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가능하네
며칠 전, 부모님이 사이좋게 미용실에 다녀오셨다. 깔끔하게 헤어커트하신 모습에 나도 미용실 갈 의지를 불태우게 했달까. 심지어 커트가격은 단돈 5천 원. 치킨값이 2만 원이 훌쩍 넘어가는 시대에 혜자스러운 가격이다.
나도 궁금해서 오늘 다녀왔다. 엄마 말씀대로 깔끔하고 넓은 미용실 공간에 미용사님이 세 분이나 계시더라. 근데도 손님이 많아서 입구에 있는 화이트보드에 핸드폰 뒷자리 네 자리를 작성하고 기다려야 했다.
30분쯤 기다렸을까. 내 차례가 되었다. 그 사이 단골손님이 미용실에 들어왔는데. 어김없이 그분도 번호 쓰고 대기하라고 하신다.
그러면서 미용사님께서 건네시는 농담. “여긴 손님이 왕이 아니라, 을이에유. “ 맞받아친 단골손님의 대답. ”을이 아니라, 정인디유. “ 다시 미용사님의 맞장구. ”그럼 초코파이 정이라도 가꾸 왔어야지~! “ 오랜만에 느껴진 정감 어린 대화에 나도 피식 웃었다.
짧은 대화 끝에 시작된 나의 헤어커트. 치익치익. 사각사각. 분무기 물을 사정없이 뿌리며, 거침없이 이어지는 가위질이 인상적이었다.
다시 몽실언니가 되는데 10분쯤 걸렸을까. 무더운 여름 시원하게 덥수룩한 머리칼이 잘려나갔고. 드라이기로 젖은 머리를 말려주셨다.
가벼워진 머리칼만큼 커트가격도 무척 가벼운 5천 원. 전주에서 가장 저렴하게 헤어커트한 것이 만 삼천 원이었는데, 그 기록을 깨는 순간. 참고로 샴푸를 하면 5천 원이 추가된다.
우리 세 가족이 대동단결하여 같은 미용실에서 헤어커트를 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합리적이고 투명한 가격에 잠시 동남아에 온 줄 알았다. 단순히 저렴한 것이 아니라, 정감 있는 미용사님의 신속하고 전문적인 손길이 이 집의 진짜 인기비결일 것이다. 앞으로도 우리 가족의 단골미용실로 자리 잡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