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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Apr 03. 2024

[치앙마이 24일 차] 끈적 국수

첫 입부터 면발에 반해버린 사연

 며칠 전 꼬프악꼬담에서 끈적 국수를 처음 먹었다. 베트남 다낭 한 달 살기 할 땐 끈적 국수의 ㄲ도 못 들어봤는데. 베트남 면으로 만든 요리란다. 베트남에서보다 태국에서 유독 유명한 끈적 국수. 한번 먹은 면발이 은근히 생각나더라.


 아예 구글지도에서 끈적 국수 맛집으로 나오는 곳으로 찾아갔다. 원래 싼티탐 동네에 있다가 치앙마이대학교 근처 한적한 골목으로 이전했더라. 자전거 타고 가기엔 대도로변을 통과해야 해서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이름부터 맛집이니 꼭 가봐야겠다는 의지가 불끈 생겼다. 참고로 끈적 국수 맛집의 원래 이름은  "โกยุ่งก๋วยจั๊บญวน" (Goyoong Guan chub yuan)이다.


 아무래도 한적한 곳에 자리 잡다 보니 손님이 한 명밖에 없었다. 사장님 부부는 집에 숨어계셨다. 문간에 발을 들이자 그제야 영어 메뉴판 건네주시면서 반겨주셨다. 이미 구글리뷰엔 끈적 국수 한국팬들이 많은 곳이라 믿음이 갔다. 어떤 블로거분은 아예 한국어 메뉴판을 제작해서 사진으로 올려두셨을 정도다.


 끈적 국수에 들어가는 고기를 선택할 수 있다. 닭고기를 먹을 건지 돼지고기를 먹을 건지 고민되는 순간이다. 물론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나 같은 욕심쟁이를 위해서 둘 다 넣어주는 Mix가 존재하니.


 이 식당의 메뉴는 끈적 국수, 카오소이, 갈비 장조림덮밥 딱 세 가지다. 끈적 국수(Vietnam noodle soup)만 먹기 아쉬워서 카오무뚠도 주문했다. 갈비 장조림 덮밥이란다. 작은 사이즈로 주문할 수 있으니 혼자 와도 메뉴 두 가지 경험이 가능하다.


  뚝딱 두 가지 요리가 나왔다. 음식 두 그릇을 번갈아 바쁘게 먹으니 입이 절로 동그랗게 모아져서 휘파람이 나올 지경. 그만큼 호불호 없이 한국인 입맛에 딱 맞는다.


 끈적 국수는 쫀득쫀득 후루룩 먹다 보니 삽시간에 비워졌다. 꼬프악꼬담 끈적 국수 국물은 구운 양파맛만 났는데, 여기 끈적 국수는 후추 듬뿍이라 구운 양파는 조용히 국물에 풍미를 더하며 스르륵 어우러지는 느낌이라 좋았다. 거기다 삶은 계란은 이곳만의 기분 좋은 보너스! 끈적거리는 태국 날씨는 싫지만 끈적 국수는 말랑말랑한 식감 덕분인지 괜히 정감 간다.


 갈비 장조림 덮밥은 달달해서 파리가 자꾸 날아와서 탐냈다. 초대하지 않은 식사 경쟁자 때문에 손은 파리를 내쫓고, 입은 바삐 밥을 씹느라 바빴다. 원래 고기 많이 먹으면 밥이 남고, 밥 많이 먹으면 고기가 남지 않나. 여긴 고기 양도 밥 양도 적당해서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었다. 역시 두 메뉴 다 주문하길 잘했다.


 음식을 가져다주셨을 때, 손님이 나 혼자만 남은 식당인데도 나를 향해 바람이 부족함 없이 불도록 선풍기를 틀어주셨다. 덕분에 빈틈없는 식사를 마치고 꿀떡꿀떡 얼음물을 마셨다.


전반적으로 밥 먹는 게 부담스럽지 않도록 보이지 않는 배려가 인상적이었다. 음식 가져다주실 때 빼곤 건물 안에 숨어계셨으니. 식사도, 선풍기바람도, 얼음물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다. 덕분에 집밥 먹는 기분으로 세상 편안했다.


계산하며 사장님께 내가 할 수 있는 최고의 한마디를 건넸다. “아러이 막!”(아주 맛있어요!) 짧은 태국어지만 사장님이 활짝 웃어주셨다. 기분 좋은 식사 한 끼가 하루를 어떻게 만드는지 끈적 국수 맛집에서 제대로 느꼈다. 굳이 굳이 찾아가야만 하는 위치지만, 땀으로 끈적거릴지라도 헛둘헛둘 자전거 페달을 밟아서 후루룩찹찹 끈적 국수를 먹으러 또 가고 싶다!

*치앙마이 끈적 국수 맛집 위치: https://maps.app.goo.gl/HNXMr9kHDSXxfDgo8?g_st=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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