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 에듀케이터

이 책 속의 12인이 모두 부럽다.

by 윈디

지난 10월 이 책을 읽을 무렵 책방은 끝나가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으면 빚도 지지 않았을 것을

왜 책방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임대료조차 내지 못하다 보증금에서 차감되고도

나는 지금 갚아야 할 채무를 지고 있다.


이 책의 장소인 미술관, 박물관을 '책방'으로 바꿔 읽어도 가능했다.

도슨트로 학예팀장으로 문화부차관으로 교육팀장으로 교사로 모두 임대료 걱정 없이 자신의 자리에서 일만 하면 되는 이 책 속의 모두가 부러웠다.


내가 해왔던 마음의 일, 그 시간들이 누군가에게는 오해가 되고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었던 수많은 일들.

그 시간 속에 경제적 문제만 없었더라면 더 기여하고 모두에게 풍요로운 공간으로 이어나갈 수 있었을 거다.

그런데도 나는 왜 책방을 계속해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물론 나는 알고 있다.

3,40대 전부를 차지했던 그 내 마음.

분명 그 마음은 소중했지만 이제 그 기원은 여름에 사라지고

가을을 보내고 겨울이다.


책방을 오가며 위로를 받은 사람.

책을 두고 나눈 격의 없는 대화.

옳고 그름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했던 시간.

책을 매개로 처음 본 손님도 친근했던 공기.

사람과 사람의 매개자로서의 역할.

어떤 일이 연결되도록 '판'을 만들었던 순수했던 마음.

지금도 옛사람에게 전해 듣는 책방에서의 경험.

뭔지 모를 갈급함이 느껴지는 사람이 가고 난 뒤 골몰했던 시간들.

책방이 일상의 여유가 되길 바랐던 낮은 문턱의 문화프로그램.

책방이 그 어떤 사람의 마음을 생기 있게 변화시킬 수 있다는 생각.

모두가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던 서가회원제.


이 모든 시간은 내 마음의 미술 작품이 되어줄 테지.

그러나 돈을 들여가며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

정부가 박물관을 운영하듯 기업이 미술관을 운영하듯

그렇게 운영해도 이익이 나지 않을 수 있는 일을

당연하다고 생각하며 했다. 꿈이었나.

모든 문화의 매개가 될 수 있게 하고 싶었던 그 컸던 꿈들은

내 가슴에 추억으로 남아있고, 앞으로의 삶에 풍요로운 희망이 될 거라 믿는다.

10년간 마이너스로 살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않았던

나 자신의 샘솟았던 열정, 아름다웠다고 말하리라.


아무튼, 내가 무리하게 하지 않아도 될 일을 애써서 했다는 것을 깨달은 책.

『미술관 에듀케이터 』속 12인의 이야기.


얼마 전 어떤 출판사에서 일할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를 잠시 했다.

반가워하는 출판사 대표와의 만남에 나는 이미 취업이 된 듯 기뻤고, 알바로만 일해도 좋다고 생각했다.

그곳의 책과 공간으로 뭐라도 할 수 있겠다며 머리는 이미 일을 시작하고 있었다. 그런데 부서장들의 의견은 부정적이었나 보다. 나 혼자만의 꿈은 그렇게 사라지고 말았다.

오늘 이 책을 다시 꺼냈다.

이 책이 소속감에 대한 열망을 주었기 때문이라고 책한테 탓을 하는 크리스마스이브.

이른 '봄'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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