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기 다른 사람이 원하는 갖가지 킬러 판타지를 선사한 남자의 이야기
(출처: Epic Screen Times)
이 작품은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마지막에는 허구의 살인 내용이 하나 있다고 직설적으로 고백하긴 하지만, 실화에서 많은 설정을 가져온 것은 분명한 작품이었다.
그래서 그 실화를 어떻게 가공한 것일까를 잘 떠올리면서 봐야 재미가 극대화된다. 이 작품은 2가지의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재미없는 진실을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에, 흥행이 잘되기가 어려웠다.
1. 우리가 생각하는 킬러는 실제 현실에 없다.
2. 킬러로 인식되는 동시에 선택되는 이는 의뢰인의 킬러에 대한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이일뿐이다.
베트남 전에서 군인으로 활동했었고, 대학교 심리학(극 중 강의에서는 정신분석학 내용의 비중이 크다) 교수가 본업이지만, 동시에 경찰의 함정수사(킬러인 척하며 살인 청부를 의뢰하는 이를 만나 의뢰인이 직접 살인의사를 언급하도록 하여 체포하는 업무)를 돕는 파트타임 일을 해왔던 "게리 올슨"을 "탑건_매버릭"에서 "행맨"역으로 등장했던 "글렌 파웰"이 주연 배우로서 연기했다.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그저 학교에서는 심리학 강의를 하고 나서 남는 시간에 한 "위장 청부 살인 업자"일을 하면서 무려 70건의 킬러 연기를 성공시킴으로써, 의뢰하던 이를 법정으로 불러들인 그의 인간에 대한 학문적인 이해와 맞물린 명민함과 연기력이 드러난다.
이 역할을 제작까지 겸하면서 맡아서 한 "글렌"은 이 각각의 잠재적인 청부 살인을 의뢰하는 고객을 만나기 전에 그들이 청부 살인 업자를 찾고자 할 경우에 거치게 되는 경로에 자리하고 있다가 먼저 그 의뢰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철저하게 파악하는 실제 인물이자 극 중 인물인 "게리"를 구현했다.
그 의뢰인이 머릿속으로 그리고 있을 바로 그 취향의 "청부살인업자"를 그 고객의 "페르소나"에 가깝게 자신의 외모와 말투, 성격을 만들어 자연스럽게 상담을 하는 과정에서 살인을 청부하는 정확한 표현의 말을 하도록 만들고, 이를 증거로 체포하는 것이 파트타임 일이었음을 그려낸다.
심리학 교수라는 본 직업인답게 의뢰인으로 들어온 이의 심리적인 상황을 분석하고 주도면밀하게 바라는 것을 확인한 뒤에 수많은 사기꾼과, 다르게는 수많은 배우와도 같이 그는 그들이 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살인청부업자를 보여줄 수 있을 정도로 자신을 새롭게 가공할 수 있었다.
이것이 어쩌면 피지컬 AI가 일상화되는 미래에는 어쩌면, 물리적으로 움직이는 신체를 가지고 우리에게 접근해 올 우리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미 다 파악하고 있는 인공지능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생각하면 잠시 오싹해지기도 할 판이다.
이런 일을 산업단위로 이미 하고 있는 것이 피싱과 스팸 메일인 것이고, 로맨스 스캠 등의 모든 사기 치고자 하는 시도의 본질을 보여주는 동시에 소설과 연극,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등의 온갖 문화 상품의 전방위적으로 인간이 가진 판타지를 파악해서 실제처럼 드러내어 관심을 유발하는 모든 인류의 행동양식을 짧은 해프닝 속에 집적해서 보여주는 작품이 바로 이 "히트맨"처럼 느껴졌다.
실제로 그의 강의를 빌어서 실제로 인간이라는 존재는 자기 자신이 믿고 있는 정체성으로 고정되어 평생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 다른 페르소나를 만들어 그것에 맞춰 다른 자신을 만들어 갈 수 있는 존재일 수 있다는 내용은, "경험 자아"와 "기억 자아"가 자신인 것으로 오해하고 살아가고 있는 우리를 드러낸다.
하지만 실제의 자신은 "배경 자아"이며 그것은 우주 전체와 연결되어 있는 고요함이자 어둠과 같은 공간이다라는 뇌과학을 포함한 다양한 학문 간의 통섭에 의한 깨달음이 이미 지구상에 나타나 있는 것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아직도 뇌과학 등에 의해서 반증과 반문, 반박, 심지어 추월당하고 있는 학문이라는 사실을 대중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로, 오랜 영향력을 유지하는 "프로이트"라는 주연 배우가 만들어낸 "정신분석학"은 그 영향력을 이 예전 이야기를 담은 영화 속에서는 그대로 이어가고 있다.
알기 쉽게, 인간이란 3가지의 요소로 이뤄져 있다고 설명하면서 자기 자신을 초월한 도덕과 규범, 양심이라는 "슈퍼 에고(초자아)"를 충족시키는 활동을 할 경우에 심리적 보상을 개인이 얻게 되는 반면에 그대로 동물적인 욕망에서 끌어 오르는 대로 활동하고자 하는 "이드"는 본능적 욕구의 에너지의 저장소로써 그저 하고 싶은 대로 바로 행동하려고 하며, 이를 중간에서 개입하여 조정하는 것이 "에고(자아)"이다라는 설명을 아주 짧게 간추려서 설명하는 장면도 나온다.
