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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May 20. 2024

분노의 질주:도쿄 드리프트, 찔러 보기

두 작품의 세계관의 교차점을 보다

(포스터 출처: TV Insider)


자동차에 관련된 "영화"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고 한다


40살이나 차이가 나는 외동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이에 굳이 보지 않았을 작품이 생기고 있다. 때론 관심사가 다르게 흐르다 보니, 내가 아이의 나이였을 땐 관심 없던 것을 보게 되기도 한다.


그것이 가족이고, 가족 간의 상호의존과 서로 주고받는 영향력은 때로 수많은 변주를 만들어 낸다. 가정을 만들지 않고, 아이를 갖기로 결정하지 않았다면 찾지 못했을 새로운 관심의 영역이 고맙다.


차에 대해서 아무리 관심이 많았던 유년기를 내 아이처럼 보냈던 것이 나였다고 하더라도, 그 시대에는 "차"에 대한 정보도 적었고, 만들어진 차도 덜 다양했으며, 장난감/게임/영상 모두 희소했다.


하지만 이미 녀석은 "로블록스" 등에 들어가서 자신만의 자동차 경주 게임을 척척 만들어 내면서 글과 말을 깨치기 전인 어렸을 때부터 수없이 내게 읽어달라고 했던 "자동차백과"의 지식을 결합한다.


나도 자동차에 대해서 좀 더 자세히 더 많은 것을 알게 된 것은 아이에게 "자동차"에 관련된 여러 가지 책을 읽어주면서부터였다. 아이를 같이 키우는 장모님과 아내도 모두 업그레이드되었다.


공룡과 문명발달사, 세계사, 국사, 비행기사, 과학사 등등 육아 과정에서 읽으면서 생긴 지식의 양도 절댓값으로만 따지자면 적지만은 않다. 그중에 이번에는 "자동차"만, 좀 더 좁히자면, 자동차에 관련된 "영화"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려고 한다.


   


그것이 자신의 아빠인 내게도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남산이나 북악스카이웨이, 성신여대 등에는 전자오락실이 아직도 있다. 모바일 게임과 피씨 게임, 닌텐도, 플레이스테이션 등이 전자오락실을 동네에선 다 쫓아낼 수 있었어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여기에 갈 때마다 녀석이 주로 했던 게임 중에 하나가 일본 자동차 경주 만화 "이니셜 D"에서의 경주 대결을 꽤 애니메이션의 상황을 비슷하게 연출한 것이었다. 4~5년간 이 게임을 갈 때마다 했다.

(출처: Gamatsu)

그러더니 게임 속의 컴퓨터가 만들어낸 경쟁자와의 대결을 연거푸 여러판을 이기고, 어느 순간엔 현란하게 드리프트를 하고, 속도 조절을 하며, 능숙하게 경쟁차를 압도하고 게임을 지배했다.


일단, 이 게임에 능숙해지니 "마리오 카트"같은 게임에서 1등으로 완주하는 것은 그저 쉬운 일이 되었다. 그러다, 넷플릭스에서 "이니셜 D"를 찾아서 보자는 이야기를 먼저 꺼냈다.


"이니셜 D"라는 만화가 있다는 것도 이미 알았고, 그것을 토대로 한 애니메이션도 있고, 이를 토대로 한 실사영화가 나왔으며, 주인공을 대만의 천재 싱어송라이터이자 영화감독에 배우까지 하는 다재다능한 배우 "주걸륜"이 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지만, 그걸 볼 생각은 해본 적 없다.


그런데, 녀석은 이야기를 꺼내자마자 바로 그 자리에서 "이니셜 D"를 틀었고, 잠시 후에 나 또한 빨려 들어가 진지하게 "다수의 중화권 배우"들이 "소수의 일본 배우"를 참여시키면서 일본을 배경으로 해서 중국어를 쓰면서도 "일본인"인 것처럼 연기한 작품을 설정 그대로 속아 보기로 하고 끝까지 봤다.

(출처: Amazon.com)

"도요타" 배달용 범용 차량을 치밀하게 경주용 차량 수준으로 튜닝해서 타고 다니는 "두부집"의 아들이자 배달기사인 주인공이 "프로레이서"들을 도장 깨기 하듯이 경주로 이긴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출처: Netflix)

미소년급의 남자 배우를 여럿 나오게 하고, 일본에 실제로 있는 비탈진 산을 내려오는 도로에서의 경주를 실감 나게 그리고, 차량을 튜닝해서 성능을 높이고, 컴퓨터를 연결해서 정밀한 조작을 하는 장면들이 매우 구체적이다 보니 작품에 매료되는 속도가 빨랐고 본 뒤의 여운도 길었다.


 그런데 이 영화가 끝나자마자 "아빠, 한편 더 봐야 할 작품이 있어요"라고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이야기를 해왔다. 녀석은 이미 본 작품이었지만 나와 같이 보고 싶은 작품이라고 했다.



