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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유를꿈꾸는회계사 Feb 13. 2023

무모하고도 무모했던 전문직의 가상화폐 투자기

전문직은 뭐 다를까?





 2017년 가을쯤으로 기억하는데, 어울려 지내던 동료 회계사들과 가상화폐 투자로 실현수익 천만원을 돌파하면 밥을 사기로 했다. 그 당시 자주 어울리던 동료가 네 명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전원이 한 번씩은 점심을 샀다. 투자금이 2~3천만원 정도에 지나지 않았던 것을 고려할 때 꽤 큰 수익률이었다. 그렇게 점심 먹으러 가면서 70. 80년대 강남에 땅 사던 사람들이 우리 같은 기분이 아니었겠냐며 호쾌하게 웃으며 장밋빛 미래를 그렸다.




 처음 동료들 사이에서 비트코인이 유행하던 시절, 비트코인의 가격은 3백만원쯤 했다. 그때만 해도 주식에 투자하면 패가망신하는 줄 알았던 시절이라, 근로소득 외에 금융소득이나 사업소득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않던 시절이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하나둘 성과를 내기 시작하면서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하루 만에 월급을 버는 동료도 있었는데 그걸 보고 있는 주변인들은 허탈감과 부러움을 동시에 느꼈다. 




 조바심에 못 이겨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했지만, 큰돈을 투입하진 못했다. 아마 5백만원쯤으로 시작했던 것 같다. 가상화폐가 어떤 비전이 있고 어떤 가치가 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거의 홀짝, 바카라에 가까운 투기를 이어갔다. 가상화폐로 하루에 수십만원을 버는 것에 점점 익숙해졌다. 




 그렇게 실패 없는 투자를 이어가며 자신감은 점점 충만해졌다. 투자금이 백 단위에서 천 단위로 넘어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돈을 이렇게 쉽게 버는 게 가능한 건가? 그럼 힘들게 일을 안 해도 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이 들면서 점점 더 집착하기 시작했다. 가상화폐에 투자한 원금 약 3천만원이 1억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쯤 되니 주변에서 이제 그만 정리하라는 말을 했지만, 철저히 무시했다. 비트코인이 뭔지도 모르는 꼰대들이 부러워서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미친 듯이 폭락하기 시작했다. 가상화폐는 사면 오르는 마법과도 같은 재테크 수단이었기 때문에, 잠깐의 하락일 뿐 다시 제 가격을 찾아 올라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변에 벤츠 E클래스 한 대 벌었다고 우스갯소리를 하곤 했는데, 어느새 그 벤츠가 그랜저가 됐다가 소나타가 됐다가 모닝까지 내려왔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랜저라도 아니 모닝이라도 건져야했지만, 그 당시엔 그걸 지켜보는 것도 너무 고통스러웠고 다시 올라올 것이라는 광적인 믿음이 있었던 것 같다. 회계사라고 하면 어쩐지 금융스럽고 투자에 통달할 것만 같은 이미지가 있다. 하지만 우리도 그냥 똑같다. 대중의 광적인 투기에 편승해 이를 활용하고 수익을 내기는커녕, 그 대중 그 자체인 경우가 오히려 많다. 




 그렇게 수천만원에 달하던 평가이익이 이제는 어느새 평가손실을 기록하고 있었다. 그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 뒤로는 그냥 없는 돈으로 치고 살았다. 그 당시 나에게 결코 적은 돈이 아니었지만,  솔직히 포기했고 손절할 용기도 없었다. 말 그대로 방치였다. 그렇게 잊고 살던 중 2021년 다시 가상화폐 phase 2가 오픈하면서 순전히 운으로 수익을 낼 수 있었다. 그렇지만 이걸 투자라고 볼 수 있을까? 아무리 좋게 보려 해도 이건 그냥 운에 불과하다. 가상화폐로 현실을 탈출할거라 믿었지만, 아무런 근거도 없었고 그냥 도박에 가까웠다. 그 뒤로는 가상화폐에서 손을 뗐다. 탈출을 위해서는 보다 현실적이고 반복이 가능한 수단이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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