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여고

14

나에게는 그들이 사건에 연루되었다는 걸 짐작케 하는 녹음 파일이 있다.

나머지는 원점.

그들은 무엇을 했는가.

왜 서로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는가.

도무지 알 수가 없는 문제이다.

내 머리로는.

하지만 어찌되었든지 지금 중요한 것은 토요일이 다가오고 있다는 점이다.

운명의 토요일이.

혜경이가 교장선생님의 입양딸이라는 것은 꿈에도 몰랐다.

와. 얼떨떨했다.

교실로 돌아온 나는 침묵했다.

왠일인지 아이들은 내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다.

원래 같으면 "이 문제 어떻게 푸는 거야?" 하고 물어오곤 했었는데.

이제 모범생이라는 타이틀은 멀리 건너간 듯했다.

철학 시간.

"너희들이 요새 많이 힘들었다는 거 안다."

철학은 부드러운 목소리로 수업의 포문을 열었다.

아까 내게 야단칠 때와는 사뭇 다른 뉘앙스였다.

"하지만 학생의 본분은, 공부야. 공부.

이제 이년 남았다.

이 이년이 여러분의 남은 생애를 결정할 수도 있어."

겁을 주는 철학.

하지만 왠일인지 나는 반감이 생길 뿐이다.

철학의 말에.

아니에요. 선생님. 그런 말로 아이들에게 협박하지 마세요.

공부를 빌미로.

우리도 지금 현재를 즐길 권리가 있다고요.

하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하지 않는다.

가뜩이나 찍힌 주제에 그런 말까지 했다가는 더 찍힐 게 뻔하다.

오늘은 벌써 수요일.

철학은 내 눈을 쳐다보지 않는다.

나도 철학의 눈을 쳐다보지 않는다. 아니 쳐다보고 싶지 않다.

이미 철학쌤이란 사람을 알아버린 것 같은 느낌이다.

느낌일지 모르지만 이 사건과 뭔가 연루가 되어 있을 것만 같은 그런 느낌.

어서 하루가 지나 윤우를 만나고 싶은 심정이다.

윤우를 만나 같이 패스트푸드 점에서 햄버거를 먹고 싶다.

그냥, 그게 나의 유일한 희망사항이다. 지금으로서는.

윤우는 뭐하고 있을까.

피씨방에 있을까.

아니면 독서실에서 내 책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을까.

순간 초등학교 때 보았던 윤우 부모님이 생각난다.

언제나 윤우를 믿어주던, 날 볼 때마다 '미래의 신붓감'이라면서 인자하게 웃어주던 그 모습.

"에잇. 이놈아. 소영이한테 잘해. 허허."

하면서 인자하게 웃어주던 윤우의 아버님이 생각난다.

언젠가 다시 만날 날이 있겠지.

이 모든 게 끝이 나면.

어느 새 벌써 오늘 학교 수업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

재희와 혜경이는 마치 짜기라도 한 듯, 조용하다.

나에게 별다른 말을 걸어오지도 않고 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저들이 이란성 쌍둥이였다니.

머리속을 뱅뱅 도는 저들의 말.

"죽고 사는 건 아무것도 아니야."

마치 한 사람의 목소리인 것처럼 내던 두 명의 목소리.

혹시,

성심원?

성심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성심원과 우리 학교는 연결되어 있다.

같은 카톨릭 재단에서 운영하고 있고 우리 학교 아이들이 그 곳에 가서 많은 봉사활동을 한다.

만약 그 성심원이

그 성심원이

내가 알고 있는 그런 곳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죽거나 실종된 아이들은 모두 성심원 출신이다.

그리고 육각무늬를 가지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성심원을 추격해봐야 하나.

그때였다.

핸드폰 문자가 울린 것은.

나는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열어 확인했다.

다행히 별로 주의가 깊지 않은 영어 선생님은 내가 수업시간에 핸드폰을 소지하고 있는지를 모르고 있는 것 같다.

'혹시 윤우인가.'

하는 생각으로 핸드폰을 열었는데.

이게 왠일인가.

시온이의 문자가 와 있는 거 아닌가.

-나 무서워.

시온이의 문자.

-너 어디야?

나는 급박하게 문자를 보낸다.

-학교.

-무슨 일이야?

나는 다시 문자를 보낸다.

