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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얼려 보기

전작 대비 액션 등의 물량이 다소 줄어든 느낌을 주었지만 준수하게 마무리

by Roman

제작비는 이전의 "데드 레코닝"보다 더 들었다고는 하지만, 왠지 모르게 그때보단 더 적게 썼거나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제작비 대비 액션과 더불은 극 중 물량 투입의 확대가 용이치 않았던 게 아니었을까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9년의 대장정에 한번 끝장을 내보는 작품의 위용은 갖고 있다.


원래 이 작품은 신나게 때려 부수고, 아무 생각 없이 끌려가듯 보게 만들고, 정신없이 반전에 곡예를 하다가 이런저런 긴장된 상황 속에서 예상치 못한 장면의 전환이나 트릭, 강력한 전투씬, 싸움, 뜨거운 애정씬 등이 거대한 규모로 서로 맞부딪치며 나오며 관객의 생각 타이밍을 뺐어왔다.


그런데, 전편이 한없이 올려놓은 기대 수준을 충족시키기엔 뭔가 많은 것이 모자라고 빠져나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거야 어디까지나 아들과 보고 나온 뒤 글을 쓰게 되면서, 약간 평론가적인 소양을 보여줘야 누가 읽으면서 꽤 그럴듯한데 같은 반응을 해줄까 싶어 자동적으로 드는 느낌이다.


극 중 화면을 보는 내내 끌려다닌 나와 아들은 전반적으로 이 작품이 전작 못지않은 물량을 쓰고, 배우도 전작에서 높은 존재감을 확실하게 보여줬던 "일사 파우스트(레베카 페르구손이 연기)"와 "화이트 위도우(바네사 커비)"가 각각 사라져 버리면서 생긴 공백을 "미션 임파서블"의 전편의 이야기를 다시금 작품에 결합하면서 처음부터 이 회차까지 치밀하게 연결된 스토리처럼 가공하는데 넘어갔다.


"일사 파우스트"가 사막에서 보여준 다수의 사막 암살자를 "이단"과 함께 격퇴하는 씬이라든가, "화이트 위도우"가 "가브리엘(에사이 모랄레스)"과 "이단"사이에서 보여준 긴장된 연기는 물론이고, 기차에서 1인 2역을 연기한 내용도 "데드 레코닝"의 백미였다. 예상치 못한 "일사"의 죽음은 이제 그다음 편인 "파이널 레코닝"이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가에 대한 예상을 백지처럼 만들었다.


"파리(폼 클레멘 티에프)"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대형 SUV 차량으로 "이단"이 "그레이스(헤일리 앳웰)"와 함께 탄 작고 노란 "피아트" 차량을 악귀처럼 뒤쫓는 장면이나 이후 절벽에 매달려 떨어지는 기차칸에서 자신이 적임에도 불구하고 살려준 "이단"에게 "파리"가 의아함과 동시에 연심을 품는 내용도 극의 진전을 쉽게 가늠할 수 없게 만들어서 꽤 좋았다.


그런데 이런 "데드 레코닝"의 장점을 담은 기억을 굳이 관객이 떠올리면서 보기를 원치 않았던 것이 "톰 크루즈"와 감독인 "크리스토퍼 맥쿼리"의 협의된 방향이었던 것 같다.


전작의 매력과 되살려볼 포인트를 최소화하면서 승부수를 둔 쪽은 1편에서의 CIA의 정보를 천정에서 줄 타고 내려온 "이단"이 훔쳐갈 때 그 책임자였던 이 가 다시 등장해서 새롭게 구성된 IMF팀의 일원이 되어 팀을 돕게 되는 내용처럼 유기적으로 모든 시리즈가 연결되어 있다는 이미지를 스토리 조작으로 만들어내는 것이었다.


그리고 인류를 말살하려고 하는 인공지능 "엔티티"의 원본이 사실은 "MI3"에서 맥거핀으로만 나왔던 "토끼발"이었음을 연결하면서 배면에서 많은 것이 이 최종작에 이르기까지 모두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다시 거론하고 이전 편에서 각기 인상적이었던 장면을 가져다 "이단"의 영웅적인 행위를 전반적으로 다시 회상하게끔 만드는 신을 강화했는데. 이것이 MCU의 패착을 닮아보였던게 아니었을까?


"탑건 2"의 눈부신 흥행 기록에 이미 전작도 비할바는 되지 못했으나 "파이널 레코닝"도 우선 한국에서의 흥행은 아주 눈부신 편은 되지 못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액션은 초반엔 적에게 잡혀간 "이단"과 "그레이스"가 잡혀갔다 탈출하게 되는 씬과 "엔티티"와 직접 이야길 나눈 뒤에 탈출 과정에서 중요한 팀원이 하나 죽으며, 관객이 예상 못하는 전개로 갈 것이란 신호를 주면서 전개되기는 했었다.


