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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한 May 28. 2023

'매몰비용의 함정' 대신에
얻는 것들은?

빠르게 포기하는 것이, 실패가 아닙니다.

최근 이직을 했다. 이제 약 한 달 여가 되어간다. 이전과 다른 점은 주 업무 자체는 그렇게 다르지 않지만, 진짜 스타트업이라는 것이 이런 거구나 많이 느낀다. 업무 외의 업무들이 같이 밀려온다. 그런데 나는 몇몇 업무들에 약간의 이상함을 느꼈다. 

"도대체 왜 하는 거지? 여기에?" 


첫 번째 예시는 툴에 대한 매몰 비용이다. 해당 회사는 약 2년간 노션을 이용해 왔다. 경력직이라 들어가자마자 주 업무로 바로 뛰어든 케이스라, 아주 깊게 훑어볼 여력이 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무 스케쥴링부터, 업무를 주고받는 것까지 업무 전체 프로세스에서 노션을 많이 이용했다. 그런데 문제는 플로우도 이용 중이다. 여기서 진짜 문제는 그동안 내가 듣고, 실제로 이야기해 본 바로는 위의 기능은 플로우가 더욱 강력하다는 것이다. 게다가 몇몇 사람들은 실제로 플로우로 그렇게 일을 하고 있었다. 가장 큰 부분은 마케팅팀과 PM 파트의 사람들이 각자 다른 툴을 쓰면서 일거리를 던져준다는 것이다.


양쪽의 메세지를 다 보면서 효율이 상당히 떨어짐을 느꼈다. 나는 각각의 툴은 다른 장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노션은 일종의 아카이브 역할에 아주 적합한 모델이다. 일을 하면서 있었던 히스토리를 저장하고, 그다음 사람에게 인계를 할 수 있다. 플로우는 직장 전체에 협동력을 만들어준다. 같은 공간에 있지 않더라도, 그 사람이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잘 안다. 그리고 어떤 일을 할지도 쉽게 분별할 수 있다. 그래서 플로우의 유튜브 채널명에도 협업툴 플로우라고 명명되어 있다.



그런데 왜 노션을 이용하는 것일까? 그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했다. 그냥 더 오래 썼던 것이다. 이미 그동안 노션을 썼기에 쓰는 것이고, 아직 플로우에 더 빠르게 옮기지 못했다. 그리고 적응하지 못했다. 그것이 업무 효율을 떨어트린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결정 때문에 회사는 효율을 오히려 잃었다.


나는 작은 규모의 회사일수록 업무 프로세스의 효율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단 투자를 받았을 확률이 적을 것이고, 이로 인해서 회사 내에 사람이 적을 것이다. 스타트업 한 명의 시간을 대기업 한 명의 시간보다 더욱 효율적으로 써야 한다. 그래야 더 빠르게 J커브에서 빠져나오거나, 살아남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 매몰비용 함정의 예시이다. 이건 이전에 다녔던 회사의 이야기인데, 어쩌면 주식과 매우 흡사한 매몰비용의 함정이다. 주식을 하는 사람 중에 물타기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 있다. 물타기란 파란불, 즉 현재 이전가보다 혹은 그전 고점대비 떨어지고 있는 주식을 계속해서 사들이는 것이다. 여기서 이유가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어떤 근거로 가치가 더 높을 것이라고 판단되는 경우다. 이 경우라면 당연하게 이렇게 투자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 문제는 두 번째 이유다. 아무런 이유 없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그냥' 매수 버튼을 누르는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해당 종목을 꽤나 오랫동안 들고 있었고, '예전에' 많이 알았던 주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는'오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비슷할 수 있으나, 결론적으로는 이성적인 지성 VS 무지성 매수의 차이이다. 특히나 첫 번째 이유인 사람은 만약 해당 근거가 틀렸다면 마이너스임에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판매를 한다. 두 번째 이유로 매수를 하는 사람들은 그런 판단 능력조차 없기 때문에, 파는 타이밍도 놓치고 만다.(참고로... 나도 ㅎ)


윽... 뼈 아프다

그런데 이러한 주식의 예제는 회사 경영에도 똑같이 발생한다. 이전에 내가 위의 이미지의 기업에 투자한 전체 금액은 약 100만 원가량 되지만, 이전에 다녔던 회사는 본인 돈 4억에 다른 사람의 투자 6억 원을 받아 경영했다. 6억 원은 이미 내가 입사하기 전에 다 써버린 상태였고, 계속해서 이자가 밀리고, 급여가 밀리는 등을 막느라 대출이 저렇게 된 것이다. 


회사 대표는 회사를 충분히 큰 금액에 팔 수 있을 거라 호언장담했다. 하지만 어림 반품어치도 없는 말이다. 기본의 기본도 되어 있지 않은 기업을 누가 사간다는 말인가? 거기에 더욱 황당한 것은 저 기업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여전히 팔릴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하지만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대표와 이야기를 하던 중에 무심코 늘 하는 얘기가 있었다.

내가 그만둘 수 있지
.
그런데
.
그동안 박아둔 돈이 아까워서 이런다...



그리고 계속해서 대출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는 중이다. 만약에 본인이 생각하는 금액보다 저렴하게 회사를 내놓거나, 혹은 더 빠르게 포기를 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개인적으로 그 대표의 능력은 회사 경영의 능력은 전무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다른 부분에 강점이 있기 때문에 아마 다른 '기회'를 얻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큰돈을 벌 기회일지는 장담할 수 없지만, 최소한 구렁텅이에서 빠져나오고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정리를 해보자면 쿠팡 같이 근거가 높은 매몰 비용이라면 선택이 아니라 어쩌면 디폴트 값일 수도 있다.(뭐... 쿠팡도 결과론 적으로는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하지만 본인이 객관적으로 생각을 했을 때 이 매몰 비용이 낭비라면 빠르게 스위치 하는 선택이 필요하다. 그로 인해서 효율과 비용을 높이고 아낄 수 있다. 또한 스타트업이라면 회사 전체와 대표자신의 적응력도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는 심경을 담으며, 이번 글을 마친다.


ㄲㅡㅌ




TMI

- 퇴고를 하고나니, 스위치라는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이것을 어떻게 바꿀것인가? 생각을 해볼 필요가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회사에서 야근하래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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