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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Feb 12. 2024

여섯 번째 책을 퇴고하는 마음

이번에는 에세이


하. 분량 무슨 일이야. 요즘 같은 시대에 이렇게 긴 글을 누가 읽는다고.


보자 보자, 그래 내가 이런 글을 썼었지.


내용이 꼭 필요한가. 사족이네, 지우자.


편집자여, 이 부분은 핵심인데 왜 지운 거죠. 아, 앞에서 비슷한 말을 했구나 오케이.


이 부분은 또 왜... 흐음. 너무 적나라하썼었네. 이렇게 에둘러 표현하는 방법이 있었다니. 편집자여 땡큐. 하마터면 내 천박함이 탄로 날 뻔했군. 후후.


생각, 생각, 생각. 마음, 마음, 마음.

뭔 글의 절반에 생각과 마음이야. 다 지워!


눈알 아프다.


고치다 보니 이거 재밌구먼. 확실히 글이 깔끔하고 선명해졌어. 나 약간 도자기 수 백번 깨뜨리는 장인 느낌.


카톡 왔네, 이것만 고치고 확인해야지.


'울며 겨자 먹기로....' 표현은 너무 진부한데. 뭔가 색다른 표현 없나. 솔직히 나 겨자 좋아하잖아. 평냉에 겨자 넣어말아 넣어.


와, 이 표현을 내가 생각했다고? 미쳤네. 이 건 전 세계에서 내가 최초로 사용한 비유일 듯. 특허 내야 함.


이 상황에 이 단어 아닌데. 2% 부족해. 그럼 요렇게 바꿔? 아냐 아냐. 이 느낌 아니라고 바보. 네가 그러고도 글쓰기 코치냐.


오줌 마려워. 이 꼭지만 마저 보고 화장실 가야지.


아우 급한데. 좀만 참자, 다 왔다 다 왔어. 우쭈쭈.


터질 뻔했네.


으음 역시 커피.


허리  왜 이래. 허리디스크 재발하면 안 되는데.


자 어깨도 활짝 펴고.


맞다, 오늘 스쿼트 안 했네. 잠깐 몸 풀 겸. 하나, 둘, 셋, .... 육십! 허억허억.


손은 왜 이렇게 시리지. 따뜻한 물이라도 받아와야겠다.


다시 시작하기 전에 신성한 마음으로 준수 영상 한 편 봐야겠다.

(뮤지컬 드라큘라 fresh blood 감상)


피! 신선한 피가! 내게도 필요한 걸. 뮤지컬 보고 싶네. 표 없나. 없겠지?... 없네.


인스타 5분만 봐야지.


호캉스 갔구나.


말하는 고양이?


푸하하 '오징어 사 와'라니. 고양이 왜 이리 귀여웡. 고양이 짱좋앙.


오 이번엔 비숑. 으으 내 심장.


정신 차려 넌 동물농장 작가가 아니야.


가만 어디까지 봤더라.


이건 너무 티엠아이야. 지워.


에? 여섯 시요? 뭐 했다고 벌써 저녁이죠.


아 눈알 아파.


이 문장은 앞으로 가는 게  낫겠군.


이 문장은 프롤로그로 가자. 지워 지워. 싹 다 지워.


뭐라는 거야, 지워.


여긴 좀 불친절한. 채워.


아니야 지워.


이 내용 남편은 모르는 일인데. 나중에 책 보고 충격받는 거 아냐. 아몰랑. 누가 작가랑 결혼하래?


부분은 내가 봐도 좀 감동. 내가 이렇게 열심히 살았네.


나 이렇게 개고생 했는데 아무도 안 읽어주면 어쩌지. 에세이 꼭 지켜.


그러니까 홍보를... 인스타를.. 유튜브를...


아 맞다 카톡!


나 원래 주말에 일 안 하는데. 이럴 거면 방송작가랑 뭐가 다르냐고.


눈 아파 눈알 빠져. 내 안구. 


눈 나빠지면 작가 못하는데. 늙어서 작가 하려면  보호가 중요해.


(검색어: 노안 교정 수술)


하 이제 겨우 반 왔네. 다 볼 수 있으려나.


걷고 싶다. 시간 없는데 어쩌지.


<따. 스. 해>에 아무리 바빠도 매일 산책하라고 썼는데. 언행일치 해야지. 밖으로 나가자.


어우 날씨 왜 이렇게 추워. 그냥 들어가야겠다.


배는 고프고 차려먹기는 귀찮네.


아싸 새우깡 있구나 굿잡. 아작아작.


그러니까 프롤하고 에필하고 수미쌍관을 이루고 싶은데 말이지.


하암. 질려. 내일 일찍 일어나서 볼까.


씻기 귀찮아. 오늘 5분밖에 안 나갔으니까 패스.


잠이나 자자.




3월 말, 과연 글밥의 여섯 번째 책은 무사히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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