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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May 06. 2024

007 스펙터, 찔러 보기

노타임 투 다이 스토리를 다시 떠올려볼 수 있게 해 주다

설사 흥행이 안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가 나온 작품은
보다 안심하고 볼 수 있다


"숀 코너리"와 "로저 무어"가 한창 007에 출연할 때는 연소자였기 때문에 볼 방법이 "주말의 명화"나 "토요 명화" 등의 "공중파 티브이"를 통해서 나올 때 보거나 VHS 비디오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비디오 가게에서 얼굴이 약간 빨개진 채로 주인과의 눈치 게임을 하면서 빌리는 수 밖엔 없었다.


이제는 아무 때든 OTT를 구석구석 잘 뒤져보면 인류 역사상 만들어진 007 시리즈물뿐만 아니라 영향을 받아 만들어진 유사한 스파이물을 정말로 신물이 날 때까지 계속 볼 수 있는 시대다.


하지만, 정작 아무 때라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이 인종별, 성별, 국가별 차별이 판치는 강대국의 절대적인 정보력 우위를 보여주는 판타지와 주인공 "제임스 본드"의 자뻑 매력을 기반으로 한 이 작품을 과연 열심히 볼 필요가 있을까라는 배부른 생각도 하면서 띄엄띄엄 봐왔다.

(출처: Raddit)

확실히 "다니엘 크레이그"가 나온 최근의 작품이 마지막 작품인 "노타임 투 다이"까지 일정 이상의 수준을 확실히 보여주면서 007의 매력을 최상위로 끌어올리고 상업성을 배가한 것이 맞아 보인다.


얼마 전에 봤던 그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면, 당시의 언론 등은 "다니엘 크레이그"가 007을 맡게 된 것을 재앙 수준으로 성토했었지만, 역대 최고의 007 흥행 기록이 그가 있을 때 경신되어 버렸다.

(출처: 007 Museum)

그래서 다른 작품을 볼 때는 살얼음에 발을 올리는 것처럼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볼까 말까를 망설이게 되지만, 설사 흥행이 안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가 나온 작품은 보다 안심하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보지 않았던 작품이 바로 "007 스펙터"인데 결국 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을 보기 위해 벗어던져야 했던 선입견과 찔러 보고 남은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버려야 할 선입견   

 1) 다니엘이 나온 007 작품 중에 가장 재미없다(X)

 2) 하나 정도 빼놓고 봐도 지장 없는 작품이다(X)

2. 007 스펙터, 찔러 보기



"스펙터"는 꼭 나와야만 하는
필연성을 가득 담은 작품으로써
잘 만들어져서 앞 뒤로 연결된다


1. 버려야 할 선입견   

1) 다니엘이 나온 007 작품 중에 가장 재미없다(X)

사실 흥행 성적만 따져보자면 "퀀텀 오브 솔러스"가 가장 낮은 흥행을 기록했고, 그다음이 "카지노 로열", "노타임 투 다이"다. 가장 큰 흥행이 "스카이 폴"이었고, 그다음이 "스펙터"다.


가장 많은 관심을 낳고, 비극적인 "007"의 죽음으로 비장미를 살려 가장 큰 흥행을 이뤄내야 했을 작품이 "노타임 투 다이"였건만, 안타깝게도 그의 피날레는 준수한 성적은 냈지만 최고는 아니었다.


"스펙터"를 보면서 후반부로 가는 과정에서 "스카이 폴"에서 끌어올린 고전적인 건 파이팅 액션의 여운을 이어받아 배신과 음모가 판치는 엎치락 뒤치락을 잘 그려낸 수작임에 틀림없음을 느꼈다.


2) 하나 정도 빼놓고 봐도 지장 없는 작품이다(X)

"퀀텀 오브 솔러스"는 보지 않아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란 느낌이 "스펙터"를 보면서 좀 더 확고해졌다고 할 수 있는데, "스펙터"를 극장에서 보지 않았던 것이 보는 내내 후회될 정도였다.


