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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원 Feb 07. 2024

커피

애착음료.

파리바게트 커피도 지점마다 맛이 달라서 웬만하면 자주 가는 곳에서 마신다. 가게에 키 작은 점원이 계시면 아 오늘은 우유맛이 좀 더 나겠구나. 학생 같은 점원이 계시면 오늘은 좀 더 진하게 먹는구나 한다.


커피 취향도 많이 달라졌다.

고등학교 때부터 20대 초반까지 레쓰비캔을 그렇게 달고 살았다. 커피 먹어도 잠이 잘 와라며 친구들과 1일 1캔씩 호기롭게 까먹었다. 이 호기로움 때문에 키 클 수 있는 기회를 놓쳤을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에 예전 생각이 나 레쓰비를 마셨는데 단 맛 너무 나서 한 모금 먹고 다 먹지 못했다. 이 설탕 덩어리를 어떻게 마셨지.


대학생활이 시작되고 야작도 하다 보니 더 센 카페인이 필요했다. 잠을 쫓으려 하다 보니 커피에 단 맛이 점점 빠지기 시작했다. 주말에 친구들과 홍대 앞에서  자주 모여 놀곤 했는데 그때 만델링이란 걸 발견했다. 스킨헤드를 한 사장님이 달인 검정 탕약 같은 커피를 마시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 센 커피를 마실수록 뭔가 있어 보이는 기분도 한몫했다. 이 정도 커피가 아니면 난 살지 못한다는 자기도취도 있었을 거다.


편입한 학교 근처에 커피집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죽기 전에 가 봐야 하는 커피집 리스트 안에 드는 브랜드였다. 그 커피의 고소함과 향긋함을 기억한다. 까만 컵에 먹곤 했는데 브랜드 이름은 기억나지 않는다. 백미당 커피와 맛이 꽤 비슷하다.


커피 먹은 연차가 쌓인 건지 맛을 알아버린 건지 탄맛, 곰팡이맛 나는 걸 먹으면 하루가 영 찝찝하다. 제일 최악은 샷잔에반에 반 우유 많이 부은 카페라테. 카페인이 스쳐가기만 한 커피. 일 년에 한 번 정도 이런 어중간한 게 걸려든다.


일하는 학원들마다 앞에 항상 파리바게트가 있는데 수업 들어가기 전에 항상 따뜻한 카페라테와 곰돌이 초코 빵을 먹고 내 안의 어린아이를 달랜다.


일요일 아침 12시. 3시간째 침대에서  못 일어나고 있는데 극 E인 아빠에게 전화가 왔다. 분명 동네 상가 사장님들과 놀다가 밥때가 되자 전화를 하신 것 같았다.


“필요한 거 없어?”

“카페라테랑 양파 크림치즈요. 없으면 그냥 크림치즈.” 카페라테는 내 주식이기에 알아듣기 편한데 양파크림치즈에서 살짝 고비를 느낀 아빠. 어디 잘 사 오시는지 기다려봐야겠다.


심심한 하루하루가 쌓이고 가족과의 추억이 커피에 담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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