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억겁의 시간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시간

그 때만 해도 우리는 아직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새벽 5시, 아버지는 불이 커지고 텅 빈 로비에서 대기 의자에 머리를 기댄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이야.”

“실은 엄마가 의식이 없어. 급하게 수술에 들어갔는데 …….”

아버지는 간호사에게 이야기를 해두었다며 우리를 중환자실로 데려갔다.


온몸에 갖은 주사줄과 머리를 붕대로 칭칭 동여맨 엄마는 침대에 매여진 채 자꾸 벌떡 벌떡 일어나고 있었나고 있었다. 끈임없이

“엄마. 나 왔어.”

“지금 의식이 없으세요.”
"네?"

"뇌수술 이후에는 보통 그러세요."

뇌수술 이후에 후유증, 모든 감각이 뒤섞이는 기이함 속에서 엄마는 그렇게 삶과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오늘 밤이 고비라는데.”

아버지가 말끝을 흐리시는 것이 모든 것을 우리에게 말씀을 안 해주시는 듯 했다.

엄마가 저렇게 움직일 수도 있고 하니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깨어나겠지라고 생각했다.

“실은 바닥에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혀 왼쪽뇌 전체가 출혈로 뒤덥혔고 지금 수술을 했지만 예후를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의사가 수술을 들어가면서 아무래도 마지막일지도 모르니 자식들을 모두 불러모으라고 하더라.”


그 때만 해도 우리는 아직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병원은 그리 크지 않고 아담했다.

하지만 난생 처음 와 본 중환자실도, 중환자실 옆에 빨간 백열등을 번쩍이며 '수술실'이라고 써 있는 저 공간도 너무나 낯설고 어색했다.

"어떡하지?"

"일단 중환자실에는 면회시간이 따로 있으니 일단 집에 다녀오자."

대구에서 40분 거리에 있는 경산, 우리는 부모님이 머물로 있는 집으로 일단 갔다가 대기하기로 했다.


하지만 대기하는 시간을 그리 길지 않았다.

오전 12시가 되었을까. 집에 겨우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병원으로 부터 호출을 받았다. 출혈이 계속 진행되고 있어 재수술에 들어가야한다는 것이다.

간호사는 당부했다 앞으로 며칠이 고비이니 아무래도 집이 멀면 병원 근처에 계속 계시는 것이 좋겠다고.

그래서 우리는 집도 절도 없이 병원 앞을 떠나지도 못했다. 병원 로비에서 계속 대기하다가 다리가 너무 후들거려 병원 앞 여관에 방을 잡았다.


하지만 그 때도 어김없이 병원에서 호출이 왔다.

다시 한번 더 수술방으로.

엄마는 4일 동안 3번이나 수술실 불빛을 반짝이며 들어가고 나서는 이제는 까딱하는 움직임조차 보여주지 않았다. 3번의 수술을 마치고 의사가 가족을 불렀다.


“다행이 더 이상 출혈은 보이지 않아요. 출혈이 안보인다면 정말 오늘밤을 넘기기 힘드셨을 텐데 다행히 안쪽 깊숙이 보이던 출혈까지 다 잡았어요. 어머니 정말 크게 다치셨어요.

머리를 부딪히셨다고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고 옆 면에 왼쪽 옆면에 두개골 골절이 있으신 것 보니 왼쪽으로 넘어지신 후 뒤로 한번 더 부딪쳐 뇌진탕이 온 것 같아요.”


갑자기 반년 전 수술했던 왼쪽 손목이 떠오르면서 우리는 동시에 탄식을 했다. 아직 재활도 안된 팔을 짚었다가는 다시는 쓸 수 없을 것 같으니 조심하다가 머리를 찧었구나.

갑자기 가슴이 벌렁 거리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요.”

“이제 의식이 회복되어야 해요. 최대한 의식을 빨리 회복해야지만 어머니의 예후를 알 수 있어요. 그런데 …… 어머니는 ……. 그런데 보험은 있으신가요?”


눈물이 철철 흘러나올 것 같이 이 상황에 보험이라니.

갑자기 처음부터 끝까지 이성적인 의사의 넥타이만 바라보고 있었다.

보험이라니. 집안에 보험하시는 어르신 때문에 실적 쌓기용 보험만 드느라 보험에 질려버린 엄마는 보험을 신뢰하지 않는다. 차라리 적금을 믿지.


“앞으로 꽤 많이 힘드실텐데 ……. 한번 방법을 찾아보죠.”


의사는 그렇게 산뜻하게 이야기 하더니 자리에서 일어났다.


뇌의 후유증을 어떻든 말든 의사는 분명히 했다.

일단 향후 문제는 어떻게 되든 어머니에게 있어서는 일단 생명을 살려내는 게 더 중요했다고.

그래서 최대한 피를 다 제거했고 3일만에 겨우 멈추었으니 이제 겨우 된거라고.

왜 그 때는 엄마가 매일 먹던 혈전제를 생각하지 못했던 걸까.


아버지를 모시고 잡아둔 여관으로 가려는데 갑자기 아버지의 두 무릎이 뚝하고 꺾였다.

동생과 나에게 부축을 받으며 아버지는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이제는 됐다. 겨우 살렸어."


아마도 그 때가 처음 일거다. 아버지가 무너지는 모습을 내 눈으로 직접 목격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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