-만나서 이야기해.

시온이에게서 온 답문.

난 몰랐다.

내 곁으로 영어 선생님이 다가온 줄은.

"너, 이제 완전히 날라리 다 됐구나. 수업 시간에 이게 무슨 일이야!"

내게 호통을 치는 영어 선생님.

"휴대폰은 압수다. 수업 후에 찾아가도록."

윽. 휴대폰을 빼앗기고 말았다.

안돼.

시온이와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해야 해.

시온이는 뭔가를 알고 있어.

그래서 나에게 연락을 해 온 거야.

강한 예감이 들었다.

"선생님!

저희 어머니께서 아프십니다!"

나도 모르게 친 거짓말.

"어머니가 얼른 와 달라고 하십니다."

과연, 영어선생님은 내 거짓말에 속아넘어갈까.

"김소영!

지금 당장 전화해?

너희 어머니한테?"

날카로운 목소리가 되돌아온다.

"아. 아닙니다. 죄송합니다."

"괘씸죄까지 더해져서 너는 남아서 교무실 청소하고 가도록. 그리고 선생님한테 와. 그러면 핸드폰 줄테니까."

큭큭. 여기저기서 웃음소리가 터진다.

에휴. 여기까지 오다니.

괜히 말했다 싶다.

윤우는 날 목빠져라 기다릴 텐데.

괜히 일만 만들었네, 싶다.

종례시간.

철학샘이 들어왔다.

"자 너희도 알다시피 너희 선생님이 출산 휴가 가 있는 동안 내가 너희의 임시 담임이다.

아침엔 정신이 없어서 인사도 못했지?

이제 무슨 일 있으면 선생님에게 바로 바로 이야기하고.

괜한 헛짓거리 하고 돌아다니지 말고."

철학이 주의를 준다.

왠지 나에게 하는 말처럼 들리는 건 내 착각일까.

에라 모르겠다.

"그리고 수업시간에 핸드폰을 하는 학생이 있다고 들었다.

이거 우리 학교의 명예에 먹칠을 해야 속이 시원하나.

난 여러분을 믿는다.

그럼 종례 끝. 반장 인사."

반장이 일어선다.

"사랑합니다."

학생들과 선생님은 동시에 사랑합니다,를 외친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이게 우리 학교의 공식 종례 인삿말이다.

처음에는 낯뜨거웠지만 하다보니까 뭐 이제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다. 이년째인 지금은.

후.

이제는 교무실 청소를 하러갈 차례.

오늘따라 교무실과 인연이 많네.

난 이제 모범생도 아닌데.

반 청소함에서 대걸레와 빗자루를 챙겨서 나가려는 순간이었다.

"꼴 좋다."

이런.

혜경이 목소리다.

나는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밖으로 나온다.

어떻게든 너희들의 정체를 파헤치고 말겠어, 라는 강한 다짐과 함께.

땀이 뻘뻘난다.

교무실은 참 넓기도 하다.

요리조리 선생님들 사이를 피해가며 빗자루질을 한다.

그리고 이제는 걸레를 빨아와 역시 지나쳐가는 선생님들을 피해가며 걸레질을 한다.

아. 짜증나.

내게 꿀밤을 먹이고 가는 교련 선생님.

"수업 시간에 휴대폰이 뭐냐."

쯧쯧, 혀를 차며 가는 지리 선생님.

여차저차 드디어 청소가 끝났다.

나는 영어 선생님의 자리를 찾아간다.

영어 선생님 자리는 교무실 구석에 있다.

"선생님 청소 다 끝났어요."

나는 선생님께 이야기한다.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던 선생님이 나를 돌아본다.

그리고 나에게 핸드폰을 돌려준다.

"감사합니다."

나는 꾸벅 인사를 하고 핸드폰을 받아 나온다.

얼른 시온이 문자를 봐야 한다.

밤이 되기 전에.

시온이가 혜경이를 만나기 전에 시온이를 만나야 한다.

그런 생각으로 핸드폰 폴더를 여는데,

툭, 종이가 떨어진다.

어. 이게 뭐지?

종이를 집어드니,

'난 소영이를 믿어. 너라면 할 수 있을 거야. 성공을 기원한다. 성심원 경비할아버지 김주사님을 찾아가.'

