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니엘 전시로 이번 여름을 지냈다.
전시 첫 날 혼자, 가족, 친구들과.
네 번을 파리여행 가는 기분으로 미술관에 갔다.
오토니엘도 직접 만나는 행운까지 있었으니 이번 여름은 오토니엘과 함께-
미술관은 함께 하는 것도 좋지만 혼자 가기도 좋다. 잠시 시간내서 휘리릭 다녀오기도,
무엇보다 혼자 있어야 생각을 할 수 있는 틈이 생긴다.
대학교 여름 방학 때 뉴욕과 파리에 한 달씩 머물기회가 있었다. 혼자 미술관과 공연을 보며 종일 돌아다녔다. 특히 첼시의 작은 갤러리들을 다녔는데 별 정보도 없이 그냥 보고 느끼고. 그때 기억이 좋아서일까. 혼자 미술관에 가는 것을 즐긴다.
그렇다고 그만큼 미술에 대해 잘 알지는 못한다.
예전부터 "그냥 느끼면 되는 거 아닌가?" 했다.
미술공부를 시작하면서 알게 된 미술계의 지인 분이 말씀하시길, 그냥 느끼면 된다고! 반가운 말이다.
재밌어서 조금씩 공부를 함께 하고 있지만 느낌이 전부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오토니엘의 작품은 언뜻 보기에 화려해 보이지만
메시지를 담고있다. 인생의 기쁨과 슬픔, 상처와 좌절 모든 것이 다 인생이라고. 결국 희망을 이야기한다.
미술관을 좋아하고 자주 간다. 왜 그럴까?
첫 번째 이유는 치유와 위안을 위해서다.
작가가 고민해서 세상에 내놓은 작품에는 아름다움도 물론 있지만, 삶에 대한 나름의 고민을 재해석해서 창의적으로 내놓는 결과물을 보는 것이 좋다. 물끄러미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위안받는다.
미술관에 가는 이유 두 번째는
브랜드 기획과 미술의 큐레이션이 크게 다르지 않다. 전시와 공연을 자주 보면서 기획에 적용하기도 한다. <트렌드 너머의 세계>저자이자 UA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구리노 히로후미가 트렌드 서치를 위해서 하는 일 중에, 작은 미술관들을 많이 간다고 했었는데, 놀랍고 반가웠다.
세상의 메시지는 크게는 다 통한다고 생각한다.
오토니엘을 소장하기에는 무척 고가라,
여러 번 감상한 것으로 마음을 대신하고.
이번 여름에 많이 봐둬서인지 아쉽지 않아졌다.
서울시립미술관 앞 나무에 걸린 작품들은
몇 년전, 남프랑스 여행 중에 들렀던 샤또 라 코스테 에서 만났던 작품들과 같다.
서울에서 만나니 인생이 돌고돌아서 지금 여기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예전에 읽었던 영감받은 오토니엘의 말들
"선택한 인생을 사는 것이 가장 럭셔리한 인생이다."
"나는 한번도 아름다운 구슬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 적이 없다. 작품을 구성하는 모든 구슬은 완벽한 구의 형태가 아니다. 작은 긁힘 하나 없이 매끈한 구슬이 아닌, 상처나 흉터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구슬이 아름답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생은 르네상스의 연속이다. 춤을 배우고, 화장을 하고, 산을 오르고, 사랑에 빠지고픈 욕망은 죽을 때까지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무료하고 비참해 죽을 것 같다가도 어느 순간 ‘그래, 인생은 살만한 거야’ 하는 전율이 찾아온다.
지금 이 순간 힘든 나날을 보내는 분들이 많겠지만 곧 재탄생의 시기가 올 것이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내 경우처럼, 상처 난 구슬로 엮었지만 아름다운 내 작품처럼….”
* 전시는 아쉽게도 오늘까지 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