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텨
2025. 10. 24. 금.
유방암 아니라는 전화를 받았다.
어떤 결과든 받아들이겠다고 각오하고 있었다. 물론 암이 아니기를 바랐다. 그래도 결과는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지 않은가. 어쩔 수 없다고 마음먹고 있었다.
쉬는 시간에 교실에서 애들이 시끄럽게 놀던 와중이라 크게 긴장하지 않고 받았다.
하아... 다행이다. 이제 겨우 복직해서 일할만한데 또 휴직하나? 싶어 우울했었다. 감사하며 살아야지.
그래도 혹이 크니 제거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수, 목요일에는
폭풍사춘기를 보내고 있는 첫째가 등교거부를 하고 집에 있었다. 여기까지만 말하겠다.
목요일에는 내 생일이었는데 가족 모두 편지를 써주었다(첫째는 며칠 후에 써줌). 가족들에게 인정받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주변 사람들에게 '너 수고한다, 잘하고 있다'라고 인정받고 싶었다. 아등바등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면서 빡세게 살지만 누구에게도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남편과 아이들이 써준 편지를 보며 '그래도 다들 지켜보고 있었구나. 알아주는구나' 감동받았다. 역시 나는 인정욕구가 강하다.
10.25. 토요일
할머니 산소에 다녀왔다. 큰아버지, 사촌, 오촌 초카들, 우리 집 식구들이 모였다. 산소에서 다 같이 예배를 드린다. 찬송을 부르는데 엄마는 전혀 부르지 않으셨다. 보통 엄마가 제일 크게 부르시는데... 엄마는 항상 아빠 생각만 하신다. 요양원에 계신 아빠 생각에 힘들어하신다. 40년을 의지하며 살아온 남편이 치매에 걸린다면 그것은 또 어떤 세계에서 사는 것일까. 엄마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얼마나 고통스러울지 아주 조금은 알 것 같다.
이날 아침부터 첫째로 인해 힘이 쭉 빠졌다. 그럴 일이 있었다. 정작 첫째는 별 생각 없어 보였다. 애셋 데리고 장거리 운전해야 해서 정신줄을 잘 붙들어야 했다. 혼자 장거리 운전할 자신 없다는 나의 언니도 내 차를 타고 함께 갔다. 갈 때 3시간 30분, 올 때 2시간 30분 동안 까다로운 분들 모시고 운전 잘하고 일정을 소화한 나를 칭찬해. 아...! 내가 생각해도 나 참 잘했다.
오늘은 10월 29일 수요일.
월, 화요일 특별한 일 없이 잘 지냈다. 요즘은 아침에 늦게 일어난다. 일찍 일어나서 열심히 살아봤자 돌아보면 헛짓거리만 한 것 같다. 그래도 열심히 살긴 살 거다. 열심히 살고 싶긴 하니까. 하지만 조금 느슨하게 열심히 살아볼까 한다.
주식은 엄청 올랐는데 나는 주식으로 눈곱만큼 벌고 있고, 남의 아파트는 팍팍 오르는데 내 집은 제자리걸음, 남의 자식은 착하고 똑똑하던데 우리 집은 할많하않. 유방암 아닌 것에 감사하며 살겠다고 해놓고 5분만 지나면 다시 이렇게 속이 복작거린다. 쯧쯧...