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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시작 Jul 25. 2024

Day15_1

2023. 08. 11._제주 한 달 살기

제주대학병원, 카페 단호, 홍익돈까스


새날, 새 아침이 밝아왔다. 믿고 싶지 않은 어제의 하루를 보내고 어김없이 오늘이란 시간을 맞이하게 되었다. 셋째의 반복되는 수유를 위해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하루를 보내게 될 것이다. 셋째가 병원에 있다고 해서 숙소에만 머물 거라면 집으로 돌아가는 편이 더 나을 것이기에 아프고 쓰라린 마음을 부여잡고, 아이들과 제주대학교병원 인근의 여행지를 물색했다. ‘셋째가 없는 동안 더욱 의미 있는 여행이 되려면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까?’ 어제 휴대폰 메모에도 적었듯이 유아차가 갈 수 없는 곳으로의 여행이라면 더더욱 좋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결국 제주대학교병원에서 가장 가까운 ‘오름’에 올라가 보기로 했다. 

 부지런히 아침을 챙겨 먹고, 준비를 마친 뒤 제주대학교병원으로 향했다. 셋째의 첫 수유는 오전 10시 40분. 보통 3시간에서 3시간 텀으로 수유를 하기 때문에 첫 수유가 끝나고 우리는 점심까지 먹고 돌아올 수 있는 시간이었다. 밤사이 별일 없었다는 간호사의 말에 안도의 한숨을 돌리고, 셋째에게 안부를 물으며 비교적 늦은 아침이 된 첫 수유를 시작했다. "잘 잤어? 우리 아들?" 아니나 다를까 평소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먹었다. 잘 자고, 잘 먹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이대로라면 월요일에 충분히 퇴원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이 들었다. 첫 수유를 마치고 기다리는 동안 지루함을 이겨내기 위해 숙소에서 각자 읽을 책을 챙겨 와 가까운 카페로 향했다. 카페 이름은 ‘단호(제주 제주시 아란 5길 31-6 가운데건물) 다행히 이른 시간에 찾아간 덕에 카페 앞에 주차를 할 수 있었고, 우리는 첫 손님으로 입장한 듯했다. 첫째는 젤라토를 먹고, 둘째는 복숭아 아이스티를 먹었다. 나는 언제나 그렇듯 아이스 아메리카노. 첫째는 메뉴가 나오기 전, 예쁘게 꾸며진 카페 내부 인테리어, 소품 등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나와 둘째는 독서를 했다. 평화롭지만 평화롭지 않은 시간이었다. 셋째가 함께 했더라면 더없이 행복했을 시간이지만, 셋째를 병원에 놔두고 맞이하는 즐거움은 어쩐지 다크초콜릿 같았다. 겉으로 봐서는 한없이 달콤할 것 같지만 입에 넣어 녹여먹는 순간, 카카오의 쓰디쓴 맛을 품은 초콜릿이랄까. 누군가는 그럴 것이다. ‘애가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데 카페에서 한갓지게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을 수 있냐고. 속도 좋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나는 셋째의 엄마이기도 하지만 첫째, 둘째의 엄마이기도 하니까. 셋째의 아픔 때문에 손에 손잡고 병원에서 슬퍼할 수만은 없는 노릇이기에 큰 아이들도 모르지 않는 상황 속에서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지, 슬픔을 어떻게 통과할 수 있을지 가르치는 것 또한 부모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두 번째 수유를 위해 너무 늦지 않게 점심을 먹기로 했다. 언제나 아이들의 선택은 중식요리 내지는 분식. 중식요리를 먹을까 하다가 가까운 곳에 주차장이 넓은 ‘홍익돈까스(제주 제주시 중앙로 501 1층 홍익돈까스)’가 있어서 왕돈까스와 까르보나라를 먹기 위해 그곳으로 향했다. 우리 가족이 사는 곳의 홍익돈까스도 점심만 되면 사람들로 가득한데 제주 홍익돈까스도 그에 못지않게 분주했다. 우리는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후의 일정뿐만 아니라 셋째의 상황과 더불어 남은 제주 한 달 살기를 어떻게 보낼지 등에 대해서. 그러다 옆 테이블을 보았다. 온 가족이 외식을 나온 듯했다. 우리처럼 삼 남매였는데, 아들 둘에 딸 하나와 부모가 모두 한자리에 모여 앉아 점심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셋째 생각이 나면서 순식간에 주체할 수 없는 슬픔이 몰려왔다. ‘우리 셋째도 아프지 않고, 함께 했으면 좋았을 텐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지만 눈 깜짝할 사이 마음을 잠식해 버린 슬픈 생각들은 쫓아낼 겨를도 없이 그저 멍하니 옆 테이블의 가족을 바라보게 만들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주문한 음식이 나왔고, 결국 먹는 내내 속울음을 함께 삼켜야만 했다. 셋이 먹어도 한가득 남았던 음식은 저녁 반찬으로 먹기 위해 따로 챙겼고, 셋째의 두 번째 수유를 위해 곧바로 제주대학교병원으로 향했다.

 셋째야, 외로워도 조금만 참아. 엄마와 누나들이 금방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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