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랜서 형식으로 일하고 싶다는 사람들에게서 종종 질문을 받는다. 그중 자주 되풀이되는 질문은 두 가지다.
1. 프리랜서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2. 제 성격이 이러이러해서 프리랜서가 되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라는 것인데
1번 질문에 대한 답변은 질문자의 전문 분야 및 경력 등에 따라 너허허허허무나 다양하게 나와버리는 관계로 이러이러하십쇼 라고 말하기가 매우 어렵다. '자취를 시작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는 질문과도 비슷한 점이 있는데 거주지역을 정한 사람/정하지 못한 사람, 집을 구한 사람/집을 구하지 못한 사람, 살림살이를 꽤 갖춘 사람/다이소부터 한 바퀴 돌아야 하는 사람, 출퇴근자/재택근무자 등등 사람마다 전부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내가 직접 겪어본 일에 대해서만 대답할 수 있다.
그런 고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끄덕끄덕 열심히 듣고, 듣고, 듣고, 내 얘기할 틈이 있으면 하고, 듣고, 듣고, 듣고, 듣는다. 이야기를 하고 하고 또 하다 보면 스스로 정리되는 부분이 있을 것이다.
문제는 2번 질문인데, 지금까지 '제 성향이 매우 외향적이고 활동적이며 사교성 대박이예요' 라며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은 거의... 아니 아직 한 명도 없었다. 모두가 한 목소리로 '저는 내성적이고 단체생활에 어려움을 겪으며 가급적 사람 안 만나고 혼자 일하고 싶어요'라고 말한다. 그런데 오우 이것은 삐요 삐요 경고등이다. 프리랜서 형식으로 일을 하려면 영업도 실무도 돈 달라는 소리까지 혼자 다 해야 하는데? 이런 사람에게는 당신은 1인 자영업자가 되고 싶은 것인가요 아니면 예술가가 되고 싶은 것인가요 라고 물어봐야 한다.
대학 후배가 아주 오랜만에 연락해선 나도 프리랜서가 되고 싶다, 조직 생활은 영 맞지 않는다, 그런데 혼자선 일감을 구하기 어렵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만나서 이야기도 나누고 포트폴리오도 함께 들여다보고 스케줄도 확인한 후 당시 진행하던 그림 작업의 한 부분을 맡겼는데... 여기까진 참 좋은데... 이 작자가 마감 당일 오전, '죄송합니다'라는 문자 메시지만 보내고선 핸드폰을 꺼 놓은 채 잠적했단 말이죠. 그리하여 급한 불을 정신없이 끄고 숨좀 돌릴 무렵 여차저차 연락이 되어 화를 내니 후배 왈.
후배 : 작업한 게 마음에 들지 않아 자존심이 상해서 못 보여드리겠더라고요
나 : 야 인마 그럼 혼자 예술을 해야지
이게 벌써 10년도 더 된 이야기입니다. 지금은 어느 하늘 아래서 신용을 포기한 채 자존심을 세우고 있는가 후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