그것이 바로 "분노의 질주"의 3번째 작품인 "도쿄 드리프트"였다. 2006년도에 개봉한 이 작품을 18년간 알고만 있었을 뿐 꼭 봐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흥행도 시리즈 내에서 가장 저조했다.


1편과 2편 외에 "분노의 질주" 시리즈 중에 본 것은 외전 형식의 작품인 "홉스 앤 쇼" 정도다. "폴 워커"가 죽은 이후로 "반디젤"과 "드웨인 존스", "제이슨 스타뎀"이란 세명의 무뇌 액션에 보다 어울리고 익숙한 주인공이 판치는 작품이 되어가다 보니 꼭 봐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1편과 2편이 2001년과 2003년에 각각 흥행할 때, 난, 극장에 가는 것을 엄두도 못 낼 정도로 너무 바빴다. 비디오로 뒤늦게 본 게 전부였고 3편이 이전 시리즈와 다른 분위기여서 보기를 꺼렸다.


 그런데, 아들에겐 이 작품이 "이니셜 D"를 통해서 경험한 일본 내에서 벌어지는 "일본 내수용 자동차(Japanese Domestic Model)"간의 매력적인 튜닝에 이은 스피드 경쟁을 보여주는 작품이었기 때문에 너무나도 재미가 있었다. 그것이 자신의 아빠인 내게도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1. 벗어나야 할 선입견

 1) 이 앞뒤의 작품과 비교해서 재미없을 것이다(X)

 2) 화려한 스타가 없어 매력이 덜 할 것이다(X)

 3) 도쿄 배경이라 스케일이 작을 것이다(X)

2. 분노의 질주:도쿄 드리프트, 찔러 보기

 


1. 벗어나야 할 선입견

1) 이 앞뒤의 작품과 비교해서 재미없을 것이다(X)

이 근거 없는 생각이 나로 하여금 이 작품을 자꾸 보지 않도록 만드는 중요한 이유가 되었다. 그렇지만 초반에 무기 소지 등을 검사하기 위한 입구의 조사대를 지나, 다니는 고등학교에 진입하는 주인공 "숀 보스웰"의 모습이 이후에 학생에 대한 규율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미국을 감잡게 했다.


대만계 미국인 감독인 "저스틴 린"이 바라보는 미국의 모습은 이후의 차량 경주에서 불의를 저지른 집안 배경이 좋은 남녀는 선처를 받고, 아무런 빽이 없는 주인공은 선처가 되지 않는, "유전무죄, 무전유죄"인 미국 사회를 가감 없이 냉정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출처: road & track)

주인공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서는 목숨을 거는 수준의 차량 레이싱을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앞 뒤 가리지 않고 실력도 없는 상태에서 핸들링을 하는 경솔한 고등학생으로 등장한다.


 "히어로나 히로인"같은 존재로서 큰 그것이 자신의 아빠인 내게도 재미있을 거라 생각했던 것이다. 대다수의 분노의 질주 출연자들이 실수 같은 것을 하지 않고 뛰어난 능력만 보여주는 캐릭터인 것에 비해서, 배우고 깨닫고 성장하는 "숀"의 모습은 "고등학생"이라는 설정된 신분 때문일 수 있으나 "성장 스토리"로서의 작품의 매력을 더한다.


재미를 떠나서 아이가 보고 성장의 재료로 삼을 수 있고, 성인인 나 역시 아직 성장하기에 늦지 않았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면 일단, 재미를 긍정적으로 뛰어넘는 요소를 하나 갖고 있는 것이다.


2) 화려한 스타가 없어 매력이 덜 할 것이다(X)

주인공은 그 이후 18년의 시간 동안 뛰어난 주연급의 배우인 "반디젤"과 "드웨인 존스", "제이슨 스타뎀"같은 대머리에 뛰어난 근육과 더불은 무술 실력을 가진 유명세를 갖지 못하고 있는 "루카스 블랙"이다. "폴 워커" 못지않은 핸섬함을 갖고 있었다. 다만, 신체비율이 평범했을 뿐이다.


마찬가지로 화려한 "갤 가돗"이나 "미셸 로드리게즈"같은 급의 여배우도 출연하지 않고, "나탈리 켈리"가 여주인공으로 나오고, 일본 내에선 인지도가 높은 배우 "키타가와 케이코"가 출연했지만 대부분 편집되어 버려서 의미 있는 장면에 나오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니셜 D"같은 전통적인 차량 레이싱에 보다 진지하게 몰입하는 "오덕"스러움을 담고 있는 작품에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시청자라면 도전해 볼만하다.


"분노의 질주"시리즈에서 유명세를 얻었지만 실제의 삶에서 사고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배우 "폴 워커"의 영향력이 아직도 지대한 이 시리즈에서 그가 극 중 애용했던 "스카이라인 GTR"을 포함한 다양한 차량이 나와서 성능을 겨루고 있어 흥미진진하다.