라고 손글씨로 쓰여있다.

영어 선생님이 쓴 것이다.

갑자기, 갑자기 눈물이 핑돈다.

이 세상에 날 믿어주는,

선생님이 있다니.

내가 사고를 치고 다니는 게 아니라고 말해주는, 내가 지금 잘해나가고 있다고 이야기해주는 선생님이 있다니

정말 감사하다.

그건 그렇고 시온이 문자를 확인해야 해.

오마이갓.

-만나서 이야기해

이후로 아무런 문자가 와 있지 않다!

이게 무슨 일이지?

-너 지금 어디야?

나는 시온이에게 문자를 보낸다.

답이 오지 않고 있다.

도무지 뭐가 어떻게 되어가는지 모를 노릇이다.

혹시?

싶어서 얼른 교실로 와보니,

오마이갓.

혜경이.

혜경이가 없다.

자율학습 시간을 빼먹고 땡땡이를 친 것이다.

혹시 시온이에게 뭔가를 이야기한 것 아닐까.

아니면 지금 시온이를 만났거나.

성심원.

성심원에 가보자.

나는 윤우에게 문자를 보낸다.

-윤우야 어디야.

-나 학교 근처. 후문쪽에 있어.

-알았어 바로 갈게.

후문으로 나가니 윤우 얼굴이 보인다.

그제야 안심이 된다.

나에게 쓱 내미는 슬러쉬.

"이거 마셔. 하루 종일 힘들었지?"

말 안해도 하루종일 학교에서 시달렸다는 것을 알기라도 한 듯 윤우는 내게 슬러쉬를 건네며 위로의 말을 전한다.

오. 스윗해. 완전 스윗해.

아 시원하다.

오렌지맛 슬러시를 마시니 하루동안에 쌓였던 스트레스가 사라지는 것 같다.

이것이 사랑의 힘인가 싶어 슬며시 웃음이 난다.

"우리 갈 데가 있어."

윤우에게 이야기한다.

"어디?"

"성심원.

성심원을 조사해야 돼."

"성심원?"

윤우가 되묻는다.

"응. 거기가 아무래도 수상해."

난 단호하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성심원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71번 버스.

지난번 시온이와 혜경이와 그 곳 아이들의 공부를 도와주러 간 적이 있다.

하지만 그 전에도 난 이미 학교에서 성심원에 간 적이 있었다.

원래는 전쟁 고아를 거둬들이던 곳.

하지만 지금은 버려진 아이들을 양육하는 곳.

'사랑, 진실, 평화'

이 세 단어가 적힌 현판이 성심원 문 앞에 걸려 있었다는 걸 기억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성심원에 바로 들어가서는 안 된다.

아까 영어 선생님이 쪽지에 적어놓았던 김 주사님, 경비할아버지를 찾아가야 한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성심원으로 들어가는 대문이 보였다.

"아. 아냐. 아직."

나는 급히 성심원으로 들어가려는 윤우를 제지했다.

아직은 아니야.

좀 더 동태를 살펴보자.

성심원은 고요했다.

마치 평일 교회처럼.

경비실이 어디지.

나는 눈으로 경비실을 찾았다.

대문 바로 안쪽에 경비실이 붙어 있었다.

그래, 저기야.

일단 김 주사님을 만나야 해.

그리고 설득해야 해.

무슨 말이라도 하도록.

우리는 초조하게 경비실에서 누군가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한시간쯤 지났을까.

파란색 제복을 입고 역시 파란 모자를 쓴 할아버지가 경비실에서 나왔다.

그리고 제복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적이는 것이었다.

아마도 담배를 찾는 듯.

하지만 담배가 없는 모양이었다.

할아버지는 난감한 표정을 하고 길 건너편 편의점을 쳐다보았다.

다녀올까, 말까를 고민하는 듯했다.

때는 이때다.

오세요, 오세요.

나와 윤우는 길 건너편에서 한 목소리로 맘 속으로 응원했다.

편의점은 바로 나와 윤우 옆에 있었다.

오.

오고 있다.

할아버지가 오고 있다.

할아버지가 횡단보도를 건너 오고 있었다.

"윤우, 너는 잠시 저기 가 있어.

내가 혼자 해볼게.

아무래도 우리학교와 성심원은 관련이 많으니까 나 혼자 나서는 게 좋을 거 같아."

