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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제를 말하다 Sep 16. 2023

미국의 반도체 잠금장치, SMIC이 풀었다?

얼마전 화웨이에서 메이트 60 프로라는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출시해서 세간을 떠뜰석하게 만들었습니다. 사실 휴대폰 만들었던 it회사 화웨이에서 스마트폰 신제품이 나왔다는 사실이 그리 놀랄 일은 아닐 것 같은데요. 화웨이를 둘러싼 내막을 안다면 이번 메이트 60 출시가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화웨이는 푸젠진화 이후 미국의 전격적인 제제로 인해 거의 망하기 직전까지 갔던 회사입니다. 푸젠진화는 마이크론의 D램 설계도를 훔치다가 걸려 미국의 규제 철퇴를 맞아 문을 닫은 회사입니다. 그리고 화웨이도 처음 미국 정보 당국에 갖가지 IT 디바이스와 5G 기지국 설비 등 주요 제품군에 스파이웨어 즉 정보를 탈취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및 칩들을 탑재하여 제제의 물망에 올랐던 기업입니다.     


화웨이는 미국의 제제 전에 스마트폰 시장에서 한때는 출하량 기준으로 삼성전자를 위협할 만큼 강력한 파워를 자랑하던 기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이 화웨이를 규제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바로 첨단 칩 공급을 중단하는 일이었습니다. 사실 화웨이는 자사 내에 하이 실리콘이라는 팹리스를 갖고 있었습니다. 하이실리콘에서 화웨이 휴대폰에 쓰일 기린이라는 칩셋을 설계하면 이를 TSMC에서 생산하는 구조의 사업이었습니다.     


하지만 미국에서 화웨이로 들어가는 7나노 이하의 첨단 반도체에 대한 수출 규제를 통과시키자 화웨이는 자사의 AP를 생산할 파운드리를 찾지 못하게 되었고, 첨단칩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화웨이는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었습니다.          


그래도 화웨이는 스마트폰 사업을 완전히 접지는 않았는데요. 그들에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SMIC였습니다. SMIC는 중국 최대의 파운드리 기업입니다. 파운드리 전체에서 4.5~5%를 오가는 점유율을 갖고 있습니다. SMIC는 첨단 칩을 생산하는 파운드리는 아닙니다. 다음 그래프는 SMIC의 매출 구조입니다.          



매출 구조 그래프에서 보시면 알 수 있듯 주 수입원이 0.18마이크로미터대입니다. 나노 포지션에서는 65~40나노가 주력입니다. 14나노와 28나노는 그 수입이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전체 매출의 14.6%정도였고요.. 지금도 그리 많은 비중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도 화웨이 입장에서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것은 그나마 14나노라도 생산 능력이 있다는 것이겠죠? 화웨이는 SMIC의 14나노 생산 능력을 바탕으로 아너라는 보급형 스마트폰 브랜드를 론칭합니다. 그리고 SMIC가 기술을 고도화 시키길 기다리면서 버티기에 들어갑니다.          


그런데 이런 화웨이의 희망을 절망으로 바꿔버리는 일이 발생하죠. 바로 미국이 SMIC까지 제제기업 명단에 포함시킨 것입니다. SMIC가 받은 제제는 7나노 이하 반도체를 생산하는 데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비롯한 첨단 반도체 생산 설비에 대한 공급 차단이었습니다. 이제 14나노를 지나 7나노로 진입하기 위해 EUV 노광 장비 획득에 열을 올리고 있었던 SMIC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소리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변이 일어납니다. SMIC가 2022년 8월 7나노 반도체 양산에 성공했다는 오피셜 기사를 발표한 것입니다. 그리고 2022년 말 SMIC 7나노가 적용된 반도체의 단면도가 공개되면서 SMIC의 7나노 성공이 기정사실화 되었습니다.     


그리고 2023년 9월 화웨이의 메이트 60 프로에 SMIC의 7나노 공정이 적용된 칩셋이 탑재된 것이 확인되면서 어떻게 미국의 첨단 반도체 제조 규제를 강력하게 받고 있는 SMIC가 7나노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가 하는 의문부호가 붙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은 중국 반도체 제조업이 7나노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게 하는 데에 총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왜냐면 중국 반도체 제조업이 7나노에 진입한다는 것은 곧 후속 공정을 빠르게 추진함을 통해 첨단 칩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해진다는 것이고 이는 곧 미국의 반도체 패권이 흔들릴 수 있는 문제였기 때문입니다.          


더 나아가 인공지능의 시대로 나아가면서 누가 어떤 칩을 사용하는가가 초미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더 나은 공정에서 제조된 더 성능이 좋은 AI 가속기를 사용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반도체는 단순히 산업의 쌀이 아닌 전략물자가 되어 버렸습니다. 중국이 7나노 이하 첨단 칩의 생산능력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곧 중국이 안보적으로 미국에 종속되는 효과를 가져온다는 점이 미국에게는 큰 메리트였습니다.          


G2가 되어 미국의 아성에 도전하겠다고 설레발을 치는 중국에게 "너흰 아직 우리에게 안돼!" 라고 코웃음을 칠 수 있었던 이유 또한 그들이 첨단 반도체 제조 능력이 없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중국의 SMIC가 미국의 갖은 방해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7나노 칩을 만들어 냈다는 것입니다.     


이것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생각해야 할까요? 과연 SMIC는 미국의 제제를 무시하고 EUV 장비를 구하는 데에 성공한 것일까요?     


저는 EUV 없이 7나노에 성공했다에 더 큰 비중을 두려 합니다. 그리고 EUV 노광장비를 구했다손 치더라도 신제품이 아닌 중고제품이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봅니다.     


