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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탱탱볼에세이 May 07. 2024

[치앙마이 58일 차] 로드킬

각자도생

 치앙마이에서 자전거를 타면서 가장 자주 하는 생각은 로드킬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그래서 어제 숙소사장님 폼에게 왜 이렇게 죽은 동물이 도로에 많냐고 왜 아무도 치우지 않냐고 물었다. 혹시 종교적으로 그냥 놔두는 것이 순리라 그런 건지 진심으로 궁금했다. 왜냐면 두 달 넘게 도로에 그대로 방치되어서 매일 목격하기 때문이다. 너무 잔인하다.


 다들 이기적이라서 자기 집 쓰레기가 아니면 치우지 않는다는 농담반 진담반스러운 답변을 들었다. 인터넷에 검색해 봐도 마땅한 이유를 찾지 못했다. 아무래도 크게 관심이 없는 듯했다. 누군가가 키우다 죽은 동물이면 땅에 묻어주는데, 야생에서 자유롭게 뛰어다니다 죽으면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다는 게 냉혹한 현실이겠지.


 사실 거리는 너무 바쁘다. 쌩쌩 달리는 오토바이와 자동차는 잠시 스쳐갈 뿐. 그것이 유독 신경 쓰이는 것은 치앙마이에서 느릿느릿 자전거를 타는 나뿐일지도 모르겠다. 나 혼자만 이상하게 느끼는 걸까. 도로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한국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그렇겠지.


 음식 파는 상점 앞 도로인데도 상인들도 크게 관심이 없다. 물론 그렇다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그걸 손수 치울 만큼 용감하진 않으니깐.


 아침부터 비가 와서 집 밖을 나가기 걱정됐는데. 시간이 지나고 이내 해가 다시 쨍쨍하게 떴다. 처음으로 주문한 샤오미 블루투스 이어폰 택배가 무사히 내 손에 들어와서 기분이 좋았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란 생각으로 페달 없는 페달을 밟았고. 자전거 바퀴는 그렇게도 굴러갔고. 비싸지만 튼튼한 철제 페달 대신 가장 저렴한 플라스틱 페달로 양쪽을 80밧(3,200원)에 교체했을 뿐이다.


 어제 도착한 내 택배가 어디로 갔는지. 내 자전거가 잘 굴러가는지. 나의 작은 문제들을 해결해나기도 에너지가 많이 든다. 복잡한 세상 그냥 편하게 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아름다운 상생을 꿈꾸지만, 현실은 각자 갈 길 가는 세상임을 느낀다. 폼은 어제 내 질문이 뭔가 계속 신경 쓰였는지 라인으로 추가답변을 보내줬다. 근데 그것이 이유라면 더 무섭다. 더이상 물어보지 않고 싶어졌다. 걷기에 불편한 길은 아무래도 걷지 않는 게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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