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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애령 Dec 11. 2020

미완의 역사무협소설 <벽혈검碧血劍>(1)

김용은 1956년 1월 1일부터 같은 해 12월 31일까지 <벽혈검>을 <홍콩상보香港商報, Hong Kong Commercial Daily>에 연재했다. 앞선 작품 <서검은구록>의 연재가 같은 해 9월 5일에 끝났으니 동시에 두 작품을 연재한 것이다. 김용은 겹치기 연재를 자주 했다. <설산비호>와 <사조영웅전>을 동시에 연재하거나 <신조협려>를 연재하다가 <비호외전>을 시작한 적도 있다. 심지어 <천룡팔부> 연재 중간에 <연성결> 연재를 시작하고 끝내기도 했다. 


김용은 무협소설만 썼던 게 아니라 신문 기사와 논설을 쓰고 자기 신문사를 직접 운영하기도 했다. 그 와중에도 1955년부터 <녹정기> 연재가 완료되는 1972년까지 김용은 그야말로 거의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소설을 연재했다. 그렇기에 일주일이건 한 달이건 따로 시간을 내어 소설 구상을 했다기보다는 그때그때 닥쳐오는 마감에 맞추어 주변과 독자의 반응을 보면서 쓰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두 번째 작품 <벽혈검>은 건륭제 치하 <서검은구록>보다 80여 년 앞선 명의 마지막 황제 숭정제 시대를 무대로 삼는다. 숭정제는 1624년부터 1644년까지 재위했으니 약 20년간의 기간이다. 실존인물 원숭환의 죽음을 주요 배경으로 깔고 숭정제, 이자성, 이암, 장평공주 등 역사 속 인물을 등장시켜 역사소설 느낌을 살리고 있다. 청 인물로 홍타이지와 오삼계도 거론되고, 숭정제와 이자성은 정사와 비교적 비슷하게 묘사된다. 동시에 한 작품 안에서 강호라는 무협의 세계와 실제 역사적 흐름이 동시에 전개되는 것이다. 언뜻 생각해도 쉬운 기획이 아니다. 그리고 <벽혈검>을 쓸 때 김용은 겨우 두 번째 작품을 쓰기 시작한 젊은 작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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