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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번째 연습>-충분한 음식과 연습의 관계

월요일 저녁에도 기꺼이 합창 연습을 하러 모인 합창단

by Roman

집에 도착한 시간은 밤 10시 무렵이었고, 씻으면서 여늬 때와 다름없이 체질량 측정까지 가능한 저울로 몸무게를 측정하니 아니나 다를까 평소보다 1.5kg가량 늘어 있었다. 합창 연습을 하며 많이 먹었다.


체중이 늘어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느껴지고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늦은 시간의 합창단 연습을 위해서 간식과 김밥 등을 충분히 준비해 온 분들에게 감사한다. 그분들 덕에 그 시간이 더 값졌었다.


일종의 무조건적인 애정이 없이는 할 수 없는 모임의 주요한 역할을 하는 분들의 자원봉사와 지원으로 이뤄진 것이다. 연습이 잘되었건 못되었건, 제대로 저녁 먹을 시간도 팽개 치고 온 단원들이 나름 포만감을 가지고 연습에 참여해서 짧지 않은 2시간 연습하고 무사히 마치고 큰 불평불만 없이 돌아갈 수 있는 데에는 이분들의 역할이 무척 컸다. 다시 한번 감사한다.



"내면소통"을 읽으면서 열심히 운동을 하고, 명상을 시도하며 알아차림을 더하고, 식단을 채식 위주로 조절하면서 꽤 성공적으로 몸무게를 빼고, 나름 괜찮게 배도 집어넣었던 '24년의 중반과 비교해서 몸무게는 다시 2년 전으로 돌아갔고, 체질량도 다시 돌아와 있다.


대신 그냥 돌아와 있는 것은 아니고, 그 과정에서 꾸준히 했던 근력 운동 때문에, 몸은 그냥 비만이나 과체중보다는 나름 근육형으로 바뀌어 있고, 어깨도 넓어지고, 다리 근육도 햄스트링 손상을 입을 정도의 수준으로 생겨 있다는 것이 달라진 점이다.


따라서 그저 몸무게가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만은 아닌 것이 그나마 다행이다. 지금의 시대는 물론 많이 먹고, 남부럽지 않은 식도락을 "많이" 즐길 수 있는 것이 덕목이라기보다는 모자라게 먹고, 하루 동안 에너지가 좀 모자라더라도 적게 먹고 운동하는 것이 미덕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상황은 여러 가지 면에서 양적으로 충분한 음식이 있었다는 것이 중요했다. 새로운 캐럴송 몇 곡이 폭탄처럼 투하되지 않았다면 조금은 덜 부담스럽게 참여할 수도 있었을 연습이었고, 12월 20일 전까지 그 외의 다른 곡도 일정 수준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목표를 가진 이들이었기에 이곳에 모인 것이었므로, 나름 신경이 날카로울 수 있을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단 한 가지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여러 가지의 생각과 동기 등이 적지 않은 이분들을 이 수시 연습에 참여하게끔 만들었지만 저녁 7시부터 9시라는 시간 동안 연습할 힘을 지휘하는 분과 반주하는 분이 유지하고, 각 파트별로 참여한 분들이 집중력을 잃지 않고 곡의 박자와 음정을 맞춰 화음을 이루고 부르는 데에는 생각 이상으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고 작지 않은 스트레스가 발생한다.


쉽게 쉽게 화음을 맞추고 쉽게 쉽게 합창할 수 있는 단원이라면 역설적으로 이 자리에 오지 않을 충분한 이유가 있지만, 테너는 실력자라 불릴 수 있는 정예의 "테너 파트장"님을 포함한 4인이 참여했고, 베이스는 "베이스 파트장"님을 포함한 6명이 참여했고, 이른바 실력파라 불릴 분들의 참여는 적었다. 소프라노와 알토도 적지 않은 분이 참여했지만 일일이 수를 헤아리지는 않았다.


하지만 토요일 정기 연습에 비교해서 떨어지지 않는 열의와 기존 캐럴 1곡(아카펠라)과 신규 캐럴 1곡(아카펠라), 또 다른 신규 캐럴(반주합창곡)을 연습하면서 기존 캐럴 1곡과 신규 캐럴 1개를 반주음을 최소화하면서 아카펠라에 가깝게 불러서 녹음을 마쳐 지휘자님에게 보냈다.


한곡은 아주 유명한 곡이었지만 이것을 4부 합창으로 시도한 분은 단원 중에 적었고, 음정과 박자를 맞춰가는데 시행착오가 벌어지기도 해서 녹음까지는 하지 않았는데, 연거푸 몇 번 부르다 보니, "테너" 대비해서 잘 못 쫓아가던 "베이스"도 어느 정도 화음을 맞추는 데 성공해서 예정한 시간 내에 연습이 마무리될 때, 나름 뿌듯한 느낌이 올라오긴 했다.


그렇지만 베이스 파트에서는 약간의 볼맨 목소리도 있긴 했다. 연습에 열심히 참여해야겠다는 강박관념을 갖고서 참여하는 분들이 상대적으로 많은 베이스는 또한 그 때문에서라도 소수의 정말 잘하는 정예이자 신입으로 들어오기 전에 타 합창단 경력자도 참여하는 테너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음정박자에 대한 습득과 발휘의 측면에서 좀 더 느리고 시행착오가 더 있다.


