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거리에 커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없는 이유

카페에서 머무는 베트남 사람들

by 탱탱볼에세이

제2의 커피 생산국이 베트남인 것을 아는가? 나는 베트남에 오기 전까지는 그 사실을 몰랐다. 기후가 굉장히 덥고 습하기 때문에, 시원하고 달달한 커피를 찾게 된다. 커피 생산량이 대단한 만큼, 베트남사람들의 커피사랑도 지대하다. 10년 사이 1인당 커피 소비량이 3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처음 도착해서 가장 신기했던 것은 거리에 커피를 들고 다니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었다. 대신 낮이든 밤이든 길거리를 걷다 보면 노상카페 간이 의자에 앉아 커피를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카페에서 커피 마시는 그 자체를 즐기는 거다. 특히 주말에는 이야기보따리를 가득 들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카페로 향한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베트남에서는 스타벅스 장사가 잘 안 된다고 한다. 보통 베트남 정통 프랜차이즈 카페나 아예 개성 있는 소규모 개인 카페를 찾는다. 이들에게 중요한 카페의 조건 3가지는 좋은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 현지메뉴, 개방된 공간이다.


카페에는 기본 메뉴 이외에도 코코넛커피, 연유커피, 에그커피, 솔트커피 등 다양한 커피가 많다. 커피 본연의 맛보다는 다른 재료(코코넛, 연유, 계란, 소금)와 어우러져 풍미를 살리는 커피들이다. 베트남에 이런 커피메뉴가 생겨난 이유는 바로 원두에 있다.


이곳에서 나는 원두 중 80%가 로부스타라고 한다. 로부스타는 카페인이 강하고 진한 맛이 특징이다. 아이스아메리카노로 마시기에는 너무 써서 부담스럽다. 이런 이유로 커피 본연의 맛을 살리기보다는, 단맛이나 고소한 맛을 내는 재료를 커피에 넣어서 커피의 쓴 맛을 중화시키는 메뉴가 발달했다.


사회에서 집단의 소속감을 중요하게 여기는 민족적 특성이 있어서, 카페라는 공간은 만남의 장소로 발달해 있다. 그래서 방문객이 바깥의 사람들을 구경하고 거리를 쉽게 볼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큰 창이 있거나 야외공간이 있는 카페가 대부분이다.


북적거리는 카페에 오니 분명 혼자지만 그 분위기에 동요되어 함께 있는 듯한 기분이다. 더운 날씨에 노출되니 더위를 피해 시원하고 달달한 커피를 주문해 본다. 저렴하고 맛있는 커피 덕분에, 한 잔으론 아쉬워서 한 잔 더 마시고 싶어 진다. 커피를 좋아하고, 카페에 머물기를 즐겨하는 베트남의 커피문화는 정말 매력적이다. 그렇게 나는 코코넛커피처럼 이 나라의 매력에 서서히 녹아드는 중이다. 다음엔 또 어떤 커피를 마셔볼까. 메뉴 고민마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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