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남들의 질문을 같이 생각해볼까요?
중요성, 화제성, 시의성 있는 사례 5개를 가져와 보았습니다.
폴 크루그먼. 미국의 경제학자.
24세에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고, 무역과 환율에 대해 표준 교과서가 된 책을 썼으며, 2008년 비교적 어린 나이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아이작 아시모프의 소설 파운데이션을 읽고 해리 셀던이 하는 것과 가장 비슷해보이는 경제학을 전공으로 선택했다고 한다. 은하제국의 수학자인 헤리 샐던은 모든 경제 정치 사회 기술 정보에 인간 심리를 때려넣어 유체역학 방정식으로 미래를 예측하는 ‘심리역사학’이라는 학문을 만든다. 일응 경제학과 비슷한 점이 있다.
은하제국이 멸망하고 3만년 동안 문명 암흑기가 된다는 계산이 나와가지고, 멸망을 막기는 이미 늦었고
은하계 변방에 '파운데이션'이라는 도시를 만든 이후 벌어지는 얘기.
그는 칼럼니스트로 사회현안에 대한 비평도 활발히 하는데,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는 걸 맞추지 못했다고 조롱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비트코인이 대중적 주목을 끈 것은 2017년부터지만, 처음 공개된 것은 2009년 1월이다. 사토시라는 이름으로 공개된 글에서 비트코인을 금융기관에 의존하지 않는 '개인 간 전자 화폐 시스템(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s Cash System)'이라고 표현했기 때문에, 초기에는 '진짜 화폐냐, 아니냐'가 논쟁 거리였다. 지금은 다들 '그냥 투자'라고 생각하지만, 만약 처음부터 그렇게 얘기되었다면 가상자산거래소들은 커지기 전에 금지되었을 것이다. 투자를 중개하는 거래소는 아무나 열지 못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로 금융 시스템에 대한 회의감이 커진 분위기에서 비트코인은 새로운 기술로 탈중앙화를 구현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규제 포획'의 시간을 벌 수 있었다.
폴 크루그먼은 2013년부터 비트코인을 비판해왔다. “기술적 신비주의로 포장되고 자유주의 이데올로기의 고치 속에 감싸인 거대한 거품”이라면서, '폰지'이고 '사회악'이라고 했는데, 가격이 많이 오르자 “노벨 경제학상 받으면 뭐하냐, 틀렸잖아”라는 말을 듣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이 “비트코인 지금 사면 오를까?”를 전망한 게 아니잖나. “비트코인이 오르는 것이 문제가 없나?” 질문한 것이다. 비트코인은 정작 화폐나 지불시스템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게 하나도 없지 않나, 그런데 왜 가격이 오르는 건가, 누구 주머니로 돈이 들어가고 있나, 계속 이러면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 결국 어떻게 되겠나?
동일한 현상이 2024년 다시 나타나고 있다. 1월에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ETF가 승인되었다는 소식에 주춤거리고 있던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했다. 4월 총선 때는 우리나라도 비트코인 현물ETF를 승인하겠다는 공약이 걸렸다. 비트코인ETF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컨텐츠가 쏟아져나와, 이제 비트코인이 정식 금융상품으로 인정받고 안정기에 접어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도 미국 업자들이 만든 금융상품 때문에 생긴 거 아니었던가?
비트코인은 내재적 가치나 활용도가 없이, 오직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인해 지탱되는 폰지 구조의 전형이다. 사람들도 단순히 수익을 내고 팔면 된다는 생각으로 사는 것이어서 분위기에 민감하다. ETF가 나왔다고 해서 비트코인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이 없는데도, ETF 나왔다~하면서 자금을 빨아들이고 있다. 그 돈은 누가 가져갈까? 결국 어떻게 될까?
ETF는 펀드의 지분을 주식으로 만들어서 파는 것이다. 비트코인 현물ETF도 펀드가 비트코인을 사고, 그 ETF주식의 가격은 펀드가 보유한 비트코인 가격에 좌우된다. 여기까지는 다들 아는 얘기.
그런데 주식ETF 펀드가 일반 투자자들과 동일한 조건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것과 달리, 비트코인 현물ETF 펀드는 바이낸스(세계최대 코인거래소)에서 '비공개' '장외거래'로 비트코인을 산다. 당연히 '할인된 가격'이다. 그런 뒤에 ETF 주식을 팔 때는 비트코인을 일반 거래시가로 평가한다. 판매사는 그 차익을 바로 먹는 것이다. 이 거래는 채굴업자들 같이 비트코인을 대량 보유하고 있는 고래들에게도 이익이다. 그들은 비트코인을 거래소에서 ‘돈’으로 바꾸어야 하는데, 직접 처분하면 공급 과다 + 고점 신호로 가격이 하락한다. 그런데 ETF를 이용하면 부정적 영향을 피하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가격을 올릴 수 있다.
