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대에서 저녁으로 흥겹게 햄버거, 충실한 연습 후 맥주, 귀가
오늘은 지난주에 이미 예비되었던 "베이스 파트장"님을 주축으로 한 남성파트 초대 수시연습이 홍대에 있는 소규모 연습실에서 진행되었다. 베이스 파트는 마치 밭을 가는 소처럼 성실하다.
테너분들에게도 같이 연습을 하자는 제안을 하는 과정에서 오시는 분들에게 맥주를 사겠다는 미끼도 던져봤지만 걸려들지 않았다.
그 결과 베이스 세명만 결국 여러 다른 곳에서 홍대입구역으로 이동해서 연습실로 향한 저녁이었다. 베이스 파트장님은 연습실을 예약하고, 그보다 10분 내로 조금 늦게 도착할 것이라고 알려왔다.
일단 가장 연배가 높은 형님 한분이 먼저 도착해 있었고, 나는 회사일을 일찍 마치려고 어제저녁부터 애를 썼으나 연습시간 보다 30분 빨리 도착하는 계획을 세웠지만 20분 전에야 도착했다.
그래도 저녁을 먹고 연습에 참여하자는 연배님의 제안이 있어, 연습실 건물에 붙어 있는 식당에서 햄버거 세트를 주문해서 먹었다. 그러면서 서로가 하는 일에 대한 대화가 오갔다.
따지고 보면 회사 대표로서의 그 형님의 삶이나, 원사 회사의 신제품/신시장 개발팀의 일원으로서의 내 일상이나 아주 큰 여유가 있는 삶은 아니었다.
바쁘고 위기도 있다. 거기에 그 바쁜 이유에는 책임감과 더불은 자기가 하는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다. 그로부터 벗어나 약간의 숨을 쉴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다는 혐의가 짙어 보였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나도 그러하니까. 이 합창 연습의 순간순간이 거친 삶 속에서 상대적인 여유로움을 갖는 때다.
여유 있게 햄버거 세트를 말끔하게 다 처리하고 약간 늦게 연습장에 들어섰을 때, 막 들어서는 베이스 파트장님과 합류했다. 이렇게 삼인이 연습실로 들어가 JBL의 블루투스 스피커에 내 아이폰을 연결하고, 연습곡 중에 4곡의 음원을 베이스 버전 각곡별 2번씩, 합창 버전 각곡별 1번씩, 마치 실내 체육관에서 각각의 근육을 위한 1세트씩의 잘 짜인 운동을 하는 것처럼 튼 뒤에 악보를 보며 부르며 보강했다.
음정의 불안한 부분을 서로 인식하고 수정하며, "지휘자"님이 지적한 부분을 기억하는 대로 복기하며, 작년 공연을 준비할 때 있었던 미세사항을 베이스 파트장님의 기억을 빌어서 유의하며 반영하는 이 모든 과정이 매우 순탄하게 이뤄졌으며, 그곳에는 의견이나 사람에 대한 반대 따윈 나타날 필요 없이 서로의 기억을 통한 조합과 보충, 교정하는 등의 과정만이 있었다.
모두를 다 연습하자면 아직 더 많은 곡이 연습의 대상이었지만, 4곡을 연습하는 것만으로도 1시간이 지나 있었다. 파트장님이 '1시간 더 연장할까요? 아니면.....'이라고 물어볼 때 왠지 모르게 이제 그만하자는 눈빛이 읽어졌다.
그리고 약속했던 대로 생활맥주에 가서 한국과 가나의 경기를 보면서 1차로 맥주를 샀다. 5가지 맥주가 샘플러로 나오는 메뉴와 반반 순살 치킨을 시키면서 여러 종류의 맥주를 조금씩 맛보며 그동안 서로 못 나눴던 사적인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눴다. 그리고 형님께서도 생활맥주에서 더 사주셔서 감사했다.
축구 경기를 보면서 해외 출장이나 여행, 각자 하는 일을 이야기하면서 서로의 새로운 면을 발견하는 것은 내겐 언제나 즐거운 것이다. 오래 알아온 사람도 가만히 귀만을 기울이며 이야기를 듣다 보면 오랜 세월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이 갑자기 종종 나타나는 법이라 듣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나는 말이 많은 사람이고 그 말을 다 써낼 시간이 일과 중에 충분히 없기 때문에 이렇게 글까지 쓰고 있지만 평소와는 다르게 반정도 말을 줄였다. 그만큼이 아마도 평균적인 남자의 말 분량일 거다.
그런데 그 이야기를 이제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에 다 늘어놓고 갈 순 없어, 여기에서 줄인다. 이번 주 토요일 연습과 신입단원 점심 회식의 이야기를 포함해서 이주에 있었던 합창단에 관련된 모든 이야기를 주말에 올리겠다.
이 모든 내용을 하나로 묶어서 그리자면 아래와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