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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취업학개론 Oct 16. 2020

40대 1은 자신 없고, 140대 1은 자신 있다고?

4학년 1학기

영업/마케팅 직무에서 선호하는 전공과 전혀 다른 식품공학을 전공했기 때문에 취직 준비에 더욱 조바심이 났던 기억이 난다. 물론 식품회사의 경우 식품공학과 전공자들을 영업, 마케팅 직무로 채용하기도 하기 때문에 공학적 전공 지식이 식품회사 지원에 더욱 도움되기도 하였고, 실제로 식품회사 대기업인 L사 채용 전환 인턴에도 합격했던 경험이 있다. 배가 불렀거나, 생각이 짧았거나, 어떤 이유에서였는지 당시에는 식품회사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컨설팅 회사, 외국계 소비재 관련 회사에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지금 생각해 보면 무슨 생각으로 그랬나 싶기도 하다. 


소위 SKY 출신도 들어가기 어렵다는 컨설팅 회사를 꿈꾸는 저자는 열심히 준비하면 기회가 있겠지 라는 일념 하나로 남들 하는 건 다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목표 중 하나가 공채 준비 전에 인턴에 꼭 지원을 해보는 것이었다. 물론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합격하고 싶었다. 인턴이라는 스펙을 쌓고 싶었다기보다는 내가 희망하던 회사와 직무를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라 생각하였고, 무엇보다 조금이라도 빨리 채용과정을 경험을 해봐야 공채 준비도 더욱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3학년 2학기 때부터 사람인, 잡코리아, 스펙업과 같은 구직 사이트를 들락거리기 시작하였던 기억이 난다. 부산대학교 공대생들은 3학년 2학기부터 S사, L사, H사 등 대기업에서 인재를 먼저 뽑아가던 채용 방식이 있었는데 당시엔 SKY 학생보다 더 부러웠던 기억이 난다. 2011년 9월, 4학년 1학기 개강과 동시에 다가오는 겨울 방학 인턴 공고 일정을 정리하였다. 채용 기업에 따라서 자소서, 인적성 검사, 토론 면접, PT 면접, 임원 면접에 이르기까지 처음 접해보는 채용 과정을 미리 경험하면서 많은 배움도 있었고, 공채 기간 필히 겪을 수밖에 없는 소위 광탈의 시간을 미리 경험해 보는 아주 값진(?) 시간이었다. 물론 떨어지더라도 분명 실보다는 득이 훨씬 많은 시간이라 생각하기에 4학년 1학기를 보내는 학생이라면 지금 당장 컴퓨터를 켜고, 단 한 곳이라도 인턴에 지원해 보기를 적극 권장한다. 


이런 이유로 취업준비는 4학년 2학기가 아니라, 인턴 지원 일정을 고려하여 적어도 4학년 1학기 전까지는 준비되어야 했다. 특히 학점, 어학, 자격증, 공모전, 대외 활동에 이르기까지 취업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소위 스펙이라 불리는 수치들은 완벽하진 않더라도 4학년 1학기 전에는 나름의 준비를 마쳐야 하며, 저자의 경우 실제 공채 지원 시, 마지막 학기 학점과 인턴 수료가 추가된 것 이외에는 4학년 1학기 때까지 준비되었던 내용으로만 모두 제출되었다. 


SKY 혹은 인 서울 대학을 다녀보지 않아서 윗동네 학생들은 4학년 1학기를 어떻게 준비하고 보냈는지는 모르겠다. 저자의 경우, 주위를 둘러보면 인턴에 지원하는 동기나 선배들을 찾기 어려웠다. 탈락이 부끄러워 지원 사실을 숨겼는지는 모르겠으나 실제 인턴과 공채 경쟁률의 차이를 보면 생각보다 인턴 채용 지원자가 많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다들 취업난이라고 했다. 회사도 경험해 보고, 소위 스펙도 쌓고 월급도 받을 수 있는데 왜 지원을 안 하는지 내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물론 경우에 따라 개인 사정 상, 해당 기간에 인턴보다 더 급한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테고, 시간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있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변 취업 준비를 앞둔 4학년 선후배들의 이유를 들어 보면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라는 답변이 대다수였다. 이런 답변을 들을 때마다 당시 저자는 지방대학교 학생 들은 취업을 너무 안일한 태도로 바라본다고 생각하기도 하였고, 때로는 도대체 무엇을 준비하고 있길래 저렇게 여유롭지?라는 생각에 이유 모를 여유로움을 부러워하기도 하였다.


