "뇌내 정보 배달원" 임무의 최대 위기와 마주쳤다.


이 각각의 과정에서 눈길을 끄는 장면이 나온다. 좀 더 고가의 일을 맡기 위해, 원래 80기가 바이트 밖에 안 되는 뇌내 저장 용량을 160 기가바이트로 올리고, 여기에 비밀 정보를 대량으로 보내고자 하는 상대가 원하자 320기가 바이트까지 문제가 안된다고 하며 데이터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당시에 이 수치는 어마어마한 용량을 의미하는 것이었음에 틀림없었다.


당시 컴퓨터를 좀 안다고 하는 관객은 "정말 너무 말도 안 되는 허무 맹랑한 이야기를 하고 있군"이라 했을 것이다.


(당장 5G 서비스로 한 달에 수십 기가바이트씩 사용하는 이에겐 그저 별 것 아닌 이야기를 요령 없이 하고 있는 것처럼도 들리지만)


무리하게 받아들인 후에 화장실에 들어가 코피를 흘리면서 신체의 안정성을 찾기 위해 취하는 "죠니"의 손동작은 "콘스탄틴"에서의 퇴마를 위한 화려한 동작을 예견하게 만들 정도다.  

(출처: Blu-ray.com)

이미 "스타워즈"라고 하는 작품부터가 "7인의 사무라이" 등의 일본 영화 속 사무라이 스토리를 깊게 받아들여 내재화했던 것처럼, "사이버 펑크"에도 깊이 영향을 끼친 것은 "재패니메이션"이다.


(좌 출처 : Alamy / 우 출처 : The Patterning)


그리고 "매트릭스"가 1999년 개봉해서 "사이버 펑크"의 끝판왕 같은 위치를 차지하며 전 세계적인 광품이 일어났을 때 "워쇼스키 형제(당시는 형제, 지금은 자매)"는 "공각기동대"같은 "재패니메이션"의 영향을 받았음을 공공연히 인정했다.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기 이전에 먼저 "코드명 J"가 그들에게 끼친 영화사적인 영향력이 분명히 있었을 거란 생각이 "코드명 J"를 보는 순간에 들었다.


만약 "워쇼스키 형제"가 1995년도에 진지하게 이 작품을 봤다면, 자신들이 "키아누"같은 배우를 써서 미래를 그렸다면 훨씬 잘 해냈을 거란 생각을 했을 것이다.


"매트릭스"를 먼저 봤기 때문에 경험하게 된 약간 비슷한 기시감이 이 영화 속에서 나타나기에 하는 말이다. 당연히 "코드명 J"가 "매트릭스"를 참고했을 리는 없고, 반대만이 가능한 경로다.

(출처: Mutant Reviewers)

그 "사이버 펑크"의 매력과 생명력은 왠지 인공지능이 창궐하는 이 첨단의 기계 문명 시대에 와서 오히려 더 한풀 꺾이고 힘이 약해진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숨어 있었던 "사이버 펑크"의 명작인 "총몽"을 원작으로 한 "알리타"가 기대했던 만큼의 흥행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받았다.


아마도, 인간과 같은 범용 인공지능과 우주여행 등의 미래를 다룬 소재가 하나둘씩 현실화되면서 더 이상 상상이 현실보다 더 혁신적이지도 않고 놀랍지도 않은 평범한 것으로 느껴져서가 아닐까?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류작이 서로 만들어지고 그만저만한 도토리 키재기 같은 작품이 만들어지는 그런 때가 그런 아류를 모아서 다시 다듬고 집대성해서 다시 결정화된 작품으로 만들어내는 이가 나올 때가 되는 법이다.


잡동사니 같은 휴대폰과 MP3, 터치스크린 패드 등의 핵심적인 기능만을 모으고 일본의 "Zen"과 "켈리그라피" 등의 디자인을 결합한 아이폰과 아이팟, 아이패드 등이 시장을 지배하고 장악하면서 열어 갔던 것처럼.


서비스의 분야가 될지, 문화 상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쯤이 바로 아주 밝아지기 전에 가장 어두운 그 순간이 아닐까 싶다. "코드명 J"는 어두웠던 시기가 어떤 것이었는지를 복기해 주는 예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