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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Mar 23. 2024

[치앙마이 13일 차] 숨겨진 보물을 찾아서

인 투 더 정글

 토요일인데 새벽 6시에 일어났다. 어젯밤에 짜둔 완벽한 계획이 있어서다. 그럼 치앙마이의 숨겨진 보물을 찾으러 가볼까!


1. 나나정글

위치: https://maps.app.goo.gl/QKKgwHb2SHqvdvsR7?g_st=ic

 바로 나나정글로 향했다. 나나정글은 토요일 아침 7시부터 열리는 숲 속의 빵마켓이다. 도착하는 순서대로 빵을 구매할 수 있는 번호표를 주기 때문에 일찍부터 서둘렀다.

 볼트 오토바이 택시를 타고 도착한 시간은 오전 6시 50분. 8등을 했더라. 부지런 떤 보람이 있다.


 혼자인데도 빵을 5개나 샀다. 여기까지 찾아왔는데 조금 사는 건 아쉽지 않나. 거기다 나나정글에서 빵을 구매하면 커피를 무료로 마실 수 있으니 빵부자가 되기로.


 두둑한 빵 봉지를 안고 연못가에 자리를 잡았다. 모닝 빵과 커피를 마시니 그저 뿌듯했다. 마음먹은 대로 하루를 시작했으니.


고백하건대 나나베이커리 빵은 특별한 맛이 아니다. 오히려 한국에서 파는 빵이 더 맛있다. 그래서 빵덕후는 나나정글에 가면 실망할 확률이 크다.


 또한 나나베이커리의 빵은 지점이 많아서 시내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치맥이라도 한강에서 치맥을 먹으면 두배로 즐겁지 않나. 그것이 굳이 토요일 아침부터 나나정글로 향한 이유다.


 7년 전 처음 치앙마이 한 달 살기 할 때, 나나정글을 향해 자전거 페달을 밟았던 때가 떠올랐다. 호스텔에서 사귄 친구들과 아침부터 대동단결했던 추억. 외곽에 있어서 엄청 에너지를 써가며 도착한 정글은 그림 같았다. 이런 데서 빵을 팔 생각을 하다니 정말 낭만적이지 않나. 찾아오느라 흘린 땀이 아깝지 않던 빵의 결실이었다.

 나나정글에서 빵을 세 개 흡입하고 삼십 분을 걸었다. 두 번째 보물은 창푸악 치앙마이 중고벼룩시장이다. 나나정글과 가까워서 토요일 아침에 묶어서 가기에 최적의 위치랄까.


 작년에 치앙마이 한 달 살기 할 때, 참차마켓 먼저 들렀다가 오후에 창푸악 마켓에 갔던 적이 있다. 이미 벼룩시장이 끝나고 난 뒤라 아쉽더라. 진짜 모습을 보고 싶어서 다시 왔다.


2. 창푸악 치앙마이 중고벼룩시장

위치: https://maps.app.goo.gl/5YS3WpA5D4bMRw799?g_st=ic

이른 아침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늘어놓고 팔고 있더라. 없는 물건 빼고 다 있을 정도로 종류가 엄청 다양했다. 처음엔 가볍게 모든 구역을 돌았는데 꽤 넓어서 오천 보는 그냥 채워졌다.


 진짜 그냥 집에 오랫동안 묵혀둔 모든 것들을 그대로 옮겨온 듯했다. 멀리서 슬쩍 봤을 땐 쓰레기 고물로 보였다. 이런 걸 판다고? 또 이런 걸 사는 사람이 있다고? 그저 의아했다.


근데 가까이 다가가 유심히 보다 보니 물건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지금은 주인이 판매하지만 어쨌든 옛날에 주인이 마음에 들어서 소유하기로 했던 보물인 것들. 새로운 주인을 찾으며 100밧 내외로 저렴하게 팔더라.


 뭐에 홀린 듯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하는 나의 손. 이 물건을 살까 말까 저울질하는 나의 머릿속. 물건 하나를 구매하기 시작하니 물꼬가 터져버렸다.


 이것도 눈에 들어오고, 저것도 눈에 들어오고. 어서 오고. 결국 주렁주렁 두 손 가득 보물을 샀다.


 치앙마이엔 주말만 열리는 시장 자체가 보물이다. 대표적인 찡짜이마켓만 가도 엄청난 규모에 두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사람들과 너무 쉽게 보물 찾는 게 금세 지루해질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숨겨진 보물을 찾으러 한적한 정글로 향해봐도 좋겠다. 다만, 모두에게 보물은 아니란 점이 함정이다. “숨겨진”이란 표현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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