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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Mar 18. 2024

빅쇼트, 찔러 보기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채권 사태로 돌아보는 경제위기, 무책임한 미 금융권

(출처: Rotten Tomato)

그들보다는 조금 더
양심이 있고 우리 쪽에 가까운
"로빈 후드"가 복수해 주면
좋을 거란 걸 아는 이가
만든 작품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비난도 하다가 이런 영화를 보게 되면 존경하게 된다. 금융 사기꾼이 마음 편하게 살아가고 있는 나라에 비해서 그래도 큰 사건이 일어나면 추적하여 영화로 만들곤 해서다.


이 나쁜 놈들의 정체를 만방에 드러내야지만 선량하고 금융지식이 모자라서 당할 위기 속의 멍청한 희생자 노릇을 그나마 덜 할 수 있으니까.


말 그대로 "돈"밖에 모르는 놈은 자신이 부정한 방법으로 버는 돈 때문에 남이 일자리를 잃게 되건, 남의 자식이 교육을 못 받게 되건, 집을 잃고 길바닥에 내쳐져서 살다 자살을 하건 말건 상관하지 않는 법이다.


통상 이 악당의 정체를 밝혀내는 극화나 다큐를 보면서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만, 그들보다는 조금 더 양심이 있고 우리 쪽에 가까운 "로빈 후드"가 복수해 주면 좋을 거란 걸 아는 이가 만든 작품이다.



1998년도에 한국에 벌어진 IMF사태를 다룬 영화는 "국가부도의 날"이다. 아직도 그 영화를 보지 않았는데, 얼마나 열받게 될지 이미 상상이 되고, 암이라도 생길 것 같기 때문에 두려워서였다.


이런 종류의 국가적 금융 위기 사태에 관련된 "금융권"의 가해자에 속한 이는 "돈"에 관련된 수치만을 정보로 인식하면서 그 수치를 둘러싼 현실은 "사이코 패스"가 아니더라도 인식하지 않는 듯하다.


얼마나 많은 이가 일자리를 잃거나 죽거나 상관없이 한몫 쥐고자 하는 그들은 "돈"만 챙길 수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져도 어느 곳에서든 무마가 된다는 경험적이고도 통계적인 진실을 잘 알고 있다.


1. 보기 전에 버려야 할 선입견

 1) 금융 용어가 난무해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X)

 2) 금융 시장에 문제를 일으킨 자들은 처벌받았을 것이다(X)

2. 빅쇼트, 찔러 보기



남을 범죄에 가까운 행위를
동원해서 요령 좋게 속이고
돈 버는 것도 자본주의가
허락하는 자유라고 보기 때문에,
규제를 세우고 피해를 막자는
제안조차 "좌경화"라고
경우에 맞지 않게 비난한다.


1. 보기 전에 버려야 할 선입견

1) 금융 용어가 난무해서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X)

"서브 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라는 키워드를 기억한다면 2008년도에 "리만 브라더스"라고 하는 거대 미국 은행이 폭망 하면서 세계 경제가 주저앉게 되어 벌어진 상황을 연결해서 찾아낼 수 있다.

(출처: Reddit)

이것이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그려냈던 작품 중에 하나가 "인사이드 잡"이었다. 이 작품에 대한 내용은 "버트란트 러셀"을 주인공으로 한 그래픽 노블인 "로지코믹스"에 대한 내용을 적다가 나왔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지도록 방치한 금융권의 무책임한 관련자들이 즐기는 것이 다름 아닌 일반인이 알아듣기 어려운 금융상품명을 만들고, 이해할 수 없는 구조로 난해하게 만든 뒤에 구매하게 하는 거다.


그래서 이들이 자기를 변호하기 위해 지껄이는 이야기를 그대로 듣다 보면 정신이 아득해진다. 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그런 면을 충분히 고려해서 이해하기 쉬운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유명인 카메오(마고 로비와 셀레나 고메즈)를 동원하여 "공매도(空賣渡: Short Selling)“와 문제의 파생금융상품인 "CDO(부채담보부증권: Collateralized Debt Obligation)”를 알기 쉽게 설명했다.

(좌출처: Alamy, 우출처: Julie Kinnear)


당시의 사태가 벌어지기 전에 미국의 은행은 "모기지론"이라는 2~30년간 대출금을 빌려주고 저리의 이자를 받는 상품을 가치가 낮은 상품으로만 취급하다가 이를 많이 묶어서 MBS(모기지 저당 증권: Morgage Based Security)인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의 주범이 되는 채권을 대량 발행한다.


2) 금융 시장에 문제를 일으킨 자들은 처벌받았을 것이다(X)

벌어질 사태를 예견하지 못하고 문제없을 것이라는 언론 플레이에 주로 나서곤 했던 "앨런 그린스펀"은 경력상의 유일무이한 오점으로 이 사건을 방치하고 이해 못 했음을 인정했다.


이 작품 속에서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는 멍청한 금융인으로만 등장하는 여러 인물이 적지 않게 나온다.


CDO가 부실한 파생 금융상품임을 알고 있고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최고 등급으로 평가해서 경제 위기를 초래하기 직전까지 판매되도록 만들었던 사기를 실제로 행한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제사범 중에 처벌받은 이는 단 1명뿐이었다고 한다. 그것도 그 모두가 했던 루틴한 범죄로.


문제가 되었던 상품 CDO와 비슷한 상품이 슬그머니 경제 위기 이후에 다시 등장했다는 내용도 나온다.


실제로 "경제 위기"로 인해 발생한 수없이 많은 이의 실업과 자산 손실에 대해 책임진 이는 없었고, 같은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할 수 있는 장치도 마련되지 않았다.


