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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밥 Jul 12. 2024

인스타그램 계정이 3개인 이유

독서 습관 고리 만들기


나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3개나 운영한다. 시간 낭비하기 쉬운 SNS에 열심히인 이유는 좋은 습관을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하나는 필사 계정으로 2019년부터 매일 책을 읽고 필사를 해서 사진을 찍어 올리고 있다. 다른 하나는 운동 인증 계정이다. 주로 오늘 한 운동이나 식단을 사진으로 찍어 올린다. 나머지는 글쓰기 강의나 독서 모임 소식과 후기 등을 기록하는 공간이다.


필사 루틴은 이렇다. 오늘 하루 책에서 읽었던 내용 중에 마음에 드는 부분(읽을 때 표시해 둔다)을 한 단락 정도를 만년필로 베껴 쓰고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는다. #필사스타그램에 올린다. 전 과정은 10분이면 충분하다.


6년 전, 일상에 필사라는 취미를 보태면서 독서량이 많이 늘었다. 그전에도 책을 좋아하긴 했지만 이런저런 핑계로 읽기는 뒷전이 되는 일이 많았다. 나는 ‘독서를 매일 해야지’하고 결심하지 않았다. ‘매일 한 단락씩 필사하고 인증해야지’라고 했는데 인증을 하려면 필사를 해야 했고, 필사를 하려면 하루에 한 페이지라도 책을 읽어야 했다. 읽지 않으면 필사 구절을 찾을 수도, SNS에 올릴 사진도 없으니 말이다. 어느새 필사스타그램에 1,600개가 넘는 글귀가 모였다. 그 글귀를 모두 기억은 못하지만 책 읽는 습관만큼은 제대로 정착했다.

      

마찬가지로 #운동스타그램도 꾸준히 운동하는 동기가 되고 있다. 올해부터는 매일 스쾃 인증을 한다. 하루 50개로 시작해 매달 10개씩 개수를 늘렸고 7월부터 매일 110개씩 하고 있다. SNS에 올릴 사진은 스쾃을 마무리한 후 화분이나 창문 등 내 앞에 놓인 풍경을 찍는다. 아무래도 집에서 무방비(?) 상태로 있는 셀카를 찍어 올리긴 서로가 부담스러울 터이니... 꾸준히 스쾃 인증을 한 덕분일까, 최근 인바디 검사 결과에서 하체 근력이 부쩍 늘었다(!)

    

다양한 SNS가 있지만 인스타그램을 택한 이유는 ‘사진’을 올리는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필사나 운동했다는 것을 기록하는 데 구구절절한 설명 글이 굳이 필요 없다. 물론 소감을 길게 작성해서 올리면 셀프 피드백이 되어서 더 좋겠지만, 매일 해야 하는 만큼 부담감을 줄이는 게 먼저였다. 최소한의 힘을 들이는 인증 방식이 바로 사진 찍기였다.    


가끔은 인증을 하려고 들어갔다가 혼을 쏙 빼놓는 콘텐츠에 빠져 정신을 못 차릴 때도 있지만,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음을 기억한다.     


빅데이터 전문가 송길영 님은 한 독서 다큐멘터리에서 ‘SNS에 독서 행위를 인증하는 것은 젊은 세대가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 중 하나며 디지털 환경은 독서를 계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준다’라고 말한 바 있다. 실제로 독서 습관을 SNS에 공개하면 꾸준히 지속하게 되는 데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심리학에 ‘공개 선언 효과’라는 용어가 있다. 사람들은 자신의 목표를 공개적으로 선언할 때 그렇지 않을 때보다 더 큰 책임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SNS는 공개된 공간이라 누구나 볼 수 있다. 나는 매일 필사 인증을 함으로써 매일 책을 읽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선언한 셈이다. 그렇다고 내가 매일 독서를 하나 안 하나 주시하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기록을 하는 스스로는 안다. 인증하지 않았을 때는 책을 읽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았던 마음에 약간의 부담감이 생기는 것이다.


또 SNS에서 받는 ‘좋아요’나 ‘댓글’과 같은 긍정적인 피드백은 뇌의 도파민 분비를 촉진한다. 이는 보상 체계를 활성화해 행동을 지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습관의 힘》을 쓴 찰스 두히그는 ‘신호-반복 행동-보상’을 통해 습관이 형성된다고 설명한 바 있다.     

- 신호(Cue): 특정 행동을 시작하게 만드는 트리거
- 반복 행동(Routine): 실제로 수행하는 행동
- 보상(Reward): 행동 후에 얻는 긍정적인 결과

<찰스 두히그가 설명한 습관 고리>     


‘독서 습관 고리’ 만들기

- 신호(Cue): 매일 자정 마감, 11시가 되면 SNS 인증 시간이 다가왔다는 생각이 든다.
- 반복 행동(Routine): 책을 펼쳐 필사한다. 오늘 책을 읽지 못했다면 지금이라도 읽는다. 필사를 마치면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다.
- 보상(Reward): 인증 게시물을 올리면 좋아요, 댓글 반응이 즉각적인 보상이 된다. 인증 게시물이 차곡차곡 쌓이는 것을 시각적으로 확인하는 성취감도 보상이다.     


나는 나처럼 필사스타그램이나 독서스타그램을 하며 인증하는 사람들을 주로 팔로우한다. 다른 사람들의 성공적인 인증을 보면 타인의 행동을 모방하는 ‘미러 뉴런’이 활성화된다. 의지와 결심만으로 독서 습관을 만드는 일에 자주 실패했다면 이처럼 하게끔 하는 시스템 안으로 들어가 보자. 독서에 익숙해지면 어느새 인증 없이도 책이 좋아서, 재미있어서 다른 일 제치고 찾게 되는 날이 올 터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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