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이야기
우리가 살았던 첫 집은 미니 투룸의 10평도 채 되지 않는 작은 공간이었지만 햇살이 가득 들어오는 빌라였고 생활권이 좋았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갖춰놓고 시작하는 것보다 살면서 하나씩, 하나씩 갖춰나가는 게 더 즐겁고 재밌다는 어른들의 말씀들을 듣고 첫 신혼살림에 무리를 하지 않았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건 정말 잘한 일이라 생각한다.
그림 속의 이 공간이 나의 첫 신혼집 안방이자, 식사 공간이었다.
누구에게나 신혼에 대한 로망이 있는데 나에겐 그중 하나가 인테리어였다.
예쁜 가구와 예쁜 그릇에 예쁜 요리를 해서 먹고 예쁜 커텐으로 감성 넘치게 꾸미는 것.
그 로망에 따라 인터넷으로 보아둔 예쁜 가구들을 스크랩하고, 장바구니에 담아 작은 신혼집을 꾸몄었다.
그런데 눈으로 예쁜 것이 얼마나 불편한지...
현실과 로망의 간격은 꽤나 있었다.
그래서 어른들이 모든 걸 완벽하게 갖추고 시작하지 말라 하셨었구나를 되네이며 나의 선택에 대한 후회도 여러 번 했다. 특히나 주방용품들이 그랬는데 이제는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구매하지 않는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신혼살림을 처음부터 모두 새 것으로 시작하지 않아(자취하고 있던 남편의 식기들을 대부분 사용했다.) 시간이 가면서 내 손에 편한 것들로 하나씩 바꿀수 있었다는 점이다.
지인 중 한 분이 이런 얘길 하셨다.
"결혼해서 몇 년 뒤에 새 프라이팬을 샀는데 얼마나 좋았는지, 남편과 몇 날 며칠을 프라이팬을 이리 보고 저리보고 웃고 행복해해 했어."
어떻게 들으면 고리타분하거나 궁색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나는 그 부부가 너무나 멋있어 보였다. 빚을 져서라도 사는 지금의 젊은이들과 달라서였을까? 인내심과 참을성을 갖고 기다리는 것이 더 어려운 요즘인 것 같다.
살면서 원하는 무언가를 갖는 것.
값지게 얻어질수록 그 물건이 더 가치가 있다.
현명한 조언을 해주신 어른들의 말씀들이 결혼 한해, 두 해가 가면서 더 와 닿는 것 같다.
물욕을 떨쳐버리기가 항상 어렵지만 행복과 만족감은 물질에서만 얻어지는 건 아니니까...
:) 신혼을 갓 벗어나 되돌아보는 결혼 생활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를 써보려고 해요.
영상을 보고 싶은 분들을 위한 링크입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