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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Mar 28. 2024

[치앙마이 18일 차] 나를 설레게 하는 것

취향이 듬뿍 담긴 계획

 어제 우연히 님만해민 란라오 서점에 갔다가 북바인딩에 꽂혔다. 서점에서 책이 아닌 노트에 반해버리다니. 정성을 담아 손수 만든, 잘 짜인 매듭에 눈길이 간 것일까.


 오늘은 문득 북바인딩 맛집 Dibdee Binder를 가고 싶어졌다. 자전거를 타고 올드타운에 왔다. 계획이 있는 날은 설렌다.


Dibdee Binder는 아침 10시에나 문을 여니, 일단 시작은 근처 쿤캐주스바에서 스무디 보울과 스무디를 먹기로. 과일과 견과류가 듬뿍 들어간 음식으로 하루를 여니 유독 산뜻한 느낌이 들었다.


Didee Binder는 새로운 위치로 이전했더라. 옛날엔 엄청 북적이는 큰 길가에 있었는데, 작은 골목으로 옮겨오니 더 매장의 분위기와 어울렸다. 매장 물건이 다양해지고 풍부해져서 보물창고 같으면서도 성수동의 포인트오브뷰처럼 세련된 분위기가 났달까.


 일단 북바인딩을 시작으로 만들어진 곳이라, 북바인딩된 노트들이 많아서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기자기한 문구류도 많이 판매하고. 문구덕후라면 안 사고는 못 배길 물건들이 많았다. 혼자 맘 속으론 호들갑을 떨면서, 양손에는 구매할 물건들을 잔뜩 쥐었다.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한국의 많은 문구가게를 생각나게 했다. 해리포터 지팡이상점 같은 멋쟁이 연필가게 흑심, 문득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게 만드는 편지가게 글월, 벽을 취향 가득 엽서로 꾸미고 싶어지는 엽서가게 포셋, 쓸쓸한 공간을 환하게 빛내주는 빈티지조명가게 빅슬립. 그리고 센스 있는 스티커, 책갈피 문구부터 독서까지 모조리 열심히 좋아하고 싶게 만드는 독립서점 유어마인드.


모두 다 연남동, 연희동에 모여있다. 내가 좋아하는 동네는 각자 취향을 듬뿍 풍긴다. 어쩌면 치앙마이도 연남동과 연희동 그 어디쯤에 있을지도 모르겠다.


취향이 듬뿍 담긴 곳들은 갈 생각만 해도 설렌다. 장소에 도착하는 길부터 즐겁다. 길을 좀 헤매도 웃음이 난다. 매장에 들어서선 무슨 보물이라도 발견한 듯이 이건 무슨 이유로 내 마음에 드는 물건이고, 이 물건의 디테일은 무엇이고 추리하는 과정마저 행복하다. 혼자서도 이 호들갑을 실컷 떨 수 있는 취향마이에서 잠시 살아가는 지금, 더할 나위 없다.

님만해민 란라오 서점: https://maps.app.goo.gl/6zr4vfJbbG5oG7Hz5?g_st=ic


스무디보울 맛집 쿤캐 쥬스바: https://maps.app.goo.gl/zodq24yn5943NitA9?g_st=ic

올드타운 북바인딩 문구편집샵 Dibdee Binder(딥디바인더):

https://maps.app.goo.gl/jDRaxuj6aqh8NYM29?g_s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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