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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경영 회고

돈이라고 다 같은 돈이 아니다.

돈을 벌어보니, 돈이라고 해서 다 같은 돈이 아니다.

마치 물이 맑은 샘에서 오느냐, 탁한 웅덩이에서 오느냐에 따라 성질이 달라지듯, 돈도 어디서 흘러왔는지에 따라 무게와 쓰임이 달라졌다.


불법이나 쾌락의 길은 돈을 손쉽게 흘려보낸다.

반대로 정직한 길, 정도의 길은 늘 돌아가야 하고,

끝내 땀과 인내를 요구한다.


어떤 돈은 시대의 흐름에 올라타 얻은 바람 같은 것이었다.

어떤 돈은 손바닥에 굳은살이 배어야만 얻을 수 있는 결실이었다.

겉모습은 똑같이 ‘돈’이지만, 그 무게는 전혀 달랐다.


하나님이 축복으로 주신 돈이라 믿으면,

작은 돈이라도 세상을 위해 기꺼이 흘려보내고 싶어진다.

반대로 내 힘으로 벌었다고 생각하면, 차나 시계,

그림 같은 사치 앞에서 시간을 흘려보내게 된다.


투자라는 것도 결국 감사의 표현이었다.

내가 힘들 때 받았던 도움을 기억하며, 동료 창업자들에게 돈을 심는 마음.

그 돈은 잃어도 괜찮다는 각오로 내보내지만, 받은 이가 ‘이건 귀한 돈이다’라는 마음으로 써줄 때 비로소 내 마음이 편해진다.


빌려주는 돈은 조금 다르다.

보통 이자를 바라지 않고 내어주지만,

약속된 기한을 넘길 때는 서운함이 생긴다.


특히 사전에 연락조차 없다면,

처음 빌려달라던 간절함은 어디로 갔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보다 나이 많은 이에게조차 제때 돈을 돌려받은 적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돈보다 더 어려운 일은 ‘인연을 소개하는 것’이다.

나에게 귀인이신 분을 누군가에게 연결해 드리는 일은,

돈으로는 헤아릴 수 없는 책임이 따른다.

그 무게를 가볍게 여기는 사람을 만나면, 후회가 오래 남는다.


나이를 먹을수록 나는 깨닫는다.

돈을 귀하게 벌고 싶다는 마음,

돈을 귀하게 쓰고 싶다는 다짐,

그리고 인연 한 사람, 한 사람을 감사히 여기며

하루를 집중하고 싶다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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