나는 윤우에게 이야기했다.

윤우는 알았다는 듯 급히 뒷골목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곧 얼마 지나지 않아 할아버지가 편의점에 들어갔다가 나왔다.

"안녕하세요. 저 붉은 여고 학생이에요."

김주사님이 의심쩍은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무슨 일이지?'

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오, 안 돼.

여기서 뭐라도 해야 돼.

무라도 썰어야 돼.

난 속으로 말했다.

"오늘 봉사활동을 하러 왔는데 제가 봉사활동 했던 아이가 좀 이상한 말을 하더라구요."

"무슨 말을?"

할아버지가 담배를 꺼내들며 말했다.

아, 뭐라고 해야 하지.

아무런 생각이 안 나.

하지만 여기서 할아버지를 보내면 안 돼.

"자기는 여기서 얼른 나가고 싶다구요."

헛.

할아버지가 헛웃음을 쳤다.

고아원에서 지내니 그런거 아니냐,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런데 그게 그냥 고아원에서 지내서 그런 게 아닌 것 같아 보였어요."

켁.

할아버지가 담배를 피다 사래가 들렸는지 켁켁거렸다.

"거 누구요."

에라 모르겠다.

난 아까 받은 영어 선생님이 준 쪽지를 보여드렸다.

-난 네가 성공하기를 바란다. 성심원 김 주사님을 찾아가.-

"저희 학교 영어 선생님 아시죠?

박지은 영어 선생님."

그러자 깜짝 놀라는 듯 보이는 할아버지.

"그럼. 박지은 영어 선생님 잘 알다마다.

그 선생님이 쓰신 거니?"

할아버지는 아까와 다른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네."

나 역시도 고분고분 대답했다.

무언가 할아버지와 영어 선생님 사이에 있는 게 분명했다.

"음......"

할아버지는 뭔가를 깊이 생각하는 듯했다.

"할아버지, 제발 말씀해 주세요.

성심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요?"

"난 모른다."

갑자기 할아버지가 단호하게 말했다.

"난 아무것도 모른다."

강력한 부정은 긍정이랬던가.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언가 일어나고 있는 게 틀림없어.

강한 확신이 들었다.

"무슨 일이 있는 거죠?

그렇죠?

지금 성심원 출신 학생들이 죽거나 실종되고 있어요.

할아버지 제발 도와주세요.

이제 곧 또 참사가 이어질지도 몰라요.

막아야 해요."

나는 간절하게 할아버지에게 호소했다.

내 호소가 먹힌 걸까.

할아버지는 나직히 말했다.

"오늘 밤 열시에 다시 성심원 앞으로 와라."

할아버지는 그 말을 남기고 횡단보도를 건넜다.

할아버지가 있던 자리에는 짓이겨진 담배꽁초만 남아 있었다.

밤 열시.

오늘 밤.

무슨 일이 벌어지려는 걸까.

가슴이 두근거렸다.

"윤우야!"

나는 핸드폰으로 윤우를 불렀다.

"너 지금 어디야?"

"나 편의점 뒤편."

"응. 알았어. 내가 갈게."

윤우는 편의점 뒷 골목에 서 있었다.

나는 윤우에게 학교에서 선생님에게서 받은 쪽지와 할아버지와 나누었던 이야기를 전했다.

"뭔가 있어. 냄새가 나."

윤우가 대답했다.

"응. 오늘 밤에 와 보면 알게 되겠지."

지금은 오후 다섯 시.

밤 열시까지는 다섯 시간이 남아 있었다.

오늘이 벌써 수요일이다.

토요일까지는 사일이 남아 있다. 겨우 사일.

"걱정하지 마. 내가 있잖아."

윤우가 내 손을 꼭 잡으며 이야기해주었다.

"잘 될 거야. 너 그때 생각나?

학교 뒷산에서 놀다가 왠 아저씨가 무슨 악기 불면서 우리한테 접근했던 거."

윤우가 옛 이야기를 꺼냈다.

그랬다.

뒷산에서 밤을 주울 때 우리에게 접근했던 아저씨.

그 아저씨는 각종 동요를 트럼펫인가, 색소폰으로 불어주었다.

우리는 신이 나서 같이 노래를 불렀었다.

