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모든 동물을 좋아합니다.
그러나 키울 생각은 딱히 들지가 않아요
나는 필연적으로 나 스스로보다 그 동물을 사랑하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든 것의 수명은 참으로 유한합니다
어릴 적 키우던 너댓마리되던 금붕어 하나하나가 죽을때마다 얼마나 가슴이 아프던지, 마지막 금붕어가 죽을때 즈음에는 그 금붕어의 죽음을 회피했습니다. 파도가 절 집어 삼키기전에 물 아래로 들어가 눈을 꼭 감았어요. 그래고 이내 이불아래서 훌쩍이면서 다시는 사랑하게 될 것들을 새로 만들지 않겠노라 다짐했습니다.
사랑의 반작용이 얼마나 무시무시한것인지 저는 알기에 무언가 필연적으로 사랑하게 될만한 것들을 만들지 않으려합니다.그러나 애석하게도 스스로가 정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야 말았습니다. 애써 외면왔는데도 스스로의 성향까지 외면하기는 참 쉽지가 않습니다.
버려진 인형 , 일회성으로 소모될 공공캐릭터들 이런 것에도 마음 쓰다보니 더 이상 줄 마음을 쓰고 싶지않달까요, 어릴때는 헤어짐이 아쉬워 택시를 타면 택시기사님의 면허증에 적힌 이름을 수첩에 적곤했습니다.
그래도 정신차려보면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하고 좋아하고 아끼고 있습니다.
사랑은 정말이지 피하기 힘든 감정인 것 같아요
더미 인형이 된것처럼 고개가 죄 꺾일것을 알면서도 목표물로 달려들게 됩니다. 결국에는 핸들에 머리를 처박고 한동안 일어나질 못할걸 알면서도 말이에요
좋아하는 것들을 알려준 사람들은 떠나고 없는데도 난 그 사람들이 알려준 것들을 사랑하고 있습니다.
에로스의 맘을 잡으려고 온갖 시련을 견디던 프시케가 되지 못하는 것은 타고난 성정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돌이켜생각해보면 프시케가 되지못하는 것은 용기가 없어서 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좋아하는 것들은 왜 항상 빛 바랠까요?
영원하지 못하는것이 아쉽기도 하지만 .
잃어버린다는 필연때문에 돌진할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랑은 기간 한정 이벤트라고 할 수 도 있겠네요. 대상이 살아 있는동안, ( 대상이 죽었어도 이어지기는 하겠습니다)
그래도 사랑하는, 사랑했던자의 멜팅 팟이 되어 살아가는 동안을 버틴다고 생각하면 외롭지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