일단 SMIC가 EUV 노광장비를 구하지 못했다는 전제에서 말씀을 드리자면 사실 기존 DUV 장비로도 어려운 일이긴 하지만 7나노 구현이 가능합니다. 멀티패터닝이라는 기술을 통해 구현이 가능한 것인데요. 7나노로 구현된 회로를 여러 회차에 나누어 순차적으로 여러번 노광을 하면 번거로운 작업이긴 하지만 7나노 선폭의 구현이 가능해집니다. 다만 여러 회차에 나누어 노광을 하다 보니 불량율이 높고 공정을 여러번 거치면서 들어가는 코스트가 증가해 칩 생산 단가가 높아지는 단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EUV로 그려낸 회로에 비해 성능에 대한 의구심이 많은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이번 SMIC 7나노에 대해서 그리 호의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일단 물량이 너무 적습니다. 이번에 나온 기린 칩의 물량만으로는 SMIC 7나노의 양산 수율을 잡는 데에 턱없이 부족할 것입니다. 양산 수율이라는 것은 많이 생산할수록 노하우가 쌓이면서 잡혀가는 부분인데 메이트 60프로가 최대한으로 팔린다고 하더라도 1,000만 단위로 팔릴 수 있을까는 의문입니다.     


100만 단위로 양산 수율을 향상시킨다는 것은 조금 어려워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적어도 1000만 단위 이상의 유의미한 물량이 확보 되어야 그나마 수율 잡기가 원활할 텐데... 아마도 지금 메이트 60 PRO에 탑재되는 7나노 칩도 적자 폭이 클 것으로 예상됩니다.     



양산 수율이 좋지 못하니 제작 비용이 상승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칩의 단가가 높아지기 때문에 메이트 60 프로를 제외한다면 SMIC 7나노에 경쟁력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미래를 대비하는 차원에서 생산능력을 확충한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있습니다. 미국에 의한 각종 규제로 인해서 중국 내로 장비반입 자체가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은 SMIC가 가진 최대 위기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7나노를 뛰어넘어 5나노, 3나노 등 최선단 공정으로 올라서기 위해선 EUV 노광장비가 필수적으로 필요한데 현재 ASML은 미국의 대중 규제에 매우 적극적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즉 편법을 사용하거나 중고장비를 들이지 않는 이상 7나노를 고도화 하는 데에도 큰 난항이 예상되고, 더욱 높은 단계의 최선단 공정으로 올라서는 데에는 분명한 한계에 부딪칠 것입니다.     


물량의 부재, 그리고 첨단 공정 생산 능력 확충의 부재 등으로 인해 SMIC 7나노는 중국 내부 물량 소화 위주로 가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이번 메이트 60 프로 소식에서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은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바로 7나노 칩 이외에 다른 칩들의 국산화 율이 높아졌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중국 부품 국산화율 90%는 추정이라고 하지만 아마도 상당부분을 SMIC에서 담당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이미지센서라든지, 스피커 모듈, 카메라 모듈과 전력반도체들, PMIC 등등 여러 부분에서 국산화를 이루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것이 의미하는 바가 무엇입니까? 중국의 반도체 자급자족 정책이 어느 정도는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미지센서는 사실 나노급이 아니더라도 마이크로 미터 단에서도 생산이 가능합니다. 물론 여러 기술적인 한계들이 있겠지만 일단 국산 제품을 생산하여 실제 양산 IT 디바이스에 탑재될 정도의 퀄리티를 확보했다는 것이 중요하겠죠.      



PMIC와 같은 부분도 중국 국산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NFC 모듈이나 USB C타입 포트 등 비교적 첨단기술이 필요하지 않은 부분의 부품들도 대부분 국산화를 이루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하위 기술들에 대한 국산화가 가능하다면 이를 바탕으로 진일보를 할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는 점이죠. 중국은 최첨단 반도체 양산을 막는 미국의 전략을 우회하는 방법으로 50~20나노 대의 레거시 반도체 영역에 대한 잠식에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 비첨단 영역에 속하는 레거시 영역의 반도체들에 대해서는 상당부분 국산화가 가능해졌습니다. 그 물량을 책임지는 파운드리가 바로 SMIC이죠.          


SMIC가 이렇게 레거시 영역에서부터 차근차근 양산 기술력을 쌓는다면 만약 미국의 규제가 풀리는 그 날에는 중국 정부로부터 제공되는 막대한 보조금과 함께 기술 개발에 속도를 올릴 수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진짜 싸움은 7나노 이하가 아닌 아랫단의 레거시 공정으로부터 조용히 진행되고 있었을 것입니다.     


이렇게 레거시 단에서의 반도체 외부 의존도가 떨어진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상당한 타격이 있을 것입니다. 현재 세계 반도체 소비량의 60% 이상이 중국에서 소비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반도체 중 상당수가 레거시 반도체들입니다. 레거시 영역을 SMIC가 장악한다면 삼성전자까지는 영향이 그리 크지 않겠지만 우리나라의 파운드리 2인자 DB 하이텍은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막 파운드리에 뛰어든 파운드리 막둥이 SK 하이닉스도 꽤나 심대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됩니다.이에 대한 동향도 면밀히 살필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메이트 60 프로에 탑재된 7나노 칩에 대해서 살펴보면서 미국의 중국 반도체 제제, 그리고 멀티패터닝을 통한 규제 우회 성공에 대한 의의를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메이트 60 프로에 7나노 칩이 탑재된 것에 집중하다 보면 놓칠 수 있는 중국 레거시 반도체 자급율의 상승에 대해서도 살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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