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네 집은 개를 두 마리 키우고 있다. 김호동은 요크셔테리어 수컷 13세, 김재동은 슈나우져 수컷 12세.
덩치는 김재동이가 큰데, 서열은 김호동이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 김호동이 그 집에 먼저 살기 시작해서 그런건지, 타고난 성격인지는 모르겠다. 먹는 것도 호동이가 먼저 먹고, 장난감도 호동이가 멍멍 짖으면 재동이는 깨갱~하면서 내려놓는다. 호동이가 기분이 나쁘면, 가령 주사 맞아서 스트레스 받았을 때 재동이를 물어서 식구들이 떼어놓기도 한다.
내 일 신경쓸 것도 많은데 개 두 마리 중 누가 잘나가는지 관심이 없을 수 밖에. 그런데 친구도 호동이를 더 예뻐한다. 물론 재동이를 소흘히 대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사료, 간식, 옷 모두 똑같이 먹이고 입히고, 미용도 양치질도 똑같이 시키고, 재동이도 아프면 호동이처럼 재깍 병원에 데리고 간다. 내 눈에 보이게 티나는 점이라면, 호동이는 주로 친구 무릎 위에, 재동이는 의자 다리 옆에 앉아있는 것 정도다.
그날도 친구집에 갔는데 현관 들어설 때부터 재동이가 짖어댔다. 재동이는 누구든 집에 오면 계속 짖는다. 자기 만져줄 때까지. 손을 떼면 또 짖는다. 그날은 회사 일로 기분이 우울해서 재동이가 유독 시끄럽게 느껴졌다. 호동이는 조용한 것만으로도 의젓해 보였는데, 시끄러운 재동이를 왕~하고 한마디로 조용히 시키기까지! 몹시 기특하였다.
남의 집 개를 봐도 웬지 더 좋은 개가 있는데, 사장도 자기 마음에 더 드는 직원이 있겠지!
나도 뭐, 팀원들 순위 다 평가하면서, 사장님의 자유 영역에 대해 왜 불만하는 거지? 회사는 월급 주고 4대 보험료 내주고 계약상 의무를 다 이행하고 있는데. 거기서 더 나아가 무릎에 앉는 문제는 그야말로 사장님 마음 아닌가!
굳이 뭐…그것까지 노력할지 말지는 내 자유. 남의 자유를 인정하자 나는 다시 마음을 잡고 회사 생활을 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