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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man Jun 23. 2024

에콜라이트, 돌려 보기

임팩트 있는 시작, 각기 전작의 영향력을 크게 안은 주역의 등장

(포스터 출처: Starwars.com)


충분히 임팩트 있게 시작을 알리는 첫 화를 보고 나서 아직 두 번째 화를 보지 않고 있다. 언젠가는 보게 되겠지만 꼭 봐야만 한다는 심정이 생기지는 않는다. 아마도 보게 되면 꼼짝없이 끌려갈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 때문인 것 같다.


신입사원 면접이란 것을 정말로 오랜만에 회사에서 보게 되었다. 내가 체크해야 했던 것은 각 면접자의 영어 실력이었는데 발음이나 유려하고 자연스러운 표현이나 뛰어난 리스닝 등을 체크하기보다는 정답이 있을 수 없는 영어 질문에 대해서 어떻게 자신의 논리를 영어로 세우고 납득가게 설명하는가를 봤다.


다들 그럭저럭 높은 토익 스피킹 점수를 갖고 있었고 어느 정도는 자신이 의도하는 바대로 이야기를 풀어갈 수가 있었지만, 그 이야기에 끌려들어 가게끔 스피치를 할 수 있었던 이는 하나였다.


(출처: Co-Pilot, Dall.E3) *어디까지나 판타지 그림이다. 실제로는 면접관도 면접자도 이보다 훨씬 현실적이고 평범하다.


그 끌려들어 가게 만든다는 것은 논리를 들을만한 내용으로 잘 세워서 이야기했다는 것이다. 여기엔 어학을 떠난 국문에 대한 문해력이란 게 개입되고, 이에 입각해서 자신의 이야기를 펴나가는 작문 능력과 사고력 등이 발휘되어야 한다. 여기에 더해서 자신이 "영혼"이랄 수 있는 의지가 드러나야 한다.


위에 문장을 좀 있어 보이게 써서(있어빌리티를 발휘해서) 영어 면접 볼 때 참조해야 하는 것이라고 해석하는 분이 있을 것 같은데, 전혀 그렇지 않다. 그런 것을 발휘할 수 있어야 같이 일할 인재의 조건이란 사견에 불과하다. 다른 이는 올바른 어휘와 문법, 바른 용례나 다른 것을 더 중요시할 것이다.


어찌 되었든 "영어 스피치"포함한 3인의 면접관의 압도적인 지지로 뽑힌 직원은 다음 달부터 출근 예정이다. 그 스피치에서 보여줬던 임팩트가 업무에도 드러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도 볼 시간은 한정되는데 볼 채널은 늘어났고, 대체제로서의 재미있는 것도 한껏 다양하게 늘어선 시대에 시청자나 관객도 이젠 면접관의 입장이 되어가고 있는 중이다.


특히나 시리즈물로 최소 5-6회 이상의 연속되는 극화를 봐야만 한다면 신입사원을 뽑아 가능하다면 오랜 시간 같이 일할 결정을 내리는 것처럼, 예고편은 "서류전형", 첫 화는 "면접"이 된다. 되게 거창한 비유 같지만 우린 실제로 이런 하루하루의 면접을 보고 있는지도 모른다. 과잉 공급의 시대라서.


"에콜라이트"는 이 면접을 "서류전형"의 "광고" 시기부터 많은 관심을 갖고 여러 시청자가 보게끔 이끌었고, 각종의 뉴스 채널을 통해서 끊임없이 흥미를 북돋웠다. "배역"에 관련된 마케팅에 힘을 쓴 흔적은 "매트릭스" 히로인 "캐리 앤 모스"와 "오징어 게임" 히어로 "이정재"의 캐스팅에서 나타난다.


이 두 종류의 극화를 좋아하는 시청자와 관객층을 "스타워즈"의 세계로 끌어들이고자 노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첫 화는 이 두 극화의 팬층을 면접의 자리로 이끌었으리라. 그러다 보니 주인공의 자리에서 메이와 오샤의 1인 2역을 소화하고 있는 "아만들라 스탠버그"의 존재감은 광고에선 흐릿하다.

(출처: CBR)

그렇게 숨겨져 있던 "아만들라"의 임팩트를 강화하면서 동시에 예측할 수 없는 전개가 극의 진행에 따라 계속 일어나리란 기대감을 던지기 위해서 강력한 능력을 지녔을 것이 분명한 제다이 "인다라"역의 "캐리 앤 모스"가 첫 화에서 배우 "아만들라"의 배역 중 하나에 의해서 죽게 된다.


거침없이 죽음이 묘사되어서 분명히 적지 않은 개런티로 불렀을 이 여배우를 이런 식으로 소모시켰어야만 했을까 싶기도 했지만, 이후 화에서 회상씬 등으로 등장할 것이라 그 죽음으로 보여주는 임팩트의 효과에 더 중심을 두었으리란 납득이 간다. 왜 "인다라"가 그에게 죽어야 하는지 궁금해질 테니까.

(출처: Entertainment Weekly)

어린 "제다이"의 스승으로 나오는 제다이 "솔"의 "이정재 배우"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이로서의 발음을 그대로 지닌 채로 영어 대사를 하고 있는데, 어색함이 없었다. 그만큼 각고의 노력이 있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오랜 영어 공부를 하고 영어 스피치를 하는 신입사원들보다 나은 발음 이어서다.

(출처: 8 days)

물론, 그만큼 집중적으로 오랜 시간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는 시간이 "이정재 배우"에겐 있었을 것이고 최고 수준의 영어 가정교사나 한국을 떠나 영어만을 사용할 수 있는 미국에서 오랜 시간 스피킹을 공부하고, 수시 모니터링해서 교정하면서 한 장면 한 장면에 대사를 담았을 테니 비교할 내용은 아니다.


한국인 시청자로서 미국인에겐 자신의 역사물이기라도 한 것처럼 추앙받지만 한국에선 상대적으로 저조한 흥행의 스타워즈 시리즈물에서 "에콜라이트"같은 스타워즈의 외전에 한국인 배우가 출연한다는 것은 국뽕을 준다. "도덕성"과 "인간적인 따뜻함", "높은 실력"을 드러내는 연기도 기대를 넘었다.


그리고 마치 속성의 추리가 이뤄지면서 각각의 인물이 서로를 찾아가는 과정이 우주 공간 내에서 매우 스피디하게 그려지는 구성으로 인해 후반부로 가면서 밝혀지는 "메이"와 "오샤" 쌍둥이의 정체는 템포가 다소 좀 이르게 밝혀지는 것 같은 느낌을 선사하지만, 면접이라 생각하면 필연적이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두 번째 화를 꼭 보게 될 것이다. 그때는 마치 면접에서 뽑은 신입사원이 출근하기 시작한 것처럼 생각하면서 내 나름으로는 기대만큼 일을 잘하나 평가하는 것처럼 나머지 극화를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게 만족스러울 것 같기는 하지만 마지막으로 남는 의구심은 통상 푹 빠져서 앞뒤 가리지 않고 보게 되는 재미있는 작품은 그 작품이 '어떤 일을 한다'라는 식으로 표현하지 않는데 내가 왜 이 작품에는 "열심히 일을 하려고 하는 신입사원"이란 비유를 하고 있는가다.


그만큼 작품이 열심히 대내외적으로 열심히 "일"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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