서브프라임을 일으킨 CDO증권의 판매사는 모건 스탠리, 골드만삭스 같은 증권사들이었고, 그 여파로 압류된 집들을 헐값에 사들인 것은 블랙록 같은 자산운용사들이었다. 비트코인 현물ETF도 모건스탠리가 팔고, 블랙록이 펀드를 운용한다.
*이 책은 비트코인을 설명 목적이 아니므로, 관련 내용이 조금 더 알고 싶으신 분은 아래의 다큐를 시청해주세요.
<일부 발췌>
� 비트코인의 화폐와 환금성
‘화폐’를 욕하면 화폐가 되는 건가? ‘돈’ 그 자체와 ‘환금성’은 다른 것이다.
돈은 국가에서 지불수단으로 쓰는 용도로 만든 것이다. 국가가 만들었다는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국가가 만들었기 때문에 강제통용력을 가져서 범용성이 있다. 범용성이 있기 때문에 궁극적인 부의 척도가 될 수 있다. 액면가치가 고정되어 있어서 사고 파는 의미가 없다. 다만 국가별로 통화가 다르니, 다른 나라 돈이 필요할 때는 환율에 따라 교환할 뿐이다.
환금성은 돈으로 교환된다는 특징이다. 거래소가 있고 거래가 활발할수록 환금성이 클 것이다. 그런데 교환이 쉽다고 해서 가치가 안정적인 것은 아니다. 지불수단으로 쓰이려면 환금성이 높으면서 동시에 가격도 안정되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양립할 수 있는 건가?
비트코인은 현재 환금성이 높다. 거래소에서 거래가 활발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비트코인을 사는 이유는 가격이 더 오를 꺼라는 기대 때문이다. 그렇지 않으면 왜 굳이 돈을 비트코인과 바꾸겠는가! 비트코인은 참여자들끼리 거래를 기록한다는 블록체인 시스템이 있지만, 그것이 거래를 해야 할 이유가 되지는 못한다. 가상자산업자들이 가격을 띄우기 전, 비트코인 거래가 개인 간 지갑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던 시절에는 환금성이 높지 않았다. 비트코인을 돈 대신 받는 범죄조직도, 거래소에서 자기가 원할 때 자기가 생각하는 만큼의 돈으로 바꿀 수 있다는 전제가 있을 때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도 결국 거래소가 사업의 중심이고, 이 생태계를 움직이는 동력은 오직 가격변동성이다. 달러는 무한정 발행하지만,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정해졌다고? 비트코인 거래는 소수점 단위로 얼마든지 쪼개서 할 수 있다. 가격이 변하고 쪼갤 수 있는데, 발행량이 정해져 있다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 채굴 반감기
비트코인은 총량이 2100만 BTC에 수렴하게 설계되어 있다. 비트코인은 한꺼번에 발행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비트코인의 거래기록들을 담아서 블록을 만들 때마다 프로그램에서 만들어져서 그 블록을 만든 사람(지갑주소)에게 보상으로 지급된다. 그래서 블록을 만드는 것을 채굴이라고 한다. 첫 번째 블록부터 21만 번째 블록까지는 50BTC, 다음 21만 번까지는 25BTC, 다음은 12.5BTC, 그 다음은 6.25BTC… 이렇게 블록 21만 개, 약 4년 단위로 블록을 1개 만들 때 받는 채굴보상금이 반감된다. 코인의 총량을 조절해야, 화폐처럼 쓰자는 얘기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2024년 4번째 반감기를 맞아 보상이 3.125BTC가 되었다.
처음 24년동안 99%가 발행된다
비트코인은 수량의 제한이 있다는 점 때문에 금에 많이 비유된다. 그러나 신규 채굴이 중단돼도 기존 금은 쓰는데 지장이 없지만, 비트코인은 거래를 기록해주는 채굴 활동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그래서 원자재는 생산이 안되면 가격이 폭등하는데, 반대로 비트코인은 정전돼면 가격 폭락하는 뉴스가 나오는 것이다. 그럼에도 2020년 반감기 때까지는 더 귀해지는 거라면서 가격이 올랐다. 사업자들이 계속 그렇게 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24년 4월에 오는 4번째 채굴반감기를 앞두고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채굴업자들 입장에서는 이제 정말로 신규 생산이 적어지는 것이라서, 2022년부터 미국의 대형 사업자들은 회사를 정리하는 수순을 밟고 있었다. 이것은 비트코인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탈중앙화 블록체인 시스템'이 흔들리는 신호라서, 전처럼 '더 귀해진다'는 말이 통하지 않았다. 어차피 분위기에 의존하는 것이기 때문에 한순간 가격이 폭락할 수도 있는 시점이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2024년 1월에 미국에서 비트코인 현물ETF가 거래되면서 비트코인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집값 하락이 시작되어야 하는 시점에서 새로운 금융상품을 만들어서 오히려 거품을 키웠던 서브프라임 사태와 메커니즘이 동일하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