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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얀잉크 Sep 18. 2015

전통한옥 처마와 마루 사이 하룻밤

북촌마을의 특별한 게스트 하우스

북촌마을에 발길하는 분들은 대부분 하루 코스로 와서 돌아보고 가지만 북촌의 볼거리를 다 둘러보려면 1박2일도 빠듯하다. 개인적으로 북촌골목여행은 계동길(계동-원서동), 삼청동길(가회동-삼청동), 감고당길(소격동-화동) 총 세 가지 코스로 안내하는 편인데 하루에 둘러보기에는 분명 체력이나 시간이 부족하다.

그런 이유로 북촌의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이들이 많은데 전통 문화를 체험해 볼  수 있는 한옥체험관 중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근대문화유산에서의 한옥스테이, 배렴 가옥


북촌 골목을 다니며 '한옥체험살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면 게스트하우스다. 보통 골목 안에 게스트하우스가 위치해 있는 반면에 배렴 가옥은 계동길에 위치해 있어 쉽게 찾을 수 있다. 


조선 말 동양화의 거목인 배렴 화백이 살았던 집으로 대한민국 근대문화유산 제85호에 지정되었다. 그동안은 가옥의 내부는 볼 수 없었으나, 지난 가을 북촌 개방의 날, 숨은북촌찾기에 개방되어 안을 직접 들어가 보았다.




마당이 넓지는 않지만 계동과 가회동의 일반적인 한옥에 비하면 가옥 자체는 큰 편이다. 전형적인 도시 한옥의 구성이며 안마당을 중심으로 ㄱ자형 안채와 ㄴ자형 사랑채가 분리되어 마주보고 있다. 한옥의 아늑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게스트하우스다.


내부의 방의 구조도 보고 싶었지만 당시 머물던 여행객들이 있어 더이상 들어가지 않았다. 실제 막 머리를 감은 듯 머릿수건을 쓰고 다니는 여인네 모습에 실례가 될 것 같았다. 


다시 밖으로 나오니, 계동 배렴 가옥의 설명이 담긴 표지판이 있다. 이 집은 1930년경에 지어진 것으로, 근대적인 실경산수화로 유명한 제당 배렴이 1959년부터 살았던 곳으로 서울시 SH공사가 이 집을 사들여, 현재 민간이 운영하는 북촌게스트하우스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한쪽 벽면은 재미나게 장식되어 있다.






한용운 선생의 숨결이 깃든 만해당


두 번째는 역사적으로 의미있는 특별한 게스트하우스를 소개하고자 한다. 스님이자 시인이었던 만해 한용운 선생의 호를 따서 이름을 붙인 만해당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만해 한용운 선생이 3년여를 머물렀던 유심사가 있었던 터라고 한다.


계동길 랜드마크였던 중앙탕 옆 골목에 위치한 만해당은 유심히 보지 않으면 쉽게 지나칠 수 있는 소박한 게스트하우스이다. 나조차도 숱하게 계동길을 드나들면서도 만해당의 존재를 안 것은 한참 뒤의 일이었다.  



만해당 입구 왼편 벽면에는 이 곳이 유심사 터임을 알게 하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한용운 선생은 이 곳에서 1916년부터 3·1운동이 일어난 1919년까지 3년여를 머물며 불교잡지 ‘유심’(惟心)을 발간하는 등 3.1운동을 준비했다고 한다. 이 때 발간한 불교잡지 '유심'은 불교의 홍포와 민족정신의 고취를 목적으로 간행돼 뒷날 그가 관계한 ≪불교≫ 잡지와 함께 가장 괄목할 만한 문화사업의 하나로 평가된다.


사실, 한용운 선생에 자취가 얽힌 곳은 많다. 충청남도 홍성군 결성면 성곡리에는 선생이 태어난 생가가 복원되어 있고, 멀지 않는 성북동에는 한용운 선생이 손수 지어 머물다 생애를 마친 심우장이 있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과 3년밖에 머물지 않은 만해당에 의미를 두는 이유는 선생을 이야기 할 때 빼놓을 수 없는 3·1운동을 준비하고 독립선언문을 낭독할 당시 머물렀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만해당은 근대문화유산으로 인정됐다. 지금은 게스트하우스로 운영되는 만해당에서 한용운 선생의 숨결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내부는 들여다 보지 못했는데 만해당 웹사이트에서 내부 풍경과 함께 예약상황도 볼 수 있다. 다양한 크기의 방들이 총 4개 있다고 한다.


▶ 만해당 웹사이트 바로가기 | http://www.manaedang.com/html/about_02.html







낭만적인 별채가 인상적인 계동 두 게스트하우스


세 번째 게스트하우스는 개인적으로 무척 인상이 남았던 곳을 추천하고자 한다. 계동에 위치한 두 게스트하우스이다. 게스트하우스 입구는 외국인들도 찾아오기 편하도록 영어로 안내판을 걸어두었다. 대문에는 복(福)이 쓰여있고 立春大吉(입춘대길)과 建陽多慶(건양다경)이 붙어 있다. 입춘을 맞아 길운을 기원하고 맑은 날은 많고, 좋은 일과 경사스러운 일이 많길 바라는 한자성어로 한옥이 많다 보니 북촌에서는 낯익은 풍경이다. 



좁은 대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늑한 ㄷ자 한옥 내부가 눈에 들어온다. 숙박객은 아니었지만 매니저의 허락을 구하고 둘러볼 수 있었다. 첫 번째로 눈길을 끈 것은 외국인 여행객. 나이가 지긋한 젠틀해 보이는 할아버지였다. 


라운지에는 단아한 한복들이 걸려 있었는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한복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모양이다. 뒷뜰에는 나무와 화단도 있고 더욱 아늑한 느낌이 든다. 크기별로 다양한 방들과 공동 주방도 살짝 들여다 보았다. 대략 5개의 방이 있는 듯 했다. 나이들어 북촌에서 이러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것이 소망이라는 아내는 꼼꼼히도 살핀다. 문고리에 걸려있는 숟가락을 보니 시골 옛 할아버지댁의 모습이 떠올랐다. 지금은 양옥식 주택으로 머릿속에만 남아있는 이미지다. 




두게스트하우스의 낭만적인 별채 스페셜룸


다 둘러보았나 싶었더니, 별채가 있다는 말에 이끌려 좁은 통로를 통해 반층 올라오니 근사한 별채가 있었다. 스페셜룸으로 운영된다는 별채는 4~8인 단체에 한해 대여한다고 한다. 한옥은 방음에 취약한 것이 사실인데 독채를 따로 쓸 수 있는 매력적인 공간이었다.

별채 옆으로 대나무를 흔드는 바람소리가 지나가고 빗물받이(?)는 앙증맞다. 이런 곳에서 하루 묵는 것도 낭만일 것 같다. 방 안에는 비단이불이 다소곳이 펼쳐져 있다.




두 게스트하우스는 웹사이트가 구축되어 있어 온라인으로 예약이 가능하다. 방의 가격정보도 제공되고 있지만 최신 정보인지는 모르겠다. 정확한 일정과 인원에 대한 예산은 직접 통화하거나 웹사이트 내 게시판을 이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 웹사이트 : http://www.dooguesthouse.com




# 더 많은 한옥 게스트하우스 정보를 원한다면 종로구청에서 운영하는 한옥체험살이 웹사이트를 이용해 보자.[▶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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