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brunch
연재 중
수나로운일기1
15화
내가 만난 금강산
이향지 사진집 『금강산 』
by
윈디
Dec 23. 2024
이향지 시인의 '금강산'이 내게로 오던 시기는 아직 끝자락이 남아 있는 가을이었다.
지방을 가던 나는 알림을 받고 배송을 늦췄고 일상으로 돌아온 후 느긋하게 두꺼운 마음을 받았다.
그날은 구청 산업위생과에 가서 폐업 신고를 한 날.
을씨년스럽게 흐리고 비가 왔던가. 하필 공무원의 점심시간을 복도에서 기다리며 배 고프고 추웠다.
그날이었다. 이 책을 배송받고 박스에서 뜯어 사진집을 만난 날이.
한지 위에 적은 정성 가득한 글씨에 코를 풀어야 했다.
작가는 금강산을 가보기 전에 이미 금강산을 꿈꿨다.
「산경표」로 가상 등반을 하다 만난 금강산 관광 소식.
꿈을 꾸는 사람에겐 소떼를 몰고 남북을 오간 할아버지가 그 문을 열어주기도 한다.
사진집은 1998년, 2000년, 2007년 이렇게 세 해의 사진이 모여있다.
낮에 꾼 꿈을 찍어 모은 사진들이, 내게로 왔다.
이를 앙 다물고 사는 나를 알아채는 요즘, 소중한 마음을 돌아보는 시간을 기록으로 남긴다.
시인은 말한다.
"글을 쓰기 위해 사진을 찍었는데, 사진이 더 많이 쌓이게 되었다"
"그런데 나는 어디에 있는가. 그 물음에 대한 대답이기도 했다"
"나는 이제 금강산을 두고 다른 약속을 할 수 없을 만큼 모든 조건이 내 편이 아님을 깨닫는다. 멀리 와버렸다."
많은 시간 <월간 산>에 글을 써왔고 사진을 찍었고 또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며느리로 불리었을 한 사람의 시인이 처음 금강산을 찾은 건 1998년 12월.
"온갖 가식을 벗어던진 계절"
나는 요즘 삶의 사계절을 다 만나보고 이제 마른 가지가 되어 떨굴 이파리조차 없으면서 바삭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렇지만 지금은 나의 풍요로운 시간. 빈 가지를 달고 있는 나무의 향기가 짙다.
"나는 큰 물결에 휩쓸린 작은 물방울"
광명에 다녀오며 가장 짧게 나오는 새로운 길을 선택했는데 월드컵대교를 경유하는 노선이었다.
대교를 올라타는 굽고 높은 길을 올라야 했고 지도 아래는 모두 파란 바다.
운전을 하면서 내가 받는 고소공포증을 이해할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아는 나이가 되었다.
그렇지만 삶의 축적을 소분하여 나누는 그런 사람을 안다는 것은 다행이다.
그렇게 돌아와 '읽은 시간' 은 아름답고 향기롭다.
이향지 시인의 <금강산 사진전시회>가 있었던 인사동 갤러리에서 받은 식사 쿠폰이
한 편의 소품 같아서 보관하고 있는데 이 사진집과 한 세트가 되었다.
책장을 덮으며, 나도 시인의 마음이 된다.
2024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하며 다시 앞장으로 간다.
1998년의 시인의 표정에서 그 보랏빛 희망을 본다.
그 시간을 무어라 부를까.
나는 해금강 마을길을 걸어볼 수 있을까?
왜 이렇게 쓸쓸할까.
빛나는 슬픔이다.
keyword
산
시인
마음
Brunch Book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
연재
수나로운일기1
13
빛과 실
14
강남순 교수 강연 안내
15
내가 만난 금강산
16
미술관 에듀케이터
17
내게 남겨진 마음
전체 목차 보기
13
댓글
댓글
0
작성된 댓글이 없습니다.
작가에게 첫 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브런치에 로그인하고 댓글을 입력해보세요!
멤버쉽
윈디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구독자
93
팔로우
월간 멤버십 가입
월간 멤버십 가입
이전 14화
강남순 교수 강연 안내
미술관 에듀케이터
다음 1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