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울 동기를 가진 후계자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에 대한 유쾌한 대답
3편까지 이 작품을 매번 재미있게 봤다는 기억이 남아 있다. 아이가 태어나기 훨씬 전인 내가 결혼을 할 때였던 2008년도가 이 작품의 최초 편의 개봉년이었다.
뒤어어 2011년도에는 아직 아이가 태어나지 않았을 때 2편이 개봉했고, 3편이 나왔을 때는 아이가 아직 글도 제대로 깨치지 못하고 있을 때였다.
그런데,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도 즐겨했던 내겐 당시의 1~3편 모두가 극장에 가서 봐도 좋을만큼 중요한 작품처럼 느껴졌었다. 1편은 아내와 같이 봤지만 2편과 3편은 양해를 구하고 혼자 가서 봤다.
매편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재미있었다. 그렇게 재미있었던 중요한 요소는 4살에 미국으로 이민 온 한국계 여자 감독인 "여인영, 제니퍼 여 넬슨"의 역량이었다고 평가를 받아왔다.
통상 미국이나 유럽의 감독이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의 역사를 잘 모른 상태에서 장님 코끼리 더듬듯이 만들어온 아시아 배경의 실사영화나 애니메이션이 제대로 아시아인의 감수성을 묘사해내지 못함으로써 제대로 흥행하지 못하고, 불완전한 작품으로 남아 왔던 것을 "여" 감독은 확실히 보충했다.
그런 역사라든가 배경을 제대로 모르는, 이제야 같이 가서 볼 영화와 애니메이션이 생기고 있는 아들에게 같이 보러갈 작품을 고르라고 제안을 했던 금년 어린이 날 "일요일"에 "쿵푸팬더4"만 있었다.
슬쩍 물어봤던 바 1~3편을 여기저기에서 TV로 본적은 있지만, 4편을 극장까지 가서 봐야할만큼 재미있는 애니메이션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줬다.
MCU의 "스파이더맨" 시리즈도 아니고, "귀멸의 칼날"같은 멋지고 비장한 칼싸움이 나오는 작품도 아니며, 이 나이 또래 애들이 같이 보는 만화의 캐릭터를 사용해서 만든 개봉 영화도 아니라서다.
그래서 일요일 오후 아들은 친구와 만나서 놀 계획을 잡고 있었다. 그런데, 그 계획이 친구의 집안이 갑작스레 먼곳으로 여행을 가게 되면서 일방적으로 취소가 되어버렸다.
갑작스럽게 오후가 통째로 비자 녀석은 그렇다면 이 작품을 보러 가는게 어떻겠냐는 이야기에 솔깃했다. 서울 시내에 있는 통신사 멤버십으로 1+1을 사용해서 예매하여 볼 수 있는 CGV영화관을 찾아본바, 단 한 곳이 적당한 오후 시간에 상연하는 개봉관을 갖고 있었다. 그게 CGV명동이었다.
여기까지 지하철을 타고 찾아가는 길에 수없이 많은 외국인이 명동 거리를 활보하고 있음을 아이와 함께 보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나름 신기함과 이국적인 풍경을 흥미롭게 관찰했다.
그 때는 당연히 "여인영" 감독이 만든 작품이었겠거니 생각했었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여" 감독의 색상이 사라졌음을 언뜻 느꼈던 것 같았다. 과연 감독이 "마이크 미첼"로 바뀌어 있었다.
아시아에 지난 16년 여의 세월동안 수없이 많은 서구인이 들어왔고, 서구 국가에 또한 수없이 많은 아시아인이 들어갔으며, 각 지역의 문화는 세계화와 넷문명의 진보, 모바일문명, 생성형 AI 등의 국가와 지역간의 장벽을 파괴하는 문명의 변화에 의해서 여러 면에서 점차적으로 동질화되고 있다.
2008~2016년까지의 세계에서 중국을 배경으로한 애니를 흥행작으로 만드는데 있어서 한국계 미국인 여류 감독의 필요성이 납득되었던 것이 당시였겠지만 2024년까지의 세계는 바뀌었던거다.
그래서였을까? 이 작품을 보면서 내가 느끼는 재미는 다소 이전 수준만큼 올라가지 못했지만, 1~3편에서 실망했다고 한 아들은 "코미디 작품"으로써 재미있게 봤다고 했다.