"아저씨가 맛있는 거 사줄 테니까 같이 가자. 떡볶이 좋아해?"

"네. 좋아요."

마냥 들떠서 따라나섰던 나와 친구들.

아저씨는 계속 음악을 연주하면서 앞서 걸어나갔었다.

그리고 도착한 곳은,

산 안에 위치한 움막.

"떡볶이 해줄테니까 기다려라."

아저씨가 이 말을 마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우리는 전기 놀이를 하면서 떡볶이만을 기다렸다.

전기 놀이는 동그랗게 둘러 앉아 서로 손을 잡고 시작한다.

처음 시작한 아이는 오른손에 힘을 주거나 왼손에 힘을 줘서 전기 방향을 정한다.

전기신호를 받은 아이는 자의로 오른손을 누르거나, 왼손을 눌러서 전기 방향을 바꿀 수 있다.

그러다가 한 아이가 양쪽에서 신호를 받는 경우가 생긴다.

그러면 '합선!'이라고 외치며 게임이 중단되고 그 아이에게서부터 다시 게임이 시작된다.

게임이 계속되어도 아저씨는 나타나지 않았다.

"뭔가 이상하지 않아?"

뭔가 이상한 걸 느꼈는지, 윤우가 물어왔다.

"아니, 저 아저씨가 왜 우리한테 떡볶이를 해준다고 하는 걸까.

혹시 음식에 이상한 거라도 타오면 어떻게 해."

윤우가 이야기했다.

듣고보니 맞는 소리였다.

"도망치자. 저 사람 때려눕히고."

그 때 아저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얘들아 떡볶이 먹자."

"자. 공격 시작!"

윤우가 공격 개시 명령을 내렸다.

막, 방에 들어서려는 아저씨의 몸에 윤우가 잽싸게 올라탔다.

그러더니 아저씨의 목을 손으로 감았다.

켁켁.

그 틈을 타 누군가가 아저씨의 발을 걸었다.

쾅.

아저씨가 쓰려졌다.

우리들은 순식간에 아저씨 위에 올라가 아저씨의 몸을 마구 때렸다.

얼굴 몸 할 것 없이.

그리고 아저씨가 축 늘어진 것을 확인하고 그 자리를 떴다.

집에 돌아오니 한밤중이었다.

집은 난리가 나 있었다.

하지만 우리 중 아무도 산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

그게 우리가 산에서 내려오면서 한 약속이었다.

그 후로 밤을 따러 뒷산에 다시는 가지 않았다.

"그때도 잘 해냈잖아."

윤우가 내 어깨를 두드리면서 말했다.

"맞아."

그 때를 생각하자 뭔가 용기가 솟는 듯했다.

그래, 해보는 거야.

갈때까지 가보는 거야.

윤우와 나는 근처 패스트푸드 점으로 들어가 햄버거로 저녁을 때웠다.

패스트푸드점의 좋은 점이라면 아무리 오래 있어도 눈치를 주지 않는다는 점.

시간이 남아서 나는 문제집을 풀었다.

"오 역시 김소영."

윤우가 공부하는 날 대견해했다.

"야, 너도 얼른 문제집 빌려줄테니까 공부해."

나는 윤우에게 수학 문제집을 주었다.

공부하며 열시가 되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삼십분 전,

햄버거 집을 나와 성심원으로 발을 옮겼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나려는 걸까.

우리는 잠복하는 형사들처럼 기둥 뒤에 숨어 성심원을 감시했다.

밤 열시.

어?

갑자기 성심원 앞에 봉고차가 서는 것 아닌가.

나는 봉고차 번호를 얼른 쪽지에 옮겨 썼다.

그리고 아이들이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여덟 명이 봉고차에 탔다.

오마이갓!

도대체 어딜 가는 거야.

이 밤중에.

쫓아가야 해.

무슨 일이 있어도.

우리는 숨죽여 주변의 택시가 오는지 보았다.

당장이라도 택시를 타고 쫓아갈 심산이었다.

하지만 택시는 보이지 않았다.

어쩌지.

막 봉고차가 떠나려고 하는데.

그때였다.

택시가 다가오는 게 보였다.

우리는 황급히 택시에 올라탔다.

"기사님. 저 봉고차 쫓아가 주세요!"

윤우가 부르짖었다.

봉고차는 시내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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