이 앞 서 스토리의 주요 인물과 주요 사건이 모두 언급되면서 그 배경에 "스펙터"의 "블로펠트"가 흑막으로 존재하고 있었고, "제임스 본드"와 "블로펠트" 간의 숙명적인 피아 관계가 반전처럼 나온다.


이 과정을 통해서 내내 밝혀지지 않았던 수수께끼 같은 007의 출생의 비밀이나 사랑하는 이나 존경하는 상사 등이 계속 죽어 나갔던 이유까지 설명되고 있는 스토리가 종합되고 납득을 낳는 지점이다.


다른 작품. 심지어 마지막 "노타임 투 다이"가 오히려 사족이라고 한다면 더 맞아 보일 정도로, "스펙터"는 꼭 나와야만 하는 필연성을 가득 담은 작품으로써 잘 만들어져서 앞 뒤로 연결된다.


이것을 안 보고서 "다니엘"이 나온 중요한 007을 다 봤다고 이야기한다면 그것은 어폐였다.



결국 "스펙터"를 본 기억은 
"노타임 투 다이"에서
실망을 낳을 수도 있지만
후속편의 재미를
띄워주는 역할도 제대로 한다 


2. 007 스펙터, 찔러 보기

멕시코 시티에서 열리는 "죽음의 날 축제"의 현장으로 카메라를 몰고 들어가는 이 장면은 몰입감을 올리는 역할을 톡톡히 잘 해내고 있었다. 007의 살인 면허야말로 이 축제의 의미에 어울렸다.

(출처: James Bond 007)

멕시코 인은 죽은 자가 삶 속에서 같이 지내고 있는 것으로 생각하고 이런 축제 때마다 만날 수 있는 존재로 생각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죽음과 삶이 혼종 하는 축제이니만큼 화끈한 액션도 괜찮았다.


축제 중에 한 여자를 꼬셔서 투숙한 007의 목적이 그와의 성적인 유희보다는 적이 있는 곳에 가서 통째로 건물을 날려버리기 위함이었음을 알게 되는 장면과 무너지는 건물에서의 곡예가 익숙하다.


그리고 이후에 광장의 군중 속에서 살아남은 적을 추적해 가서 헬기에 올라탄 그와 싸운 뒤에 헬기 안의 적을 모두 격퇴해서 헬기 밖으로 떨어뜨린 007이 하강하던 헬기를 다시 띄우는 것이 여유롭다.


그 이후에 MI6의 본부로 돌아와서 새로운 "M(랄프 파인즈)"에게 보고를 하던 007은 MI6와 MI5 가 통합되는 상황이고, 통제되지 않는 무리한 작전을 펴면서 엄청난 건물 붕괴 등의 사고를 치는 007을 힐난하면서 직위 해제를 공적으로 진행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007이 하던 임무를 숨어서 제대로 처리하게끔 하기 위한 "M"의 배려였던 것으로 뒤에 드러나게 된다. 


여기에서 "M"의 상관이자 통합된 정보기관체의 수장이 된 "C"는 9개국의 정보기관을 통합 정보 체계로 만들고자 하는 야심을 가진 내무부 장관 인맥을 가진 이이고, 그는 "00(살인면허)" 작전 시스템 자체를 소멸시키고자 한다.


얼핏 "스펙터"를 쫓는 007과 내부의 적이라 할 수 있는 "C"와 갈등을 빚는 "M"은 서로 다른 적을 상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후반부의 공동의 적을 마주하고 있음을 파악하게 된다. 

(출처: James Bond 007)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상호 협조하면서 중간중간 "M" 몰래 007을 도우려다 질책을 받는 "Q"와 "머니페이"를 지원하면서 007을 적극적으로 돕는 이로 "M"이 변모한다.


최초의 건물 붕괴와 헬기 액션에 이어서 전통적인 비밀 무기 중 하나인 잘 빠진 슈퍼 스포츠 카가 뒤쫓아오는 집요한 적의 스포츠 카와 막상막하의 스피드 대결을 펼치는 장면 등은 충분히 약간 낯선 형태로 잘 변형되어서 흥미진진함을 잘 유발한다.