"그래. 이제 50세의 여름을 맞고 있는 나란 아저씨의 감각"은 "10세의 여름을 맞고 있는 내 아들의 감각"과는 많이 다른 것이 되어 버린 것이 분명한 것 같다.
* 쿵푸팬더4, 찔러 보기
* 쿵푸팬더4, 찔러 보기
"드림웍스"와 "일루미네이션", "픽사", "블루스카이"라는 미국의 4대 메이저 "애니메이션 제작사"가 만들어 낸 작품 중에 최소한 1~2편이 제대로 흥행을 못한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아이를 대상으로 만든 작품이지만 영리하게도 아이의 손을 잡고 극장으로 오던지, 채널 선택권을 갖고 볼 작품을 결정하고 영향을 미칠 보호자인 어른의 구미에도 맞출 수 있는 절묘함을 갖고 있다.
때늦은 시기에도 여전히 양반 놀음을 하고 "만화와 애니메이션 장르"를 대중문화 하위 장르로 무시하는 것을 오랜 세월 그치지 않았던 한국이 최근 웹툰을 통해서 활로를 찾아 나가고 있긴하다.
하지만, 거대 "애니메이션"의 세계로 들어가면 "뽀로로"나 "타요", "라바", "로보카 폴리" 정도의 유아용 작품을 만들어서 국위 선양한 몇개의 제작사를 제외하자면 "미, 일"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는 한참 먼 것 같다. 다양한 문화 소프트를 가지고 오리지널 "애니"도 만드는 중국보다도 약해보인다.
정작 중국의 역사이고, 중국의 역사/문화적 소프트이기도 한 "쿵푸"와 "팬더"를 가지고 수준 높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서구 국가 뿐만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에도 성공시킨, 미국의 저력은 "여인영" 감독을 만나서 더 폭발적인 흥행을 가져온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4편은 이 1~3편과 분명히 여러모로 다른 작법을 추구하면서 동시에 흥행하기에 안전한 형식을 취하며, 실패하지 않는 작품으로 남기를 원했기 때문인지, 조금 민숭맹숭한 느낌이 내겐 들었다.
다만, 아이는 "마이크" 감독의 코미디에 특화된 작품 스타일이 꽤 맘에 들었던 것 같다. 애니를 더 재미있게 만들 수 있는 요소로써 이전까지의 빌런을 한데 모아서 영혼계로부터 온 모습을 보여줬다.
1~3편의 기억을 어느정도 이상 가지고 이 작품을 아이를 데리고와서나 아이를 통해서 보게 되었을 어른에게 이 내용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동시에 이 작품의 빌런인 "카멜레온"이 그 빌런의 능력을 빨아들여 자신의 파워로 만든다는 내용이 어필할만한 부분이다.
주인공 "포(잭 블랙)"와 그의 "후계자"인 "젠(아콰피나)"가 어떻게 싸워 이길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이 들 정도로 거침없이 파워업이 되는 장면이 긴장감을 끌어올리긴 해서다.
하지만, 이 작품을 가지고서 "드림웍스"가 노렸을만한 것은 후속작을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었으리라고 생각했다.
"슈렉 포에버"를 그 전작 "슈렉3"편이 흥행 참패함에 따라 심혈을 기울여 내놓고, 작품에 대한 인식은 바꿔놓았지만 결국 외전인 "장화신은 고양이 시리즈"를 내놓으면서 사실상 종결을 한 상황이다.
"마이크" 감독의 재능이 시리즈가 더 많아지는 가운데 활력과 매력을 잃어 가는 시리즈물을 한번 더 흥행을 일으켜서 본전을 제대로 뽑아내고 마무리 짓는 능력에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닐까?
이 작품을 보면서 떠오르는 유사한 작품은 "카 3"였다. 주인공 "라이트닝 맥퀸"은 퇴물이 되어가는 자동차 경주의 왕년의 챔피언이었다가 다시 재기하려고 노력하지만, 자신의 재기를 위해 조력하던 차가 더한 재능을 가진 후계자임을 발견하고, 미련없이 그에게 기회를 주고나서 뒤로 은퇴한다.