"엔터티"의 원본을 보관한 채 침몰한 잠수함을 찾아 북극해 아래로 내려가 이리저리 구르는 잠수함 내에서 악전 고투하는 장면은 긴장감을 높이긴 하지만, 약간의 답답함을 선사했다. 그러다 보니 죽음을 무릅쓰고 잠수함 밖으로 모든 잠수 장비를 벗고 올라와서 "그레이스"에 의해서 "이단"이 살아나는 장면이 해소감을 주기는 하는데 다행스럽다는 느낌과는 거리가 생겼다.


가장 액션 압권이랄 수 있는 것은 "엔티티"의 통제를 벗어나기 위해 수동 조정만이 가능한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고 곡예를 벌이듯이 벌이는 공중에서 벌어지는 싸움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데, 곡예의 난이도가 어떤 수준인지를 감을 잡기가 어렵고, 그것이 위험한 스턴트로 보이지도 않는 것이 약간의 난감함을 불러일으켰다.


점층적으로 더 긴장감을 높이기 위해서 핵을 보유한 여러 나라의 핵무기 제어 시스템을 "엔티티"가 해킹해서 장악해 버리면서 미국과 영국, 중국, 러시아만 남긴 뒤에 이를 다시 하나씩 점령해 가는 내용이 나온다.


"엔티티"가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북극해협에 침몰한 러시아 잠수함의 소스코드인 "포드코바"를 찾아오도록 "이단"에게 일을 시키고, 죽은 동료인 "루터"가 만들어준 "포이즌 필"을 여기에 투입해서 인터넷을 장악한 "엔티티"가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이동할 쿠바의 데이터 센터에 덫을 놓고 기다리면서, 여기에 들어오자마자 타이밍을 맞춰 연결을 끊어야 하는 역할을 "그레이스"에게 맡긴다.


이 과정에서 아무 제대로 된 대책이나 성공할 가능성도 희박한 임무에 대해서 투신하는 "이단"의 영웅적인 행동이 반복된다. 일부러 CIA와 미국 정부에 잡히고, 들어가서는 다짜고짜 CIA 국장 출신인 흑인 여성 대통령을 설득해서 미항모에 올라탄 다음 비밀 임무 중인 잠수함에 타고, 자신에게 침몰한 러시아 잠수함의 좌표를 전달하면 이를 포착해서 죽을 가능성 높음에도 좌표로 잠수해 들어간다.


"사이먼 페그"가 극 중 코미디라 할 수 있는 모든 연기를 하는 유일한 사람으로 나오면서, 총을 맞아 죽어가는 듯이 의식을 잃어가면서도 소리 지르면 깨고 얼굴을 때리면 정신을 차리면서 위태위태한 일을 성공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은 실소를 자아내긴 했지만 관객 모두가 웃을 전염성은 발휘 못했다.


그렇지만 이 모든 단점은 어떻게든 섬세하고 예리하게 영화를 봤다는 느낌을 읽는 이들에게 선사하고자 해서 쓴 것일 뿐이고, 전반적으로 15세 미만의 아이가 지루함을 꾹 참고 보기에는 약간 군더더기가 느껴지는 작품이었는지 12세의 아들이 매긴 그의 인생 영화 순위에 따르면 1위 슬램덩크와 2위 마인 크래프트 무비, 3위를 이 작품이 기록을 했다. 이건 나름 상당한 쾌거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이 마지막 "미션 임파서블"이 된다는 이야기가 돌아서 비장한 마음을 갖고 영화관에 들어선 나는 하나하나 경건한 의식을 행하듯이 대사 하나하나 장면 하나하나 마지막의 타이틀롤 한줄한줄도 꼼꼼하게 열심히 봤는데, "톰"이 남긴 정확한 공식 언론 발표 내용은 '그가 이단으로 나오는 마지막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가 될 것이다'란 이야기였고, 작품에도 이것이 마지막이란 이야긴 없다.


따라서 약간 실망스러운 게 이번 작품이긴 하지만 어디까지나 전작이 너무 잘 만들어져서 오는 상대적인 비교에 따른 것이므로 제작자로서의 "톰"이 새로운 감독이나 새로운 등장인물을 잘 픽업해서 새롭게 시대에 맞는 이 시리즈를 다시 만들어가면 어떨까 하는 기대를 내심 하게 되었다.


이 같은 감상을 하나의 그림으로 만들어 얼린다면 아래와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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