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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Feb 28. 2024

둘째

사랑해달라고 말하자.

나는 K-둘째다. 어렸을 때 말수가 적었다. 언니는 원하면 요구하는 성격이었고 첫 아이여선지 아빠가 남다르게 생각하는 면이 있었다. 남동생은 내리사랑의 결정체였다. 나는 주는 대로 먹고 입었고 바라는 점이 별로 없었다.


몇 년 전 부모님께 무척 서운한 적이 있었다. 아빠가 28살에 처음 사업시작하고 마련한 손목시계가 있었는데 내가 우연히 차게 됐고 배터리도 갈아 끼우며 십 년이 넘게 애지중지 다뤘다. 그렇게 손에 익은 물건이었는데 어느 날 아빠와 엄마가 넌 오래 찼으니 남동생을 주는 게 어떠냐고 물었다.


아들사랑이 또 시작된 것이다. 처음엔 싫다는 의사를 비추자 엄마는 나를 욕심 많은 사람이라고 몰아갔다.


공감능력이 부족한 두 분을 위해 친절히 예를 들어주었다. 만약 외할머니가 엄마한테 시계를 줬고 십 년을 넘게 엄마가 애지중지 차고 다녔다. 할머니가 줬기에 의미 있는 물건이라고 생각해 더 소중히 생각한 시계가 있는데 갑자기 너 많이 찼으니 외삼촌한테 준다고 생각하면  기분이 어떨 거 같냐고 물었다. 아 그 생각은 못 했다며 미안하다며 내 방을 나갔다.


방을 나서는 엄마에게 왜 나는 둘짼데 매번 세 번째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외할머니가 엄마를 존중해 주지 않고 외삼촌을 위해 부려 먹기만 했는데 왜 그걸 대물림하냐며 소리쳤다. 엄마는 딱히 내 말에 부정하지 않았다.


그렇게 사랑해 달라고  번을 외치며  진심과 서운함을 내비쳤다. 나중에 들었는데 옆동 사는 둘째인 사촌동생도 가족회의  자기한테만 소홀하다고 엉엉 울었다고 한다. ,  형제 사이에 끼인 인생들이여.


한동안 부모님이 의식적으로 공평하려고 노력하는 게 보여서 고마웠다. 할머니 몫까지 내가 엄마를 사랑해 주고 싶다. 엄마도 못 받아봐서 그런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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