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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윈디 Apr 07. 2024

제가 가야지요.

민후 운명의 기적의 말.

내일은 토요일 우리 막내 조카 민후가 오는 날이다.

민후는 내 동생의 둘째 아들, 내게는 넷째 조카다.


나는 자식이 없지만 아이랑 같이 노는 것, 돌보는 것에는 그 누구보다 자신 있다.

한 예로, 우리 책방 들렸던 한 부부가 세 살 아이랑 함께 왔는데 내가 보니 똥 쌀 것 같아서

" 애기 똥 싸고 싶나 봐요" 했더니 아이 아빠가 하는 말

"아 졸려서 그래요"

그렇지만 잠시 후 물휴지 챙겨 화장실을 갔음.


아무튼

나는 언니네 집에서 살았기 때문에 셋째 조카까지는 거의 키우다시피 했다.

세째조카부터는 동생네 아이인데 언니가 키워줬고 동생이 쉬는 날 데려갔기 때문에 같이 살았다.

큰 조카는 애착이 나랑 형성이 되어 내가 나가기만 하면 동네가 떨어져 나가게 "수-나-이-모---"를 외치며  울었고 나 아는 사람들 결혼식이고 장례식이고 심지어 스키장이고 어디고 전부 따라다녔다. 내가 얼마나 민폐를 끼친 건지 지금 생각하면 모두 고맙다.

둘째 조카는 부활성야미사 3시간을 꼼짝 않고 내 옆에 앉아 있었으며, 성탄미사 때는 통로 바로 옆에서 아기 예수님을 보며 인형이라고 실망했으며 성체를 모시고 싶어 했으나 결국 지금까지 세례를 받지 못했다.

셋째 조카 세례명은 돈보스코 요한이다.

내가 독서교육을 살레지오수녀원으로 다닐 때 동생에게 함께 하자고 했기에 셋째 조카는 돈보스코 요한이 되었고,  그 무렵 아우구스티노 성인의 책에 빠져 있었던 나로 인해 동생의 세례명은 모니카로 정하고 세례를 받았다. 형과 8살 차이가 나는 넷째 조카는 태어나서 유아세례를 받았다. 요셉. 

그러나 코로나로 첫 영성체를 3학년 때 못했다.  4학년 때 할 수 있었는데 그때부터 엄마는 주말도 일하고 집도 이사를 하게 되면서 성당을 쉬기 시작했다. 


아무튼 2.

작년 혁신파크 한평책빵이 종료하고 잠시 쉬기도 하고 은둔고립청년 교육활동도 하면서 9월부터는 토요일이면 동생네 집에 갔다. 엄마 아빠가 토요일도 일을 해서  형은 학원을 가고 주말에 혼자 집에 있던 막내 조카를 챙겨주고 싶어서 다녔다. 아침에 출발해서 가면 벌써 민후 혼자 있을 때가 많았다. 집청소도 하고 간식과 점심, 저녁을 챙겨주고 독서 수업을 해주면서 동생이나 제부가 들어오면 떠났다. 

밤에는 운전이 어려워 지하철로 다녔다. 광명사거리역.


그러다 은둔고립청년교육이 끝나고 삼송에 책방을 준비하게 되었다. 막내조카에게 이모가 이제는 이렇게 못 온다고 말했다. 이모가 너무 아쉽다고 했더니  1초의 틈도 없이 바로 " 이제 제가 가야지요"라고 민후 입에서 또렷한 대답이 나왔다. 5학년 가을이었다.

나도 어리둥절 곧바로 말했다. " 아. 그래? 그래! " 


민후는 친구랑 놀기 위해 한 달에 한 번 쉬고 토요일이면 책방에 오고 있다. 박노해 시인의 '아이들은 놀라워라' 시도 외우고 책방 정리도 하고 책상도 같이 들고 나른다.  어느 토요일 미사에 갔는데 그다음 주 주일학교가 시작되고  화요일에는 첫 영성체 교리가 시작된다고 했다. 화요일에는 못 오는 상황이 아쉬웠다.  토요일 주일학교는 다니고 싶다고 하니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교리수녀님께 물었다. 토요일만 다니면서 첫 영성체 할 수 있는지 묻자 수녀님은 신부님이 허락하시면 별도의 시간이라도 내주겠다고 했다.


허락해 주신 수녀님이나 신부님 모두 믿을 수 없었지만 오히려 민후가 난관이었다. 또래들과 함께 하는 주일학교는 가겠지만 따로 수녀님과 교리를 배우는 것은 안 하고 싶다고  것이다. 토요일 민후가 왔고 성당 마당에서 좀 놀자고 주일학교 시작하는 시간보다 일찍 갔다. 성당에 도착하자마자 약속도 하지 않았는데 수녀님을 만나게 되었다. 곧바로  민후를 인사시켰더니 수녀님은 민후를 데리고 가버리셨다. 다 된 거라고 믿었다.


내일은 토요일, 조금 전 민후랑 통화했다.

기도문은 외웠니?라고 말하지 않는다.

 "민후야 내일은 조금만 일찍 와~ 이모랑 기도문  외우며 놀자~  

" 알았어요"  이렇게 대답하는 내 막내 조카 6학년 이민후.


7월 7일 첫 영성체 그날을 위해 토요일을 온전히 민후에게 집중해야겠다.

5월 11일 토요일 3시 최대환 신부님 5월의 북콘서트를

5월 10일 금요일 저녁 7시 30분으로 변경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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