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226(D+51)_인도/티루바난다푸람
대학 시절 몸무게는 늘 70kg 대 초반을 유지했었다. 신장이 180cm니 의학적으로는 아주 권장하는 몸무게였지만 개인적으로는 75kg 정도면 보기 좋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늘 제자리를 지키던 몸무게는 결혼과 입사를 기점으로 급격히 치솟기 시작했다. 내가 희망하던 무게를 훌쩍 뛰어넘어 85kg까지 갔는데 얼굴이 퉁퉁해진 것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체중 조절에 들어가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그때 시도한 방식이 1일 1식이었다. 1일 1식은 여전히 건강에 좋다, 좋지 않다, 의견이 분분하지만 성실히 임한 결과 체중 감량에는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 나는 10kg이 넘는 체중을 약 석 달만에 줄였고 내가 원하던 몸무게에서 1일 1식도 중지했다. 다행히 별다른 요요 현상 없이 지금까지 오고 있다.
이미 수년 전에 멈춘 1일 1식을 인도에 들어와서 다시 시작했다. 이번에는 파트너도 있다. 아들이 이번 1일 1식의 동반자다. 그 역시 1일 1식을 희망하는 듯 보인다. 이유는 간단하다. 인도의 음식을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남들 다 먹는데 유난이라고 해도 어쩔 수 없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탈이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인도에서 여행을 끝낼 입장이 아닌 우리는 탈이 나는 것에 대해 예민할 정도로 신경 쓰고 있는 중이다. 물론 내가 보는 음식들이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깨끗할지도 모른다. 혹은 비위생적인 음식을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내 장기가 생각보다 튼튼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건 모두 가능성의 문제이기 때문에 위험에 노출을 줄일 수 있다면 최대한 줄이는 게 합리적이라 판단하고 있다.
그러면 1식은 어디서 하는가. 프랜차이즈다. 우리는 우리가 방문하는 인도의 도시에 들어서자마자 프랜차이즈 식당부터 찾는다. 우리가 지금까지 확인한 바로는 인도에 진출해 있는 프랜차이즈는 햄버거를 만드는 'M'사와 치킨 전문 'K'사, 그리고 피자 전문 'P'사와 'D'사 정도다. 이 정도가 익숙한 식당들인데 지금까지 거쳐온 도시 대부분에는 적어도 이들 중 하나는 꼭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을 검색해서 영업 중인 곳을 찾은 다음에야 마음의 안식을 얻는다. 사실 이런 식당들도 흔히 생각하는 위생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 않지만 썩어도 준치다. 오늘도 끈적끈적하게 꽂혀있던 포크로 피자를 집어 먹으며 또 하루를 버텼다.
한 끼를 배불리 먹었다면 그날의 식사는 끝이다. 조금 부족하다 싶으면 커피 프랜차이즈 'S'사에서 음료와 간단한 스낵을 즐기기도 한다. 나야 대학 시절부터 여행할 때는 잘 먹지 않았고 지금도 몇 끼 안 먹는다고 허기가 지는 스타일은 아닌데 아들은 조금 걱정이다. 한참 성장해야 할 나이에 잘 먹이지 못하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다. 하지만 그도 아비를 닮았는지 인도의 음식 제작 과정을 접한 이후로는 쉽게 그들의 음식에 접근하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스스로를 합리화하기 위해 세운 슬로건이 '아픔보다는 고픔으로'이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태국까지만 해도 폭풍처럼 음식을 먹어 치우던 녀석이 먹는 양이 많이 줄었다. 그래도 기운 빠지지 않고 잘 쫓아다니고 있으니 조금 더 지켜보려 한다.
티루바난다푸람은 우리가 지나온 인도의 어떤 도시들보다도 깨끗했다. 칸야쿠마리에서 이곳 까지는 기차를 타고 왔는데 기차의 시설 따위는 차치하고 제시간에 우리를 태워 제시간에 우리를 내려준 것에 감사한다. 인도 입국 엿새만에 처음으로 무사안녕한 하루였다. 이곳에 한식당까지 있었다면 금상첨화였겠지만 그것까지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내일까지 이곳에 머문 후 우리는 코치를 지나 벵갈루루로 간다. 벵갈루루에는 한식당이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들은 요즘 한식당 찾는 것이 여행의 목적이 된 것처럼 검색에 열을 올리고 있는 중이다. 한식당은 우리에게 만찬의 장이 된 지 오래다. 가격이 조금 비싸도 관계없다. 세끼 먹을 것을 한 끼에 풀어내니 부담되지 않는다. 우리의 몸은 티루바난다푸람에 있지만 마음은 벌써 벵갈루루를 떠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