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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도 시작 Jul 26. 2024

Day15_2

2023. 08. 11._제주 한 달 살기

제주대학교병원, 올리브영 제주대학병원점, 제주 선한 병원, 다이소 제주도남점, 오드싱 오름, 민오름


 ‘오름’에 대한 정보는 대체로 무지했다.  계획에는 전혀 없던 일정이었기에 자세히 알아볼 생각조차 하지 못했었다. 그러다 셋째 이슈로 급하게 ‘오름’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자세히 알아볼 순 없었지만 초등생 이상의 아이들이라면 산책 겸 다녀올 수 있는 곳이며, '제주의 풍광을 한눈에 즐길 수 있는 기회'라는 정도까지 알게 되었다. (물론 오름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내가 알아본 오름은 그러했다.)

 셋째의 두 번째 수유를 마친 뒤, 오름에 가기로 결정했다. 물론 이는 온전히 나의 결정이었다. 셋째가 언제 퇴원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유아차 없이 가능한 일정을 최대한 빠르고 신속하게 결정하고 실행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셋째의 두 번째 수유는 오후 2시에 이루어졌다. 첫 번째 수유만큼은 아니지만 평소에 잘 먹지 않는 셋째를 생각하면 제법 많이 먹은 편이었다. 힘들지만 오고 가는 보람이 있었다. 간호사는 중환자실에 오려면 이틀에 한 번씩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하고 와야 한다고 말했다. 수유 후 제주대학교병원 근처 다른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음성 확인서를 받아와야 했다. 다행히 제주대학교병원 앞에 빠르게 검사해 주는 병원(제주 제주시 중앙로 616, 제주 선한 병원) 있어서 아이들은 1층 ‘올리브영(제주 제주시 중앙로 616 102호)에서 구경을 하고 나는 2층인 병원에서 후다닥 검사를 마치고 내려왔다. 역시 결과는 ‘음성’. 세 번째 수유 시 제출하면 된다. 우리는 오름 일정에 앞서 ‘다이소(제주 제주시 연북로 424)에 먼저 들르기로 했다. 당장 필요한 물건을 몇 가지 사야 해서 우선순위가 되는 일정부터 소화한 뒤, 세 번째 수유 직전에 오름을 다녀오기로 했다. 우리가 가기로 한 오름은 ‘오드싱 오름(제주 제주시 오등동 1554). 이름부터 특이한 오름이었는데, 제주대학교병원에서 멀지 않아 선택한 오름이었다. 일단 코로나19 신속항원검사를 마치자마자 바로 ‘다이소’로 향했다. 청소에 필요한 도구와 숙소 안에서 즐길 수 있는 물놀이 도구 등을 샀다. 더불어 한창 화장에 관심이 높아진 첫째를 위해서 화장품과 화장품 도구를 사서 ‘오드싱 오름’으로 정신없이 발길을 돌렸다. 내비게이션이 알려주는 대로 찾아가는 데 어쩐지 입구를 찾으래야 찾을 수가 없었다. 지도가 알려주는 도착지점이 맞다면 우리는 오드싱 오름에 올라갈 수가 없었다. 산책로 자체가 없었기 때문. 3시간에서 3시간 반 수유 텀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지체하고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가까운 또 다른 오름을 찾아 이동하는 수밖에.  


 

 다음으로 찾게 된 오름은 ‘민오름(제주 제주시 오라2동 산 12)’이었다. 다행히 ‘민오름’엔 입구가 있고, 산책로가 나 있었다. ‘얼마나 걸릴진 모르겠지만 갈 수 있는 만큼 최대한 올라가서 제주의 경치를 즐기고 와야겠다.’ 다짐한 터였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올라가는 중에 우리 가족은 두 눈을 의심했다. 세상에! 산책로 한복판에 노루가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나 신기하고 놀라워 한참을 서서 노루를 바라보았다. 사슴인가? 고라니인가? 노루인가? 의견이 분분했지만 길지 않은 시간 탓에 산책길을 따라 다시 오르기 시작했고, 왼편으로 제주 북쪽 바다가 한눈에 보였다.(끝내 노루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제주에 가면 오름에 가보라고 한 거였구나. 한라산은 못 가보더라도 오름이라도 오길 정말 잘했다.’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드디어 ‘민오름’ 정상까지 오르는데 대략 17분 정도의 시간이 걸린 것 같다. 정상에 올랐다고 하기엔 다소 민망한, 짧은 시간이었지만 어쨌든 정상은 정상이기에 아이들과 정상에 서서 제주의 풍광을 연신 만끽했다. “얘들아, 너무 좋다. 그렇지? 제주가 한눈에 다 보여.”  정상에서 부는 바람 덕분에 흐르는 땀을 충분히 식힐 수 있었다. 그렇게 제주를 사진으로 가득 담고, 두 눈으로 충분히 담은 뒤 다시 셋째 수유를 위해 병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세 번째 수유 시각은 오후 5시 반. 큰 아이들은 여행 일정과 병원 일정을 모두 소화하느라 꽤나 힘든 모양이었다. 마지막엔 밖에서 기다리는 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하소연하는 모습에 미안하면서도 짠한 마음이 들었다. 아픈 동생과 함께 여행을 다닌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힘들었을 텐데 아파서 병원까지 오가야 하는 현실. 부모로서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아이들에게 맛있는 저녁을 약속하고 나는 세 번째 수유를 하고서 중환자실 밖으로 나왔다. 사실 다시 나가서 또 다른 여행 일정을 소화하고 싶었지만 그건 나에게나 아이들에게 너무 무리가 될 것 같아 저녁은 병원 내 푸드코트에서 떡볶이와 짜장면으로, 소박하지만 아이들이 좋아하는 음식으로 해결했다. 편의점 가는 것을 좋아하는 첫째를 위해서 내일 아침에 먹을거리와 함께 기다리면서 먹을 군것질거리도 사서 테이블에 앉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도 나눴다. 대단한 이야기는 아니었을 테지만 오늘 있었던 이야기, 내일 있을 이야기들을 나누지 않았을까 떠올려 본다. 마지막 수유인 네 번째 수유를 저녁 8시 반에 마치고 우리 가족은 무사히 숙소로 돌아왔다. 


첫째야, 둘째야. 조금만 힘내자! 엄마와 셋째도 남은 제주 한 달 살기를 위해 힘낼게! 미안하고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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