상대적으로 민폐를 끼치고 있다는 자괴감이나 자책감 같은 감정이 그같이 볼맨 목소리를 만들어냈던 것 같다. 그렇지만, 합창단 참여 전의 합창 경력도 일천하고 수준급이라고 불릴만한 음정과 박자 습득 능력도 갖지 못했지만, 성실하게 빼먹지 않고 꼭 참여하고 따로 연습도 하는 루틴을 키워온 "나"를 포함한 베이스 파트원에게도 노래를 제대로 부르고 음정박자를 좀 더 빠르고도 덜 시행착오를 만들면서 습득하는 "뇌"의 뉴런과 청각과 성대를 포함한 "몸"의 근육이 형성되어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왜냐면, 하나의 반주합창 캐럴곡의 음원을 유튜브 등으로 받아서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첫 번째 같이 부를 땐 어설피 부르고 따라가지 못하는 것처럼 혼란에 빠졌던 베이스 파트원 전원이 파트 전체 부분을 한번 연습하고 다시 4부 합창을 할 때 어느 정도 화음을 맞추어 가는 것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 역시도 한 번의 혼란을 겪고 나서 반복된 연습을 통해 다시 음정을 잡아가면서 더 제대로 된 음정과 박자를 맞추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이 과정에서 지쳐버리고 더 이상의 연습을 하는 것을 포기라도 하게 된다면, 이렇게 자라난 뉴런과 근육은 제대로 된 쓰임을 잃어 저절로 쇠퇴해 가게 될 것이지만 더 자라나도록 루틴을 지속하면 결과적으로 합창 실력이 될 것임을 믿는다.


연습을 진행했던 연세대 음악대학 강의실에서 나와 신촌역까지 걸어가는 발걸음은 피곤함만을 불러일으키진 않았고, 그곳에는 음악으로 만들어진 리듬감과 불평불만이 스쳐가는 입담 속에서도 나타나는 은근한 긍지 같은 것이 서로에게 배여 들어가는 느낌이 있었다.


이 합창단에 있는 단원은 대부분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신이 자발적으로 여러 가지 동기를 가지고 와서 합창에 참여하고 있는 것이다. 심심해서일 수도 있고, 나처럼 직장이란 전쟁터에서 벗어난 곳에 거하고 싶다는 동기도 있으며, 누군가에게 이 취미를 자랑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고, 공연에 나가 존재감을 뽐내고 싶어서일 수도 있으며, 뇌의 뉴런과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한 근육을 생성하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그 자발적인 동기 부여를 지속시키는 것에는 또한 나름의 지휘가 필요하다. 지휘자님이 없는 두 번의 연습을 연거푸 한 뒤에 이제는 이렇게까지 자신을 관리하고 있고, 동기를 유지하려고 자체 에너지와 의식/무의식을 사용하고 있는 단원들에게 어떤 자극제와 더불어 더 합창을 제대로 소화해 낼 수 있는 연습을 수행할 수 있을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이번 주 토요일의 합창 강의를 기다리며 출퇴근 길과 산책 중에 무선 이어폰을 끼고 합창곡을 듣는 루틴과 더불어 윌라로 서적을 들으며, 내면소통을 베이스로 한 김주환 교수의 유튜브 강의를 듣고, 업무에 필요한 안티/슬로 에이징에 관련된 음성 정보도 들을 생각을 하며, 일본어도 독학으로 시작하고, 이렇게 이벤트에 맞춘 글쓰기도 여력이 있는 대로 쓰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며 살아갈 것이다.


규칙적으로 만든 이 같은 합창에 관련된 루틴은 그 전과 그 이후에 새롭게 생긴 루틴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면서 인생을 더 풍부하고 더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것으로 계속 만들고 있다. 단순히 권력과 돈, 명예, 인기만을 내가 추구한다면, 이런 인생의 여러 측면을 경험하고 즐기면서 이 다양함으로부터 오는 상승효과를 모른 채로 살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마치 절의 중이 고기맛을 알아버린 듯이, 이 같은 삶이 내게 준 기쁨을 알아차린 나는 다시 과거로 돌아갈 수가 없다. 이젠 또 다른 의미의 전진만이 남아 있는 것이다. 나의 몸에 충분한 영양을 공급하면서 동시에 그로부터 에너지를 얻어 일과 활동에 필요한 활력을 유지하는 삶을 노년에도 최대한 잃지 않고 보존하는 것이 일차적인 목표다.


그렇지만 어떤 활동을 통해서 인정받는 것이 행복이라고 느낀다기보다는 그저 이런 활동을 시도하고 유지할 수 있는 나 자신을 긍정하며 행복을 느끼려고 한다. 그러기에 합창단이나 글쓰기, 언어 공부, 일, 지식 습득 등의 활동 중에 어디에도 집착하지 않으며, 그것을 통한 인정받기에도 집착하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이것이 김주환 교수의 강의에서 배운 것이며, 난 그것이 올바른 행복이라 동의한다.


일을 잘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일에 대한 강력한 집착과 몰입이라기 보다는 신체에서 가장 일의 효율성과 효과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하기 위해 "편도체"를 안정화시키는 것이란 뇌과학적인 근거를 통해서 만들어진 주장이 현존하는 가장 현명한 가르침이라고 생각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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