이게 참으로 살 떨리는 일이긴 한데, 이를 지적하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고 금융당국이나 정부에 이야기하면 따라서 돌아오는 이야기는 없다. 그냥 쉬쉬하면서 넘어갈 뿐이다.


남을 범죄에 가까운 행위를 동원해서 요령 좋게 속이고 돈 버는 것도 자본주의가 허락하는 자유라고 보기 때문에, 규제를 세우고 피해를 막자는 제안조차 "좌경화"라고 경우에 맞지 않게 비난한다.


이런 사기를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필요한 이득을 볼 거대 은행과 금융 기관 등이 정치권과 결탁하여,


이익을 볼 기회를 막는 규제가 생기는 것을 막는데 막대한 자금을 투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이 실질적인 금융거래와는
살짝 거리가 있지만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빅 쇼트 포지션"이니까.


2. 빅쇼트, 찔러 보기

이 작품은 2015년도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세련미와 메시지의 명확 간결함, 촌철살인의 뛰어난 대사 등이 2024년도에 이르러서 봤어도 하나 떨어짐이 없었다. 당시엔 얼마나 더 좋아 보였을까?


속도감도 빠르고, 지리멸렬하게 느끼게 만들만한 부분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이 작품의 주인공은 여러 명이라 할 수 있다. 그 이름만 들어도 화려하기 때문에 왜 내가 보지 않았던 것인지 분할 정도다.


1) 크리스천 베일 : 이 사태를 가장 먼저 관측하고 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기를 파악한 증권사 펀드매니저인 "마이클 버리" 역을 맡았다. 결국 MBS, CDO, 합성 CDO를 대상으로 공매도를 단행키로 한다(Short Selling 포지션을 잡는다).

(출처: The Big Short 2015)

2) 스티브 카렐 : 원래의 코미디언 연기를 거의 하지 않고 시종일관 진지한 이로 나오는 헤지펀드의 소유주인 "마크 바움(실제 인물명은 스티브 아이즈먼)" 역으로 나온다. 잘못 걸려온 전화를 통해 우연히 "거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잡고 있는 흐름을 알게 된 후에 거대 은행 내부 직원으로서 비열한 상황을 파악한 "제라드 베넷"의 제안에 따른 공매도를 진행한다.  

(출처: The Trading Life)

3) 라이언 고슬링 : 은행 내부자로서 "주택 모기지론 관련 채권"의 위험성을 내부에서 깨닫고 공매도 포지션을 잡아야만 하는 정확한 이유를 파악하고 헤지펀드사주 "마크 바움"과 함께 하는 "제라드 베넷"을 연기했다.

(출처: IMDB)

4) 브레드 피트 : 전설의 은둔 고수 트레이더 같은 존재인 "벤 리커트"역으로 소규모 헤지펀드사의 2명이 해당 사태를 파악하고 도움을 요청해 오자 자금을 지원하고, 이 둘이 공매도로 벌게 될 돈에 대한 기대 때문에 춤을 추자 이들이 미국 경제가 망하는데 베팅을 하고 있는 주제에 춤까지 추지는 말라고 따끔하게 혼내는 장면이 압권이다.

(출처 : Rolling Stone)

이 주연 배우 4명이 각각의 배역에서 미국의 주택 시장 붕괴와 이에 따른 채권 붕괴의 시나리오를 미리 파악하고 공매도를 진행해서 커다란 수익을 실현한다.


붕괴를 방치해 오면서 문제를 숨기고, 가치가 전혀 없는 채권을 가치가 있는 것처럼 사기를 치는 거대 은랭의 뻔뻔함을 보면 분노가 치밀어 오를 수밖에 없다.


정당한 "상식과 양심이 있는 진영"에서 할 수 있는 합법적인 복수가 채권 등에 대한 "공매도" 포지션을 취해서 이 같은 도덕적 헤이와 더불은 범죄를 저지른 은행권에 펀치를 날린 것이 통쾌함으로 다가오게 된다.


군데군데, 극적인 재미를 높이기 위해서 사실이 아닌데 집어넣은 장면이 있음을 출연 중인 배우가 화면 정면의 관객과 시청자를 바라보며 대놓고 이야기하는 장면도 이 작품의 백미다.


"데드풀"같은 영화 등에서 각광받게 된 제4의 벽인 "방백"을 이미 요령 있게 작품 속에서 잘 썼을뿐더러, 쾌감 넘치는 복수 후에도 결국 사회가 변화하지는 않았음을 냉철하게 돌아보기도 했다.


우리는 이 같은 작품을 보면서 "하락장"에 "공매도"로 진입해서 이익을 보는 것만을 생각하면서 어찌하면 한 번에 대박을 당길까를 생각할 기회로 이 작품을 볼 수도 있다.


동시에 경제 위기를 초래할 그 어떤 짓거리를 해도 돈만 벌 수 있다면 거리낌 없이 하는 수많은 이가 항상 여러 곳에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의사결정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된다.


그런 놈들이 힘이나 권한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에 가지 못하도록 항상 더듬이를 잘 세우고 세상 돌아가는 것을 잘 보고 있어야만 한다. 우선 투표에 참여할 때, 이런 짓을 도울 놈들이 뽑히지 않게 하자.


이게 우선 시도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실행 가능한 방안인 것이니까. 실질적인 금융거래와는 살짝 거리가 있지만 우리가 정당하게 취할 수 있는 "빅 쇼트 포지션"이기 때문이다. 같이 방치하며 망하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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