인턴은 스펙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했었다. 4학년 1학기가 되어서야 토익 공부를 하거나, 자격증 시험공부를 한다는 핑계로 준비가 안 되었거나, 시간이 없다며 지원 자체를 꺼리는 취업 준비생들이 있다. 한데 잘 생각해보면 토익 공부, 자격증 준비와는 별개로 채용 지원 자체는 해보는 것이 백 번 옳다. 어차피 취업 시장에서 완벽한 준비란 있을 수가 없다. 수능과 같이 명확하게 점수화된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4학년 1학기 때까지 준비된 상태로 시도는 해봐야 하는 것이며 이왕이면 이를 위해 4학년 1학기 전까지 객관적으로 필요한 점수와 자격은 갖추는 것이 당연하다. 


취업을 할 수 있는 상태인지, 아닌지, 준비가 되었는지 덜 되었는지는 내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채용 담당자가 하는 것이다. 4학년 1학기, kt 인턴 채용 당시 경쟁률은 40:1이었고, 2학기 공채 당시 경쟁률은 140:1이었다. 40:1의 경쟁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학생이 불과 한 학기 뒤인 3~4개월 후에 3배가 넘는 경쟁은 준비가 가능하다는 것이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힘들지 않은가? 


저자의 경우 4학년 1학기, 두 달 간의 kt 동계 인턴을 하면서 20% 인원에 부여되는 우수 인턴에 선발되었고, 공채 전형에서도 가점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내가 만약 인턴에 지원하지 않았더라면? 내가 만약 우수 인턴에 뽑히지 않았더라면? 140:1의 경쟁률을 뚫고 공채에 합격할 수 있었을까? 글쎄, 솔직한 심정으로 자신이 없다. 


또 한편으로는, 본인이 판단했을 때 수치상의 준비가 안되었을지는 모르겠으나 채용 담당자는 본인을 채용하고자 할지도 모른다. 취업 시장에 정답은 없기 때문이며 앞서 말했던 것처럼 공채의 3분의 1 이하의 지원자끼리 경쟁하기 때문에 미리 겁먹을 필요가 전혀 없다. 인턴이야 말로 준비가 덜 된 당신이 꼭 도전해 봐야 할 기회이며, 최고의 스펙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중한 기회를 시도조차 해보지 않고 스스로 날려 버린다면 과연 취업이 어렵다고 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기회비용을 따진다면 인턴 지원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시도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이런저런 핑계로 1학기 인턴 지원은 피하였지만 공채에 보란 듯이 합격한 이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당시 저자의 눈에 취업 준비를 하는 것 맞아?라는 의구심과 부러움이 들게 했던, 동기나 선배들 거의 대부분은 이름만 대면 알만한 곳에서 근무하고 있다. 더러는 몇 년간의 수험 생활을 거쳐 경찰, 소방관, 일반 행정 등 공무원이 되어 근무 중인 친구들도 있다. 회사 이름과 공무원이라는 타이틀이 아니더라도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우연한 기회에 전혀 다른 분야에서 성공한 경우도 상당히 많다. 결과론적으로 보면 당시 나의 우려와는 다르게 모두 각자의 길을 개척하면서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취업이라는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기 위해서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계속 문을 두드려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며, 설사 준비가 부족하더라도 무조건 시도하면서 보완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볼 수 있겠다. 40:1은 무서워서 피하고, 140:1은 어쩔 수 없이 부딪혀 볼 생각이라면, 졸업 유예를 하거나 대학원으로 떠밀려 진학하는 불상사가 현실이 될지 모른다. 


인턴은 준비가 덜 되었다는 이유로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준비가 덜 된 당신이 꼭 도전해 보아야 할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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