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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를꿈꾸는회계사 Feb 15. 2023

주식인가 도박인가

근데 회계사도 주식 잘 몰라요



 지금은 많이 달라졌지만, 몇 년 전만 해도 주식에 대한 인식이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던 것 같다. 주식투자로 실패한 경험담은 한두 다리만 건너면 쉽게 들을 수 있었지만, 성공담은 매우 희귀했다. 주식으로 큰돈 벌 것 같지도 않은데 주식투자를 하며 받는 스트레스를 고려하면, 안 하는 게 남는 장사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회계법인 소속 회계사는 주식 투자에 제한이 너무 많기도 했다. 법인에서 감사하는 모든 회사의 주식 투자를 제한하다 보니 사실상 투자의 폭이 넓지 않았다. 그 회사들을 제외하고 나면 투자할만한 쓸만한 회사들이 별로 없다는 평도 많았다. 내부 모니터링 시스템에 가진 주식을 모두 공개해야 하고, 언제 얼마나 샀는지 언제 팔았는지 까지도 모두 공개해야 했다. 그런데도 꾸역꾸역 주식 투자를 하는 회계사들에게는 은근하면서도 따가운 시선이 쏟아졌다.




 가상화폐 투자로 온탕 냉탕을 왔다 갔다 했었기 때문에 투자 자체에 대해서는 한동안 거의 귀를 닫고 살았다. 하지만 창업으로 현금흐름이 늘어나면서 무작정 예금에 방치하는 것도 한계가 있었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오히려 마이너스에 가까웠다.




 그러던 중 코로나 사태가 터지면서, 주식시장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그 당시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지옥과도 같은 시간이었겠지만 현금을 방치하고 있던 나에게는 그야말로 황금 같은 기회였다. 기회는 이때다 싶어 주식투자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래서 첫 단추가 중요하다고 하는 걸까? 어쨌든 가상화폐로 처음 재테크를 경험했던 바라, 투자라기보다는 트레이딩에 가까운 행위를 반복했다. 돌이켜보면 너무 부끄럽지만, 그 분야에 재능이 있다고 생각했고, 주변 사람들에게 그 방식을 권하기도 했다. 주식시장의 하락에 베팅하는 인버스를 매매하기도 하고 미국 주식시장으로 넘어가 그날그날 폭탄과도 같은 주식을 매매했다. 그렇게 투자하는 회사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고 그날 사서 그날 팔 예정이므로 중요하지도 않았다. 




 물론 이런 트레이딩도 잘하면 돈이 되겠지만 우리 같은 일반인들에게는 별로 권하고 싶지 않다.  결국에는 성과가 좋지 못했고, 운으로 벌었던 수익금은 점점 줄어들었다. 비트코인으로 괴로워하던 지난 시간이 오버랩되면서 방법이 잘못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 당시 같이 투자하던 동료들은 본업에 충실하겠다며 시장을 떠났지만, 재테크 없는 근로소득/사업소득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떻게든 시장에 남기로 했다. 




 그 뒤로는 정석에 가까운 투자를 배우면서, 목표수익률을 낮췄고 반복이 가능한 방식을 고민했다. 물론 처음에는 어렵다. 하루에도 10% 수익이 가능한데 연 15%를 목표로 한다니, 터무니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반복가능성이고, 그 반복에 대한 확신을 가질 수 있어야만 의미있는 투자가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주식, 부동산 아니면 딱히 다른 대안도 없다. 올바른 투자를 시작하면서 자산은 차츰 안정적인 성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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