(출처: Pinterest)


 3) 도쿄 배경이라 스케일이 작을 것이다(X)

실제로 밀집된 건물 등으로 비어 있는 도로 등의 공간이 협소한 "도쿄"에서 카 체이싱 등을 직접 찍는 것은 화려한 카 체이싱 등을 구현하는데 전혀 유리하지 않다.


"이니셜 D"가 택했던 전략은 모든 차량 경주가 하나의 장소에서 반복해서 여러 번 일어나는 것으로 편집을 하는 것이었다. "도쿄 드리프트"도 "이니셜 D"를 참고하고 가능한 방법이 이것이라 생각해서 도입한 같은 장소의 산길 내려오기 경주가 나온다.

(출처: Perfect Shift)

그리고 폐쇄되어 있는 나선형의 좁은 건물 주차장에서 간신히 커브를 드리프트 하며 돌고돌아 벽과 가로대 등에 차가 긁히지 않고 올라가는 경주를 보여주면서 작은 스케일이라는 단점을 긴박감과 아슬아슬함, 섬세한 운전 테크닉이 서로 격돌하는 이미지로 장점화 시키는 매력을 발휘했다.


길가를 건너는 수많은 인파를 모세가 홍해 가르듯이 가르면서 드리프트 하는 장면은 기적과도 같은 장면이긴 한데, 알아본 바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하여 만들어낸 것이었다. 그래도 흥미롭다.



2. 분노의 질주:도쿄 드리프트, 찔러 보기

미국 할리우드나 유럽 국가 영화의 시리즈물로 흥행 정체기를 겪고 있거나 쉬고 있는 작품을 일본이나 중국의 업체가 투자를 해서 자국을 홍보하는 한편 정도의 작품을 찍는 경우가 종종 있다.


관객을 근육질과 카리스마로 사로잡았던 "울버린"의 상품성을 알아본 일본의 제작사가 일본을 배경으로 한 시리즈 한편을 만들어내도록 만들었던 일례가 있었다.


배경을 중국으로 바꾸진 않았지만 괴수가 나와도 현실적인 중량감이 넘치는 "퍼시픽 림"을 중국 투자사가 자금을 대서 "중국인"이 세계 평화를 지키는 스토리로 만들어 중국 내 흥행을 높인 예도 있다.


당시 촬영 스케줄이 안 맞았던 "폴 워커"를 빼고, 비슷한 이미지를 가진 "루카스 블랙"과 일본 및 한국계 일본/미국 배우를 일부 기용했으며, 이 과정에서 송강호와 소지섭을 반반씩 본뜬 느낌의 "성 강(본명:강 성호)"이 나왔다.


이 작품의 마지막에 "반디젤"이 작품 내에서 죽은 것으로 나오는 "성 강"이 연기한 "한"과 예전에 같이 일을 했다고 이야기를 했던 것 때문에, 이 작품은 그저 외전 형식의 작품이 아닌 기타 시리즈와 연결된 작품으로 반복되어 언급되고, 실제로 다른 시리즈와 이어지는 스토리로 남을 수 있었다.


(출처: Screen Rant)

"성 강"이란 배우가 이 작품에서 충분한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존재임을 증명하지 않았다면, 이후에 시간 배열을 더 앞 선 것으로 한 후속 시리즈에서 다시 부활하듯 살아 있는 배역을 주진 않았을 거다.


그러다 보니 "도쿄 드리프트"와 비교해서 시간상 더 앞서 있는 "분노의 질주" 시리즈가 다시 "도쿄 드리프트" 시점과 만나게 되는 이야기에 대한 관심이 생겨날 정도가 된다.


그렇지만, 아들 녀석은 내게 다른 "분노의 질주" 후속 편을 꼭 봐야 한다는 이야기는 전혀 하지 않는다. 보던지 말던지는 그건 내 몫이다. 그런데 왜 이 작품은 꼭 봐야 한다고 강권하고 재생했을까?


그것은 그만큼 녀석이 내가 자신의 취미인 "자동차"의 스펙과 성능을 파악하고, 게임으로 만들기도 하고, 때로 미니카를 사고, 게임팩을 사기도 하는 과정에서 내 도움을 바라고 있기 때문인 것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뻔한 이유보다 무의식 중에 내게 전달코자 하는 의도가 선행했을 거라 생각한다. 이 작품만이 "분노의 질주"와 "이니셜 D"의 이질적이고도 상이한 두 레이싱 극화의 다른 세계관이 교차하면서 마주치는 드문 이벤트가 벌어지고 있다. 매우 희귀한 경험이 살아 있다.


이런 경험을 최소한 아직은 소중하게 생각하는 아빠와 같이 기억으로서 나누고 싶었으리라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을 하고 보니 오늘 이 내용을 여러분에게 쓴 나의 의도도 하나 더 지금 이 문장을 쓰는 순간에 확실해지는 것 같다. 보다 가성비 높게 양쪽 극화의 세계관이 혼합된 이 작품을 권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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