그럼으로써 도식화된 실화에서 온 주인공 "게리(자아)"는 교수이자 경찰의 조력자로서의 자신의 "초자아"를 보다 본능적인 것에 호응하는 "이드"로써의 "의뢰인"의 욕망의 사이에 자신의 또 다른 "이드"에 보다 가까운 존재인 것처럼 만들어낸 또 다른 자아인 "론"은 그 과정에서 남편을 죽여달라고 찾아온 의뢰인인 "매디슨"의 매력에 홀딱 넘어가면서 다큐멘터리로 흐르다 끝날 뻔한 극화를 살린다.
매력 없고 답답하기 그지없는 캐릭터인 "게리"가 "론"이란 "위장청부살인업자"를 연기하면서 갑자기 주변의 동료와 학생들로부터 매력 있는 존재처럼 보이게 되는 상황이라던가 그 변화된 캐릭터에 흠뻑 빠져들면서 능수능란하게 사랑을 위해서 범죄까지 저지르게 되는 이 캐릭터에게 시청자까지도 동조하게 되는 현상은 이 작품의 매력도와 "게리"를 연기한 "글렌"의 재능을 인정하게 만들 정도다.
그렇게까지 드라마틱하진 않지만, 그 작품을 보면서 동의하게 되는 것은 우리는 서로의 판타지를 만족시켜 주면서 그 과정에서 경제적인 이익을 만들어내면서 살아가고 있는 저마다의 사회적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이들이란 사실이다. 그 캐릭터가 받아들여졌으니 이렇게 먹고살고 있는 것이다.
그 거대한 연극을 또 다른 각도에서 보고 너무나 기술적으로 매끈하게 잘 만든 작품이다 보니, 어이없이 뻔한 현실을 마주한 관객이나 시청자가 이 작품에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긴 어려웠을 것 같다. 거기에다 제목이 "히트맨"이라니.
화끈한 작품을 기대했던 관객이 찾아왔다 발걸음을 돌렸겠고, 동명의 다른 "히트맨"시리즈의 아류작으로 오해한 이들도 잠시 들여다보곤 떠나갔을 것이다.
이 작품은 정말로 인간의 본질을 잘 탐구하고 성찰과 깨달음과 더불어 심리학적, 정신분석학적 내용까지 잘 결합한 작품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관객의 판타지를 이해할 여력은 약했던 것 같다.
제목 하나만 더 잘 썼다면, 이를테면 "킬러 페르소나", "킬러 마스크", "암살자 가면", "암살자 인격", "위장암살자", "백개의 얼굴을 가진 암살자", "프로이트형 킬러" 등의 좀 더 확실한 제목이 있었다면 흥행은 더 잘 되지 않았을까 아쉽다. 그래서 이곳에 소개한다.
"두 번째 자막"이란 브런치북을 마무리하는 글을 이 작품에 대한 감상으로 쓰게 된 것이 매우 적절하단 생각이 들었다. 어찌 보면 나란 사람은 크게 변화가 없는 상태에서 나 역시 마치 위장한 살인 청부 업자처럼, 어딘가에 있을 불특정 한 독자의 페르소나를 가정해서 그에 맞는 시리즈의 글을 이 제목 아래에 써왔기 때문이다.
다행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불행스러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30편 초과의 작품을 하나의 브런치북에 쓸 수 없기에 또 한 번 내 손가락과 생각, 시선, 느낌에 씌웠던 영화를 마치 다른 각도에서 보려고 시도한 일종의 연기를 벗어나게 되었고, 이젠 또 하나의 브런치북을 열기 위한 또 다른 나를 찾아가 보려고 한다.
하나씩의 작품을 볼 때마다 그리고 그 작품에 대한 글을 쓸 때마다 성의가 있었건 없었건 간에 나는 조금씩 다른 내가 되어가는 순간을 경험해 왔다고 생각한다. 다른 인생을 떠올리며 경험하고 그것을 통해 지금까지의 인생을 반추하고 또 다른 인생을 꿈꾸며 영향을 받아 변화된 내가 되어 가는 과정은 그 또한 "나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이기에 그것을 즐기고 있다.
누군가는 그것을 자신을 발견해 가는 과정이라고도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제는 알게 되었다. 마치 자신이 내부로 들어가고자 하는 것처럼 깊이 파고 들어가도 그것은 다시금 외부로 나가서 확장된 탐험을 하듯이 멀리로 나가게끔 만들고 그것은 다시 내부를 파고들어 간 것과 같은 곳으로 찾아오게 만든다고 하는 이 환상적인 "화엄일승법계도"는 그 그림 하나만으로도 종교를 떠난 깨달음을 준다. 내안으로 파고 들어간만큼 나는 내 바깥의 나를 만나고 그 깊이는 더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