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평회원 32번 박희주님을 추모하며>
2023년 1월 첫 책방을 종료한 후, 내가 이렇게 실패할 줄 모르고 책방을 이어가려고 보증금을 마련하기 시작했던 때 모르는 분들도 회원가입을 해주었다. 그렇게 보증금 2천만 원을 모아서 시작했던 책방이었다. 그때 가입하신 분들이 알고 지내던 지인의 가입 비율과 비슷했다. 다 찾아뵙고 인사할 여력이 없었다.
그중 한 분인 박희주님은 2023년 3월 26일 32번 한평회원이 되어주셨고 나는 막연히 여성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다.
2024년 12월 13일 잠자리에 막 들려고 할 때 카톡으로 부고 안내가 왔다.
내 핸드폰에는 번호와 함께 성함이 뜬다. 32번 박희주님.
한평회원 가입하셨다는 문자에 감사문자를 보낸 회신이 전부였고 그 후 단체문자를 보낸 것에 대한 답장으로
"감사합니다."라는 답신을 받았던 흔적이 있다.
페이스북을 검색해서 다른 분의 애도글에 태그가 되어 있는 성함을 확인하고 그분을 찾을 수 있었다.
이제야 만난 선하고 부드럽고 인자한 인상의 미소 짓는 얼굴. 울어버리고 말았다.
지난 초가을 현충원의 묘역을 찾았을 때 김대중 대통령을 만났던 그 기운을 떠올렸고 나만의 추모를 시작했다. 책방의 명맥을 이어가는 그 다음날 행사에서도.
페이스북 친구도 아니었다. 그분이 떠난 후 페이스북을 찾아 만났다.
경기창작센터 센터장으로도 계셨던 분이었다. 다른 분의 글을 통해 입주작가들을 진심으로 대하셨던 공기가 전해졌고 , "제가 하찮을 때도 내동댕이쳐질 때도 한결같이 대해주셨어요"라는 말로 그리워하는 글도 읽었다.
너무 일찍 떠나셨다.
2023년 귀촌해서 텃밭농부로 사시던 글과 사진, 손주 이야기를 적은 글에서 느껴지는 한없이 다정한 마음, 그 힘든 목공으로 손주가 사용할 식탁을 만드신 분. 이런 분께 내가 책방을 잘하는 소식을 드릴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후로 12일이 지나는 동안 박희주님 생각이 모든 기저에 있다.
내게 보내준 소중한 아름다움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 마음은 하늘로 올라갔을까?
아름다운 향기를 전해주고 가신 박희주 님. 세상에서는 실제 만나지 못했지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십니다. '옳고 그름이 아니라, 따뜻하고 부드러운가'를 제 가슴에 담으며 꼭 일어서겠습니다. 하늘나라에서 항상 함께 해주세요. 지상에서 땅을 예찬하신 것처럼 하늘에서도 노래하시리라 믿습니다.
제게 건네주신 소중한 마음 영원히 간직하겠습니다.
12월 양재에서의 행사가 다 끝나고 12월 16일, 40번 회원을 상암에서 만났다.
가방 속에 몇 권의 책을 들고나갔다. 이야기 중 단편 소설을 좋아한다는 말을 듣고, 내가 읽고 반한 64번 어떤 회원의 책 <툰드라>를 선물했더니 기쁘게 받아주었다. 이충렬 작가님이 설명해 줘서 알게 된 책이지 이 분들은 자기 책을 내게 알린 적이 없다. 어제는 47번 회원이 카톡을 보냈다.
지난달 야옹시의 비밀글방에 참여한 후 내 추천을 받아 사간 책으로 요즘 너무 행복하다고 12월 비밀글방 올 때 3권을 더 사고 싶다고.
계속 박희주님이 생각이 났다.
이런 마음들이 세상의 가격으로 환산될 수 있다고? 없다.
내 인생의 책임을 다한 어느 날, 다시 책방할머니가 되어 추운 겨울날 콧등 시린 사람이 오면 김이 모락모락 나는 모과차를 끓여주며 저 너머의 아름다운 사람을 생각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