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은 뭐 먹지
딱딱하게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데 도움이 되는 톡센 마사지. 수업이 끝나고 손님으로 방문해서 알게 된 독일인 로라. 그녀의 목을 효과적으로 치료하고자 눈 선생님은 옆집 타이 허브 스팀을 권했다.
스팀마사지가 궁금해서 나도 12시 반까지 달려갔다. 사우나처럼 훈기 가득한 부스에 10분 동안 쬐는 방식이었다. 스팀 마치면 밖으로 나와서 따뜻한 건강차를 마신다. 차를 마셔봤는데 정말 건강한 맛이더라.
열기를 식히고 다시 들어가기를 3번 반복한다. 한약방이나 건강원이 생각나는 푸근한 건강한 향에 취하더라. 마사지를 공부하니 건강관리로 확장되는 세계관. 거기다. 타이허브가 세계 최고란다. 톡 센 마사지 수업 다 수료하면 아침에 가서 받아봐야지.
그녀의 스팀을 마치고 톡센 마사지가 2시간 동안 진행되었다. 난 수 선생님에게 옆부분 마사지를 연습했다. 아직 전체 순서를 완전히 익히진 못했지만 어제보다 뭔가 익숙해졌다. 조금씩 나아가는 중이다. 알고 보니 눈 선생님 제자 중 최초의 한국인 제자란다. 영광이면서 어깨가 제법 무거워진다.
로라의 마사지가 끝나니 비가 세차게 내렸다. 마사지를 열심히 연습했는지 제법 배가 고팠다. 선생님이 과자를 몇 개 먹었는데, 앗싸리 밥을 먹자고 식사자리를 만들어주셨다. 태국 가정식으로 스티키라이스를 돌돌 말아서 무삥 돼지고이 꼬치랑 짭조름한 반찬과 함께 든든히 먹었다.
선생님은 계획을 수정하셨다. 오늘 수업은 그냥 내일 하자고. 어차피 식사하고 바로 마사지는 먹은 거 다시 넘어올 수 있어서 최소 1시간 뒤에 해야 한단다.
5시에 호주부부가 1시간 동안 마사지 예약이 있었다. 남아서 두 선생님의 마사지 과정을 지켜보았다. 마사지를 고객입장에서 받을 땐 몰랐는데, 마사지사의 입장에서 보니 단계가 엄청나다. 만원이면 1시간 동안 마사지를 받을 수 있는 게 얼마나 큰 행운인지.
호주 부부는 은퇴하고 세 달씩 치앙마이 머물다가 네 달은 호주로 돌아가 묵고 다시 치앙마이로 돌아온다고 한다. 작년부터 꾸준히 선생님들에게 주말마다 마사지를 받는단다.
마지막 손님이 떠나고 가게를 닫아야 하는데 비가 와서 계속 남아 수다를 떨었다. 시간 세는 법을 태국어로 배우다가 한국어로 가르치게 되었고. 한국음식 이야기로 자연스레 넘어갔다. 수 선생님은 태국음식이 느끼할 때 김치를 올려먹을 만큼 좋아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그렇게 내일은 컵라면에 김치를 먹기로 계획했다. 20시간 동안 마사지를 배우는 핑계로 선생님들과 같이 밥 먹는 식구가 되다니 기쁘다. 맥심 커피믹스 챙겨가서 후식으로 커피 마셔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