자신이 죽인 스파이의 관능적인 아내(모니카 벨루치)를 만나서 그가 남편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지 않다고 단언한 뒤에 암살자들로부터 그를 구해준 뒤에 안전까지 확보해 주는 과정에서 


장기인 "원나잇 스탠드"가 벌어지는데, "다니엘"의 육체적인 매력이 초반부의 인트로 뮤직 비디오 영상에서도 잘 나와 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장면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을 정도다.

(출처: Art of The Title)

이후에 또한 자신이 "자살"을 방조한 또 다른 스파이의 딸(레아 세이두)을 찾아가서 그를 통해 "스펙터"의 소재를 파악해서 찾아가는 과정에서 그와 자신의 목숨을 강력한 열차 내 액션에서 구해냈고, 이것은 다시 두 남녀의 불붙는 사랑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 패턴과 형식은 매번 큰 차이 없이 똑같아 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대 007 중에 가장 탄탄하게 다듬어진 근육을 보유한 "다니엘"은 왠지 그러면 충분히 그럴 수밖에 없으리란 납득이 된다.


"블로펠트"의 액션에서의 완력은 보잘것없게 나오지만, 여러 면에서 가장 지능적으로 후면에서 흑막을 만들고, 자신의 재능과 기능을 동원해서 007을 어떻게든 가장 비참한 방식으로 죽이려 한다.


이 과정에서 각을 세우고서 선과 악의 양분면이지만 같은 급의 재능을 지닌 유사한 연배의 두 남자가 서로의 의지를 관철코자 싸우면서, "블로펠트"가 출생과 가정의 비밀을 지낸 채로 007에게 복수하려고 하는 모습 또한 나름 납득이 되는 악행의 이유가 된다.

(출처: James Bond Dossier)

이렇게 보고 있다 보니 "노타임 투 다이"에서 이제는 너무 고령이 되어버린 "다니엘"을 성공적으로 퇴출하고자 지어낸 "스펙터"를 뛰어넘는 또 다른 악당의 스토리가 "스펙터"만큼 고퀄이 되지 못한 이유를 복기할 수 있게 되었다.


왜냐면, 그 작품에서 등장한 "라미 말렉"이 연기한 악당의 경우, 007을 파멸시켜야만 하는 이유와 집요함, 치밀함, 조직의 행동 양식, 하는 일 등이 충분한 필연성과 납득할만한 개연성을 "스펙터"와 "스카이폴"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스토리라인만큼 지니거나 유지하지 못하고 말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배우가 좋고 감독이 좋아도 스토리에서 필연성과 개연성이 조금이라도 잘못 새어나가면 공기 빠진 공처럼 바닥을 치고 떠오르는 탄성을 잃어버리게 된다. 그랬었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만약 "스펙터"를 건너뛰고 "노타임 투 다이"를 본 분과 "스펙터"만 보고 "노타임 투 다이"를 보지 않은 분,  


두 개를 다 볼지 아니면 하나만 볼지 고민하는 분이 혹시 이 글을 읽는다면 어디까지나 한정된 내 개인의 경험이긴 하지만 "스펙터"를 꼭 보고 "노타임 투 다이"는 선택으로 남겨두기를 권장한다.




"스펙터"의 마지막 장면과 차는 자연스럽게 "노타임 투 다이"의 첫 장면과 잘 연결된다. 그것을 "스펙터"를 보고 깨달았다. 

(출처: 좌/Bond lifestyle, 우/The Drive)


그리고 "레아 세이두"가 연기한 배역의 과거도 "스펙터"에서는 대사로만 설명되었던 것을 영상으로 잘 구현해 냈음을 알 수 있어 좋았다. 


결국 "스펙터"를 본 기억은 "노타임 투 다이"에서 실망을 낳을 수도 있지만 후속편의 재미를 띄워주는 역할도 제대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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