이 시리즈는 2017년의 그 개봉년 이후에는 더이상의 후속편이 나오지 않고 있다. 왜냐면 당시에 후속편을 기획했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흥행이 낮게 나와서였던 것이 문제였다.
"쿵푸팬더" 시리즈도 결국에는 "카" 시리즈와 같은 결말을 맺게 되지 않을까 싶다. 더구나 '코사크 여우'인 "아콰피나"가 연기한 "젠"이 명실공히 "푸"의 후계자가 된 상황이어서 그 이름의 명맥을 잇는 것이 다소 어려워보인다.
흥행은 1~3편에 비해서 4편이 오히려 더 높았다고 하기에 이 시리즈의 명맥을 이을 생각이 없었던게 제작사 입장이라고 하더라도, 5편을 만들어 내놓을 충분한 이유가 생긴 것 같다.
그게 이 작품의 주 소비층인 아이들과 그들의 부모들 간의 간극, 그동안 "쿵푸팬더 1~3"과 기타 외전 형식의 작품을 봐왔던 팬들과 새롭게 유입된 관객들 간의 상이한 평가에서 주 소비층이자 새롭게 유입된 관객들이 이렇게 변화한 이 작품에서 더한 재미를 발견하고 좋아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그래서 내가 이 작품에 다소 실망했던 부분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 작품을 폄훼하거나 비난할만한 부분이 그것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물론, 이전과 같은 호평을 내리긴 어렵다. 그러나 흥행을 노리고 만든 상업적인 "애니" 작품으로써, 기대되는 성과를 내기 위해 바른 조치를 취했다.
그동안 찔러 보기는 "나"와 주류 간의 간격을 바라보고 상대적인 차이를 발견해가는 과정이기도 했고, 그같은 시도를 통해서 조금은 다른 영화 보기의 방법을 찾아내기 위한 의도로 쓰여져왔다.
더 많은 영화를 보거나 여기에 대한 감상평을 써본 경험이 있는 것도 아닌 40세가 더 어린 아들의 생각과 느낌이 나와 많은 면에서 다르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50세의 나이에도 시대의 정신을 느끼고, 변화하는 감각을 체험하여, 나름 성장해가는 과정을 겪는 것이기에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인생에 있어서 물려줄 거대한 재산이나 지식, 지혜를 잔뜩 지니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후계자로서의 아들에게 내가 물려주고 싶은 것은 자주 쓰는 습관이며, 쓰기 전에 생각하고 쓴 이후에 생각하면서 더 치밀하고도 정리가 잘 된 사고 구조와 논리성을 더 가진 인간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태도다.
그리고 이렇게 내가 읽고 보고 들은 것을 기록하고 써서 남김으로써 얻게 되는 내용 자체가 갖고 있는 계속 방대해지고 있는 지식과 정보, 과거의 것이긴 해도 세상의 역사다.
이런 태도를 알아가고 이런 기록하는 자세를 배우고자 하는 흥미와 의지가 아이에게서 자라는 것을 보려고 하지만, 딱히 이 재미없어 보이는 자발적 글쓰기는 아이 눈에 매력적으로 보이기는 좀 어려운 것 같긴하다.
하지만, 어른으로서의 나로부터 무엇인가를 배우고 뺐어가고 싶다는 욕심이 더 커지면 커질수록, 어느 순간엔가 아주 자랑할만한 것은 아니지만 이같이 글을 쓰는 것을 즐기는 성향도 아이가 스스럼 없이 받아들여 가져갈 것이라 믿는다.
이 작품 속의 "젠"은 명령받은대로의 의도를 가지고 "용의 전사"가 되기 위해 지팡이를 빼앗으려 갖은 술수를 다 부리지만, 그의 마음 속에는 진심이 있고, "포"를 도와 세상을 위기로부터 구하려고 하는 의도를 가지고 실천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런 태도와 자세가 후계자로서의 필수 자격이다.
아직은 아이로서, 자기 자신 밖에는 잘 모르고, 고집이 세고, 관심이 한정되고 여러모로 더 교정되어야만 하는 것이 나의 아이지만, "쿵푸팬더4"같은 작품을 보면서 그런 자격이 무엇인지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를 염원한다. 물론, 세상은 극화 속 세계와는 다르다. 그렇기에 극화에 미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