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늦게 피는 꽃이 있습니다.

우리들의 인생에서 되게 중요한 순간

by 페리테일

<어떤 꽃은 떨어지고 어떤 꽃은 지금 피고>


요즘 매일 산책을 합니다.

보통은 2시간 정도 걷고, 적어도 1시간은 꼭 걷습니다.일종의 생존걸음인데요,

이번 봄의 벚꽃도 곧 떠나갈테니

지금을 놓치면 안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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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저희 동네의 벚꽃은 4월 5일 즈음에 절정이었어요.

이맘때 멀리 가지 않고 집 근처에서 꼭 가보는 곳들이 있습니다.

상수동의 당인리 발전소 앞, 합정과 망원 사이의 희우정로, 연남동의 벚꽃길

불광천 산책로, 은평 한옥마을 가는 길 등등.

오래된 동네에는 늘 오래된 나무가 있습니다.

저희가 오래된 사람들이라 그런지 오래된 것들이 좋아요.

유일하게 시간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니까요.


‘아 올해도 이렇게 봄이 가는구나’


‘비 내리고 나면 정말 벚꽃이 다 지겠네’ 하고


산책을 나갔습니다.

벌써 많은 나무가 꽃잎을 떨구었더라고요

팝콘처럼 부풀었던 꽃망울들도 살짝 크기가 줄어들었고 붉은기가 돌기 시작했습니다.

나무들은 이제 자신들의 시즌을 마감하기 위해 바람에 하염없이 꽃잎을 내어주었습니다

내리는 꽃비를 맞으며 나란히 늘어선 나무들을 사이로 걷는데 유독 한 나무만 지금 벚꽃이 피어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와아 이 나무는 지금 꽃이 피네.바로 옆 나무들은 꽃잎이 다 떨어졌는데….얘는 지금이 절정이네”


“그러게, 신기하다”


——

같은 지역의, 같은 선상의 벚나무지만 혼자만 늦게 꽃이 피는 나무.

과학적인 이유가 있겠죠.

합리적인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저는 이과가 아니니까 모르겠어요.

제가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을 때쯤

사람들도 그 나무 앞에서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으며 꽃을 바라보았습니다.

유독 그 나무만 벚꽃이 아직 가득하니.

아마 며칠 전에는 이 나무 앞에서 사진 찍는 사람이 없었을 거예요.

그때는 꽃이 활짝 피지 않았을 테니까요.


——


어제 그 나무를 보니

사람 사는 것과 비슷하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꽃을 피울 때, 혼자만 피우지 않고, (혹은 못하고) 기다리는 사람.

그러다 남들이 모두 꽃잎을 떨굴 때 자신의 꽃을 피우는 사람.

남들과 다름에 외로웠을 사람.

같은 선상에 서있지만 혼자만 늦어서 힘들었을 사람.

어떤 꽃은 떨어지고, 어떤 꽃은 지금 피고

그게 인생입니다.

혹시 나의 타이밍이 남들과 다르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말아요.

어쨌든 우리 모두

우리만의 꽃을 피울 날이 오니까요.

그때가 되면

잊지 말고 꼭 걸음을 멈추어

당신이 피운 꽃을 바라보며

수고했다고, 잘했다고, 잘 살아냈다고 한마디 해줘요.

다음 봄이 또 올 수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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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거그려서20년살아남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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