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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Mar 25. 2024

[치앙마이 15일 차] 태국영화관에서 파묘 감상

천만 한국영화는 못 참지

 검은 사제들, 사바하에 이어 파묘까지. 오컬트 장르로만 영화를 제작해 온 장재현 감독님. 그가 출연한 유퀴즈를 보고 파묘가 궁금해졌다. 기존 두 영화를 보았는데, 감독님에게 관심이 간 건 이번이 처음이다.


 사람이 죽고 그냥 끝나면 너무 아쉽지 않냐며, 영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날 어디선가 보고 있었으면 한다고. 수학과 과학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지만, 보이지 않는 가치를 소홀히 하진 않나 싶어서 오컬트란 장르에 몰두한단다.


 다행히 지난주에 태국에서도 파묘가 개봉했다.  “구멍에서 파내세요.” 구글에서 번역한 파묘의 태국어 제목이 제법 직관적이다. 저녁시간 영화를 온라인으로 예매했다. 조금 무서운 영화는 역시 한여름의 어두운 밤시간에 봐줘야 제 맛 아니겠나.


 가장 저렴한 가격의 좌석을 선택하니 130밧(4,800원)이더라. 우리나라는 문화의 날에도 5천 원에 영화를 볼 수 없는데. 태국에서 한국영화를 5천 원도 안 되는 가격에 볼 수 있다니 감격스럽다. 거기다 올해 첫 천만영화라니 이건 못 참지.


 7년 전 친구 따라 당시 개봉한 외국영화 보러 갔다가 치앙마이 영화관에서 꾸벅 잠든 기억이 있다. 다신 해외에서 영화관을 갈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한국 영화를 태국에서 보다니 감회가 새롭다. 이번엔 졸진 않겠지.


 태국사람들이 은근 오컬트 마니아라서 파묘에 대한 반응이 어떨지 기대된다. 내가 만든 영화는 아니지만, 한국 오컬트 영화가 태국에서도 통할까 궁금하지 않나. 영화관에서 따로 또 같이 호흡하는 맛이 재밌을 듯하다.


 웃긴 게 콜라와 팝콘을 추가하니 좌석값보다 음식값이 더 비쌌다. 콜라 44온스 95밧(3,500원), 초대형 팝콘 150밧(5,500원). 친구들은 팝콘이 얼마나 크길래 영화보다 비싸냐고 궁금해한다. 나도 궁금하다. 오늘 저녁은 파묘닭!

그렇게 나는 팝콘 구멍을 파내는 사람이 되었다.

월요일 저녁인데도 엄청 많은 태국인들이

파묘 보러 왔더라.

특별한 리액션은 없었다. 조용히 집중해서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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